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물건 팔면 마나가 쌓임 2권
비찬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르노아의 눈 2
클로이
여명
브루노
조슈아
대회 上
특별 판매 퀘스트
기회
안톤 칼레노스 1
1
르노아의 눈 2
정황상 틀림없다.
하지만, 정황만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법.
확인을 해야 했다.
“타이오.”
“응?”
“혹시 지금 마나 안 쌓였어?”
“……? 운동 중이다만.”
타이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하다.
마나 수련법도 아니고 운동을 하는 녀석에게 마나가 안 쌓였냐니.
나라도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르노아의 눈이 없었다면 말이다.
“리안?”
“아, 미안.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아무튼, 혹시 모르니까 한번 확인해 봐.”
“음, 알겠다.”
타이오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되는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번쩍 뜬 타이오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안 거지?”
“마나가 쌓였어?”
“그래. 조금이긴 하지만.”
“역시…….”
“뭔가 알아낸 게 있는 건가?”
타이오가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세한 건 조금 더 알아봐야겠지만, 넌 운동을 해야 마나를 쌓을 수 있는 것 같아.”
“운동을 해야 마나가 쌓인다고?”
“응.”
“이상하군. 난 운동을 꽤 많이 하는 편이다.”
“그건…….”
확실히 타이오는 운동을 많이 했다.
아마 마법사 중에서는 상위 0.1%, 아니 0.01% 이상일 걸?
대다수의 마법사는 산책은커녕 기껏해야 숨쉬기 운동이나 하는 수준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걸 생각하면 단순히 운동을 안 해서 마나가 잘 안 쌓였던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그저 ‘운동’과 관련이 있다는 것뿐.
정확한 메커니즘은 조금 더 연구를 해 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래도 실마리는 잡았으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정말 그랬으면 좋겠군.”
* * *
운동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안 이상, 해야 할 일은 간단해졌다.
바로 타이오에게 운동을 시킨 후 관찰하는 것.
물론, 그냥 아무렇게나 시킨 건 아니고, 최대한 다양한 조건을 설정했다.
그래야 어떤 경우에 마나가 잘 쌓이고, 안 쌓이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테니까.
연구는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였고.
사흘 뒤, 드디어 대략적인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운동을 해야 마나가 쌓이는 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운동을 한다고 무조건 마나가 쌓이는 건 아니야.”
“무슨 소린지 잘 이해가 안 되는군.”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 것 같아.”
“조건?”
“첫 번째 조건은 마나 수련법을 한 후에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거야.”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마나 수련법을 해야 마나 입자가 모여드니까.
일반적으로 이렇게 모인 마나 입자는 신체로 흡수된다.
하지만, 타이오의 경우는 달랐다.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신체 외부에 달라붙은 것이다.
이렇게 달라붙은 마나 입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흩어지는데, 그 전에 운동을 해야 마나를 쌓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타이오는 보통 마나 수련법을 하기 전 운동을 했다.
마나 입자가 없는 상태에서 운동을 해 봐야 없는 마나 입자가 흡수될 리 있겠어?
“음, 확실히.”
내 설명을 들은 타이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나 수련법을 하고 난 다음 운동을 했을 때 마나가 좀 더 잘 쌓였던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양이었다.”
“아, 그건 근력 운동이 아니어서 그런 걸 거야.”
“근력 운동?”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오에게 여러 운동을 시키고 깨달은 건, 운동의 종류에 따라 마나 입자 흡수 효율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달리기 같은 건 효율이 매우 낮고, 근력 운동은 효율이 높았다.
“아마 근육이 자극될수록 마나 흡수율이 높아지는 체질인 것 같아.”
사실, 체질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런 체질이 있다는 건 들어 본 적 없거든.
마나 거부증 때문에 관련 논문을 거의 다 봤는데도 말이다.
뭐, 르노아의 눈 같은 걸로 보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으니 당연한 걸지도.
어쨌든, 체질이 아니라 병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니까.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해. 마나 수련법을 하고 바로 근력 운동을 하는 거야.”
“……리안.”
음, 갑자기 내 이름은 왜 부르지?
믿기 힘든 건가?
확실히 믿기 쉬운 내용은 아니긴 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부담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타이오가 보였다.
“왜 그…….”
나는 말을 채 끝내지 못했다.
타이오가 와락 날 안았기 때문이다.
“컥……!”
타이오의 단단한 가슴 때문에 숨이 막혔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라비아 때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상황이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죽는 건 끔찍하잖아!
“이 은혜는 잊지 않겠다.”
타이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혜 같은 거 안 갚아도 되니까 그만 껴안으라고!
* * *
타이오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다.
그렇다고 기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꿈은 마법사였지만, 그냥 운동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근력 운동을 가장 좋아했다. 근육이 자극되는 느낌이 묘하게 중독적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근력 운동을 안 하게 됐더라?’
타이오는 기억을 되짚었다.
정확한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유는 기억이 났다.
“멍청해 보이니까 운동 좀 하지 말랬지!”
“마법사답게 마법이나 공부하라고!”
“누굴 닮아서 저러는지 원.”
마법 명가를 꿈꾸지만, 그러기엔 역사도, 실력도 부족한 마법 가문.
그것이 바로 켈리브 남작가였다.
그래서일까? 타이오의 가족들은 마법사다움에 집착했다.
마법사답지 않은 것은 싫어, 아니 혐오했다.
운동도 그중 하나였다.
타고나기를 마법사처럼 보이지 않는 타이오가 근력 운동까지 해서 더욱 우락부락해지자 운동 혐오는 더욱 커졌다.
때문에, 타이오는 운동 좀 하지 말란 이야기를 귀에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그건 일종이 세뇌처럼 작용했고, 결국 어느 순간, 운동을 잘 하지 않게 됐다.
전혀 안 하면 너무 갑갑해서 달리기나 팔굽혀펴기 정도만 몰래 할 뿐, 근력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르노아 마탑에 들어온 후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마나가 잘 안 쌓였을지도 모른다니.
타이오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짧은 한숨을 내쉰 타이오가 리안을 바라봤다.
어째선지 리안이 흠칫했지만, 타이오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리안이 아니었으면, 절대 몰랐겠지.’
리안에 대한 고마움이 무럭무럭 샘솟았다.
타이오는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