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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천재 사냥개 3권
이야기상인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만디아
달란트
좀비
단서
연말
성년식
1
만디아
덜컹 덜컹?.
철도를 달리는 기차의 소리가 요란하다.
객실과 객실을 연결하는 이음매가 서로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고 있다.
“어이가 없네. 왜 2 본부에서 리더를 맡은 거야? 이번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번 임무 총책임자가 제2 본부 본부장이니까 그러겠지. 그리고 그런 말 있잖냐. 우리 팀장님이랑 그쪽 본부장님이랑 군인 시절 동기였는데 사이 별로였다고. 그 영향도 없진 않겠지. …에이씨. 불 더럽게 안 붙네.”
사방이 뻥 뚫린 갱웨이에서 담뱃불을 주고받는 특수대원들.
이들은 수도 제1 본부 소속으로 이번에 제2 본부와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섰다.
바람 탓에 불이 안 붙자, 다른 대원 한 명이 손으로 막아 주었다.
덕분에 간신히 불이 붙어 담배를 입에 꼬나물 수 있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동인한테 넘기는 건 좀 오바 아니야? 난 동인이 팀장을 맡고 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돼.”
“그렇긴 하지. 참 세상이 말세야. 동인이 승진을 쉽게 쉽게 하는 걸 보면. 우리 팀 팀장이 동인이었다고 생각하면… 어흐.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창피해서 어디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냐.”
“내 말이.”
키득거리며 한의 팀… 정확히는 제2 본부를 깔보는 대원들.
1과 2라는 간판이 단순이 숫자에 지나지 않았음을 교육 받았지만, 실제 구성원들에게는 그렇지도 못했다.
1등은 금메달. 2등은 은메달.
1은 메인 2는 서브.
어처구니없지만.
각자의 숫자가 의미하는 상징이 확실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들에게도 고정관념이 있었다.
항간에는 제1 본부에 들어가기 애매한 대원들이 가는 곳이 제2 본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기도 하니까.
또한 7년 연속 1 본부의 실적이 2 본부보다 앞서고 있다.
2 본부는 인재가 얼마나 없으면, 동인이나 남인 같은 소수 인종이 팀장직을 맡는다지 않는가.
1 본부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이 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근데 그 동인 팀장… 칼 솜씨가 제법이라고는 하던데.”
“그래 봤자겠지. 메이아 팀장님만 하겠어?”
“그건 또 맞지. 크흐. 메이아 팀장님. 오늘도 너무 예쁘시더라. 나도 그쪽 팀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야야, 말조심해. 우리 팀장님 나이에 비해 귀 밝으시다.”
『만디아』와 『그라이트』의 충돌.
이 거대한 사건으로 인해 파견되는 제1 본부와 2 본부 대원들.
각 본부는 긴급히 2개의 팀을 소집. 해당 사건이 일어난 30지구행 기차표를 끊었다.
제2 본부에서는 한 팀과 루빈 팀이 그 역을 맡았으며.
한은 제1 본부와 2 본부의 모든 팀원들을 책임지는 리더로 선정되었다.
그러나 한은 동인이며, 팀장들 중 막내이자, 제2 본부 소속.
제1 본부 대원들 눈에는 영 성에 차지 않았다.
“근데 진짜 걱정이네. 리더면 이번에 『만디아』 보스랑 단독으로 대면하게 될 텐데. 쫄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순 있으려나… 아니, 오줌은 안 지리려나.”
“야, 적당히 해. 그래도 팀장님이신데. 크흐흐.”
“그런가? 크크?악!”
쾅?!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과격하게 열린 철문.
그 앞에 있던 대원은 얼굴에 제대로 맞았다. 그가 피우던 담배꽁초가 잘려 힘없이 떨어졌다.
“아, 미안하오.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그만.”
“뭐 이 새끼야? 아오 아파. 너, 너 이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놈. 제대로 눈 안 뜨고 다녀!”
“기생오라비는 아니고 파비안이오. 아이고, 코피가 나는구려. 급한 대로 이거라도 쓰시오. 본래 사내에게는 좀처럼 안 내주는 물건이나 이번엔 내가 잘못했으니 특별히 주겠소.”
손수건을 건네는 파비안.
1 본부 대원은 신경질적으로 이를 받아 내며 코를 감쌌다.
하얀 손수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 간다.
“너… 너….”
“거듭 미안하지만, 바쁜 일이 있어 가야 해서… 좀 지나가겠소.”
화를 입기 전에 자리를 피하는 파비안.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라라와 새뮤얼, 그리고 루이 알렌이 함께한다.
그중 라라는 코피를 흘리고 있던 대원을 흘깃 보더니.
“등신. 꼴좋네.”
피식 웃음을 흘린 채 떠났다.
이를 제대로 들은 대원은 버럭 성질을 내기 시작하는데, 옆의 동료가 참으라며 막았다.
제2 본부의 팀장을 욕한 건 사실이니, 괜히 일 커지면 귀찮아진단다.
쾅?.
객실로 들어가 문을 닫은 피비안과 팀원들.
곧 굳어 있던 새뮤얼이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뜨거운 온탕에라도 들어간 듯 전신에 힘이 빠진 표정이다.
