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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천재 사냥개 2권
이야기상인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바이올렛과 라라
공학자의 거리
길버트 팀
19지구
이반 켈러
진범들
정리
고아원
특별 임무
1
바이올렛과 라라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 아, 이런 말 하기 좀 쪽팔린데. 저 좀 도와주실래요?”
라라의 부탁에 한은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돕겠다고 전했다.
그러곤 뒷말을 이었는데.
“약점의 극복이 아니라 보완이라면, 그를 찾아가 봐도 괜찮겠군.”
“누구요? 뭐 하는 사람인데요?”
성큼 다가오는 라라.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그녀의 눈동자엔 왼팔을 움직이는 한이 비친다.
“내게 새로운 팔을 준 사람.”
“네?”
“다음 주에 일정을 봐서 비는 날에 나가면 되겠군. 괜찮나?”
“저야 뭐 상관없는데….”
머리를 갸웃하는 라라.
한에게 새로운 팔을 준 사람이라면 분명 마도 공학자일 텐데. 지금 대화와 관련이 있는 지 의문이 들었다.
한은 그런 라라의 반응을 읽었다.
“나도 어떤 확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도움을 받을지도 모르지.”
……이후.
스케줄이 정해지자 한과 라라는 약속을 잡았고.
시간이 흘러 며칠 뒤면 약속한 날인 특수대 수도 제2 본부.
한 어거스터스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된 복도를 걸었다.
이따금 보이는 특수대원들. 그들은 각진 경례를 취했고 한은 이를 모두 받아 주었다.
“윌리엄 보닌 건.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네. 자네도 이른 아침부터 수고가 많군.”
한은 막힘없이 걸음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부지런히 생각을 정리했다.
‘윌리엄 보닌을 통해 이반 켈러의 정보를 제법 빼낼 수 있었다.’
윌리엄 보닌을 죽이기 전. 한은 ‘조금 고약한 방법’을 통해 윌리엄 보닌의 입을 원하는 대로 열 수 있었다.
어차피 죽게 될 걸 아는 보닌이었으나,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냐는 다른 문제였다.
‘애초에 그 냉동 창고는 이반 켈러가 장기 매매를 위해 마련한 사업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앞서 체포했던 브록 레너들은 모르던 곳이었지.’
‘그렇다면 이반 켈러는 휘하 조직원들도 모르게 사업체… 혹은 다른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는 셈이 되고.’
보닌에게 듣자 하니, 보닌이 알칸트에 잡혀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반 켈러는 장기 매매 및 가공을 위한 작업장 두 곳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이번에 발견된 15지구 근방의 냉동 창고.
또 하나는 19지구에 마련되어 있다고.
‘다만…. 문제는 보닌 역시 19지구 작업장의 자세한 위치는 알지 못한다는 것.’
‘이반 켈러는 용의주도한 성격의 소유자다. 가장 가깝게 지냈던 윌리엄 보닌에게도 모든 정보를 오픈하지는 않았지.’
‘그러다 보닌이 알칸트에 잡혀갔고. 알칸트의 참혹 이후 풀려난 보닌이 이반 켈러가 행방불명된 사이 15지구 냉동 창고를 접수하게 되었다.’
머리가 제법 돌아갔던 이반 켈러에 반해, 윌리엄 보닌은 영 떨어졌다.
그러니 15지구의 헤드가 바뀌자마자 특수대에게 꼬리를 잡힌 것이다.
‘현재 정보를 전달받은 19지구 특수대원들이 수색을 이어 가고 있다.’
‘만약 이반 켈러가 아직 19지구에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면… 분명 오래 걸리지 않아 추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터.’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인가.’
19지구에서 추가 지원 요청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수도에서 나설 건 없다.
마침 근처에서 임무를 끝낸 길버트 팀이 즉시 파견되었으니까. 수도는 벌써 필요 이상의 인력을 보낸 셈이다.
생각을 정리한 한. 그는 이반 켈러에 대한 수사를 잠시 옆으로 밀어 두었다.
지금은 밖이 아닌, 내부에 더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다.
“무사히 지내고 있는 거 같아 다행이군.”
한은 루이 알렌이 갇혀 있던 독방의 문을 열었다. 불을 켜지 않은 방은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불빛이 전부다.
몸을 축 늘어놓은 채 의자에 앉아 있던 루이 알렌. 그는 여전히 공허한 눈동자로 올려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쾅?.
철문을 닫은 한. 그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와 알렌과 마주 앉았다.
