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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팔면 마나가 쌓임 5권
비찬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의뢰 2
드웰로
수도로
마법 대회
가능성
8강
1
의뢰 2
“하아, 하아……!”
베이란 영지 외곽.
마법사 매커슨은 숨을 헐떡이며 숲을 내달리고 있었다.
‘제길……!’
슬쩍 뒤를 돌아보는 매커슨의 눈에 멧돼지처럼 달려오는 거구의 사내가 보였다.
‘분명 가속 마법을 썼는데 왜 따라잡히는 거야!’
사실, 이유는 명백했다.
가속 마법은 절대적인 속도를 올려 주는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마법사가 가속 마법을 사용한다고 기사들보다 빨라지기는 힘들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그 가속 마법 덕분에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던 거기도 하니까.
문제는 가속 마법의 지속 시간이 곧 끝난다는 것이었다.
‘다시 가속 마법을 쓸 수도 없고…… 어떡하지?’
마법을 쓰기 위해선 멈춰야 한다.
그런데 멈추면 다시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따라잡힐 위험이 컸다.
무빙 캐스팅을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전투 마법사가 아닌 매커슨이 무빙 캐스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가속 마법의 지속 시간이 끝났고.
퍼억!
사내에게 따라잡힌 매커슨은 몸통을 강타하는 충격에 저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크헉!”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그그극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얼굴에 크고작은 흉터가 가득한 거구의 사내가 양날 도끼를 늘어트린 채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필 와도 저놈이…….’
매커슨은 침음성을 삼켰다.
놈의 이름은 게헤르.
수많은 마법사를 죽인 것으로 악명이 높은 용병이었다.
매커슨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매커슨은 발악하듯 주문을 외웠다.
“나, 날아가라, 불의 공!”
화르륵!
불의 공은 정확히 게헤르를 향해 날아갔지만, 게헤르는 비명은커녕 끄떡도 하지 않았다.
팅!
게헤르의 갑옷에 튕겨 나오는 불의 공을 본 매커슨의 눈이 절망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게헤르는 거침없이 매커슨에게 다가갔다.
턱.
마침내 걸음을 멈춘 게헤르를 본 매커슨이 급히 입을 열었다.
“살려……!”
매커슨은 말을 채 끝마치지 못했다.
서걱!
게헤르의 양날 도끼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피로 범벅이 된 매커슨의 사체에서 푸른색 주머니를 찾아낸 게헤르가 안을 확인하더니 중얼거렸다.
“이건가 보군.”
스윽 스윽
게헤르는 도끼에 묻은 피를 매커슨의 옷에 대충 닦았다.
그런데 그때.
짝짝짝!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게헤르는 급히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어두커컴한 로브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누구지?’
후드에 가려져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매커슨을 죽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
‘딱히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처리하는 편이 확실했다.
그 때문에, 게헤르는 남자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그걸 본 남자가 주문을 외웠다.
‘소용없……!’
게헤르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남자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근거리 순간 이동 마법이군.’
조금 전 자신이 있었던 곳에 있는 남자를 발견한 게헤르가 미간을 좁혔다.
근거리 순간 이동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건 최소한 4서클 이상의 마법사라는 뜻.
그렇다면 자신 역시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게헤르가 물었다.
“……너는 누구지?”
“너한테 의뢰를 하고 싶은 의뢰자라고 하면 대답이 되겠나?”
자신에게 할 만한 의뢰라면 크게 두 가지다.
누군가를 잡아 오는 것.
혹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
어느 쪽이든 저 정도 실력자라면 굳이 의뢰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그런데도 의뢰를 한다는 것은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혹은 드러내면 안 된다거나.
‘유명인인가 보군.’
상관은 없었다. 돈만 많이 주면 의뢰자의 정체 따위 자신의 알 바 아니었으니까.
게헤르가 말했다.
“내 몸값은 비싸다만.”
“이 정도면 되겠나?”
게헤르는 남자가 던진 돈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제법 묵직한 것이 상당한 금액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돈주머니 안에는 5천만 베르는 족히 될 것 같은 돈이 들어 있었다.
‘철저하군.’
보통 이 정도 돈이면 수표를 사용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액면가가 높은 동전을 사용한다 해도 무거울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도 수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추적당할 일말의 가능성조차 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의뢰를 성공하면 이만큼 더 주겠다.”
그러니까 총 1억 베르짜리 의뢰라는 뜻.
게헤르로서도 흔치 않은 규모의 의뢰였다.
“의뢰 내용은?”
“네가 가장 잘하는 것.”
“마법사를 죽여 달라는 거군.”
“그렇다. 르노아 마탑의 리안 엘드윈, 그놈을 죽여 주면 된다.”
리안 엘드윈이라…….
게헤르 역시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현시점 가장 촉망 받는 마법사 중 한 명이었으니까.
‘특히 마도구 제작 쪽으로는 독보적이라고 했지. 어쩌면 거대 마탑 쪽에서 손을 쓰는 것일 수도 있겠군.’
가끔 들어오는 의뢰였다.
거대 마탑에서 다른 마탑의 유능한 마도구 제작자를 회유하거나 제거하는 의뢰는.
그렇다면 정체를 숨기는 것도 이해가 됐다.
혹시라도 정체가 밝혀지면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으니까.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혼자서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게헤르가 남자에게 말했다.
“의뢰를 수락하겠다. 리안 엘드윈을 죽인 후 잔금은 어떻게 줄 거지?”
“직접 찾아갈 테니 돈은 걱정하지 마라.”
“뭐, 알겠다.”
“그럼 기대하고 있지.”
* * *
“잘 지냈어?”
갑자기 찾아온 세이린이 말했다.
종종 이런 식으로 갑자기 찾아오는 세이린이었지만, 세이린 스토어와 구스다운 때문에 한동안 뜸했었다.
“네. 세이린 님은요?”
“나야 네 덕분에 잘 지냈지.”
“제 덕분이요?”
“구스다운이 엄청 잘 팔렸거든.”
아, 난 또 무슨 소리 하는가 했네.
구스다운이 생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가끔 밖에 나가면 구스다운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근데 왜 저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지?
내 생각을 알아차린 듯 세이린이 말했다.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아서.”
“달라졌다고요? 어디가요?”
“음, 뭐랄까 몸이 커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 같아.”
“아, 타이오 때문이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타이오에게 강제로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을 당하다 보니 근육이 붙고 있다.
그래봐야 타이오에 비하면 없는 것 같은 수준이지만, 전에 비하면 확실히 커지긴 했다.
그게 세이린의 눈에도 티가 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