“싸우게 될까 봐 엄청 걱정했는데. 그래도 무사히 지나쳤네요.”
“새뮤얼 이 겁쟁아. 제발 쫄지 좀 마. 몇 번을 말하냐.”
새뮤얼을 나무라는 라라.
사실 그녀의 성미상 코피 정도로는 부족했다. 마음 같아서는 달리는 기차 밖으로 밀어 버리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파비안이 그녀를 막더니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근데 좀 의외네요. 이번에도 또 평화롭게 말로 해결하려나 했는데.”
파비안을 칭찬하는 라라.
이에 파비안은 뒷문을 흘기며 말했다.
“자식이 좀 어지간히 해야지.”
“오, 간만에 마음에 드는 말이다.”
하이파이브를 하자며 손을 뻗는 라라.
파비안은 이를 받아 주었다.
라라도 그렇고 파비안도 그렇고.
갈수록 한에 대한 애심이 깊어져 가는 듯했다.
“다들 왔나.”
팀원들에게 다가온 한.
어쩐 일로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에 의아하다는 듯 바라봤다.
“뒤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니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쵸?”
“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저 밖에 누가 쓰레기들을 버려 놨기에 정리하고 오는 길이죠.”
“그런 것치고는 제법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데…. 일단 뭐.”
한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팀원들을 데려갔다.
그곳에는 제2 본부의 루빈, 그리고 제1 본부의 두 팀장과 몇몇 대원들이 있었다.
한은 팀원을 자리에 앉힌 뒤 곧바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미 알고 계신 대로, 이번에 저희 팀과 108팀, 그리고 250팀이 만디아와 그라이트의 중재와 시민 보호를 맡습니다. 65팀은 30지구에 돌고 있는 그라이트의 MFP를 맡으시면 됩니다.”
“쯧. 밴트만 그 자식. 허드렛일이나 시키고 말이야.”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는 65팀 팀장, 조지 콜.
제1 본부의 경력 있는 팀장인 그는 과거 밴트만과 군대 동기이기도 했다.
다리를 쫙 벌린 채 의자에 기댄 조지. 그가 한을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괜히 위선 떨지 마. 뭐가 중재와 시민 보호를 맡는다는 거야? 실제론 만디아와 손을 잡고 그라이트를 약화시키기 위해서면서.”
“…….”
가만히 조지를 바라보는 한.
그는 잠시 동안 어떠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위선이라… 맞는 말이다.
표면적인 이유로 이번에 수도에서 특수대가 파견되는 건, 피해를 입은 30지구의 시민들을 위한 것.
그러나, 그 진짜 목적이 평화조약을 맺고 있지 않은 『그라이트』의 약화라는 사실을 한과 동료들은 잘 알았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들어요. 만디아 그 새끼들도 결국엔 범죄자 아니야? 놈들이 우리 뒤를 갑자기 노리면 어쩌려고 이딴 임무를 해야 하는 건지…. 그것도 이깟 동인 애송이를 리더로 내세우면서. 아, 아아. 글레이시아를 애송이라고 한 건 아니야. 부디 오해 말아 줘.”
“…….”
조지는 옆에 앉은 차가운 눈매의 여인을 보며 손을 저었다.
당황한 듯 미소를 짓는 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듯하다.
“됐습니다. 그런 것보다, 사기를 저하시키는 발언은 자제해 주시죠.”
“알겠어. 알겠어. 글레이시아가 그렇게 말하면 또 들어 줘야지.”
“…….”
경멸에 가까운 시선을 보내는 여인, 250팀의 팀장 메이어 글레이시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아버지뻘 되는 조지의 이러한 반응에는 익숙해질 수 없었다.
‘메이어 글레이시아. 나 이전의 특수대 최연소 팀장.’
한은 메이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검과 마법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그녀는 제1 본부에서 알려진 인재다.
또한 기본적으로 기동 검술을 쓰다 보니, 제2 본부의 한과 함께 슈퍼 루키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아 절로 듣게 되었다.
‘이렇게 대면하는 건 처음이군.’
‘어쩌면 이번 임무를 통해 ‘소문의 검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빼어난 외모의 메이어.
그러나, 한은 메이어라는 사람 자체보다는 그녀의 검술에 흥미가 갔다.
실로 뼛속까지 특수대 정신으로 무장된 남자다.
“…저 역시 만디아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게 내키지 않긴 합니다.”
본제로 돌아온 한.
그는 다시금 조지에게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화국의 선택이고 명령입니다. 특수대인 저흰 사견을 미루고 따라야만 하죠.”
“아~ 그래그래. 제대로 사상 교육 받았다 이거지? 네에, 알겠습니다요. 사냥개님. 저 역시 같은 신세이니 마땅히 따라야 합죠. 암.”
비아냥거리는 조지.
그러나 이것으로 큰 트러블 없이 회의를 이어 갈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선.
‘진정해라. 라라.’
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듯.
한은 테이블 아래에서 라라의 손목을 잡았다.
만약 한이 잡지 않았더라면 라라가 벌떡 일어나 쌍욕을 뱉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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