알렌이 이 안에 갇힌 지 벌써 2주가 되었다.
그동안 알렌의 밥을 챙겨 줬던 특수대원의 말에 따르면, 그간 알렌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밥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냈다고.
“네가 쓴 사과문은 전부 읽었다. 글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잘 쓰던데.”
“…감사합니다.”
심지어 알렌은 자처해서 사과문을 작성했다. 10장을 빼곡하게 채워서.
논리 구조와 전개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는데, 피해를 입었던 길버트 팀원들은 알렌을 이만 풀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할 정도였다.
전투 머리가 좋은 것만이 아니라 지능 자체가 높은 모양이다.
“…….”
하지만 그 이상의 칭찬을 하지 않는 한.
그림자가 가득 찬 공간에서 한은 가만히 알렌을 바라봤다.
반면 알렌은 한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45도 정도 고개를 숙여 마치 자신이 한 잘못 때문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한. 곧 그의 입이 열렸다.
“그게 이번에 마련한 ‘최적의 수’인가.”
“…….”
“역시 정석적인 방법을 따라선 안 되겠어.”
자리에서 일어난 한. 그는 가지고 온 두 자루의 검 중 하나를 알렌에게 건넸다.
알렌이 슬쩍 검을 확인하니 날이 살아 있는 진검이다. 사람 목을 댕강 잘라 버릴 수 있는 진검 말이다.
“조금 좁긴 하지만 너라면 별문제는 되지 않겠지.”
주변을 살핀 한은 말을 이었다. 검을 뽑았는데 알렌에게 건넨 것과는 달리 끝이 무딘 가검이다.
“2주 동안 고생했을 테니 풀어주겠다. 251팀으로 정상 복귀하여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단, 조건이 있다.”
“…….”
비로소 한과 눈을 마주치는 알렌. 아직 말로 전하지 않았지만 한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슨 뜻이지?”
“제게 주신 검은 진검입니다. 혹여라도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루이 알렌은 검술 천재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 역시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이 다쳤을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페널티가 우려됐다.
“그럼 서로의 검을 바꾸는 편이 나을까? 이쪽이 진검, 그쪽이 가검으로.”
“……예?”
“이 제안도 별로인 모양이군.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하지.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자네가 책임을 질 일은 없도록 할 테니.”
“…알겠습니다.”
알렌이 검을 뽑았다.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팀장이 뱉은 말이다.
팔을 잘라 버리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손을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물론, 한 팀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닌 듯하니 제법 진심으로 임해야겠지만.’
“아, 근데 그 전에 한가지 확인해야 하는 게 있는데.”
“뭡니까?”
“특수대를 그만둘 생각은 없는 건가?”
“없습니다.”
“확고하군. 알겠네. 그럼 문제없지.”
검을 올리는 알렌.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한다.
이윽고 한이 시작?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어?”
검술 천재 알렌은 바닥에 뻗은 채 눈을 떴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눈을 뜬 알렌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분명 한 팀장과 검을 맞대려 했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바닥에 뻗어 있단 말인가.
“눈 떴나.”
의문도 잠시.
한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두 자루의 검이 들려 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시간이로군. 시간이 참 빨라. 뭐, 따로 하고 싶은 말은 없을 거고. 오늘도 바로 시작하지.”
한은 알렌에게 진검을 건네줬다.
이를 받고 일어서는 알렌. 항상 무감정해 보이던 그의 얼굴에 굴곡이 생겼다.
“세 번째… 말입니까?”
“음? 그래, 세 번째. 자네 몸에 난 멍 개수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목 양쪽에 대놓고 적혀 있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알렌. 한의 말대로 시퍼런 멍이 목 양쪽에 들어 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한 팀장과 두 번째로 맞붙은 기억은 아예 없는데…?
“자세는 안 잡을 건가?”
“…….”
알렌은 영문은 몰랐으나 우선 자세를 잡았다.
아무래도 한 팀장의 검술 실력이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모양이다. 채 반응도 못 했던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이번이 세 번째라는 건 분명 거짓말.
자신이 쓰러진 틈에 한 대를 더 때려 놓고 착각을 유도하는 것일 터.
‘이번엔 방심하지 않는다.’
알렌은 정신을 오롯이 집중했다.
전신의 모든 감각을 확장시키고 몸을 제어한다.
그렇게 한이 시작을 외친 그 순간.
한이 휘두르는 검의 궤적이 읽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