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7권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7권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7
대왕풍선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7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7권
Chapter 01.
현진호는 하루아침에 SSS급 각성자의 능력을 지니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항상 누군가를 위하여 사용해왔다. 탐욕이나 자리를 위해서 행동하지 않았으며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도왔다.
거창한 목적이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능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자.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던 일이 어느덧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개인을 도왔고, 그다음에는 집단을 도왔으며, 이후에는 국가를 도왔다. 그리고 지금은 연고도 없던 행성의 과거, 심지어 그 정체조차 제대로 모르는 악마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에 와, 이들을 돕기 위하여 검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쉬었던 게 언제였더라.’
[절대평정이 발동합니다.]
현진호는 잡생각이 밀려들어올 때쯤 발동해버린 자신의 특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절대평정】 【SSS등급】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가득 찼던 잡생각이 정리되었으며 복잡했던 머릿속이 깔끔해졌다. 각성하고 난 뒤에 여러 일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면 한순간도 제대로 쉴 틈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온전히 특성 덕분이었다.
다시금 현진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비하여, 그리고 들인 노력에 비해 너무나도 과분한 능력을 얻었구나.
“형님!”
들려오는 목소리에 현진호가 눈을 떴다. 앞에는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탁근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탈에서, 그자와 싸우신 겁니까? 안색이 좋지 않아서….”
현진호는 여전히 말하지 않고 탁근열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탁근열을 처음 조우했을 때는 최악이었다. 한국의 각성자 협회라는 직책을 지니고 있으면서 뒷돈이나 받아 챙기고 권위주의적이었으며, 온갖 브로커들을 끼고 사리사욕을 챙겼으니.
다만 현진호는 탁근열을 용서했다. 변하겠다는 말을 믿었고 달라지겠다는 약속을 신뢰했다.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았던 자신이 그러했듯이, 악인 또한 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본인의 힘을 사용해 탁근열을 도와줬다.
그 결과, 이제는 자신의 목까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동료가 되었다.
탁근열은 더 이상 부정한 짓을 행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비를 들여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현진호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 행동들이 틀리지 않았구나.’
기회는 얼마든지 주어져도 된다. 다만 기준은 명확해야만 했다. 모든 악인이 변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대체로 많은 악인들은 교화의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죽음만이 그들의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적염단의 잔당들이 그러하다. 자신들의 권위를 위하여 수백의 목숨을 볼모로 잡은 것도 모자라 어른, 아이 구분하지 않고 악행을 벌이고 있으니 이미 봐줄 수 있는 선을 넘었다. 현진호는 땅을 손으로 짚어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탁근열에게 이야기했다.
“대화는 잘 끝났다. 위에서 만난 여인의 이름은 엘루시나. 나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남은 적염단의 잔당을 전부 처리해주기로.”
“적염단의 잔당을 전부요…? 더 이상 헤집고 다닌다면 저희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일을 벌인 탓에… 우려가 됩니다.”
“녀석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 엘루시나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염단에게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무시했던 것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라 하더군.”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군요.”
“그래. 나는 완전히 츠이로센 내에서 적염단의 존재를 지울 것이다. 모두를 죽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다시는 헛된 짓거리를 하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상냥하지 않을 테지. 탁근열 휘말릴까 봐 두렵다면 너는 다른 곳으로 피신을 가도 된다. 마기 사용자가 아니니, 밖으로 나가 타리안티아에서 숨어있으면 될 것이다.”
“아니요. 저는 가지 않습니다. 제가 우려가 된다고 했던 것은 당신에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헌터협회는, 저는 당신이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둘이 이야기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이에리온과 실비르가 쪼르르 달려와 입을 열었다.
“혹시 저희들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도와주신 보답을 하고 싶어요.”
현진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참으로 강한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에 떨기보다는 남을 살피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자 했으니까.
“원래는 도움을 받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때가 되면 너희들이 날 도와주면 된다.”
“때가 되면요…? 저희가 어떤 식으로 도와드리면 될까요?”
실비르는 어렵다는 듯이 되물었지만 현진호는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 괜히 큰 부담을 짓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줘라.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윽고 현진호는 품속에서 금화 몇 개를 꺼낸 뒤 아이들에게 물었다.
“금이 이곳에서 화폐로 사용되나?”
“네… 하…한 개만 하더라도 엄청 비싸요!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남을 정도로요…!”
당당하고 강인해보이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표현을 듣자 하니 이에리온과 실비르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였다.
현진호는 금화 수십 개와 금괴 하나를 탁근열에게 추가로 건넸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오늘 저녁엔 내가 따로 해야 될 일이 있으니 숙소를 알아보고, 아이들을 먹이고, 안전한 곳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적염단원들의 잔당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니 아이들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알겠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한 뒤에는 곧바로 합류하겠습니다.”
“아니. 너는 휴식을 취하고 내일 도와줘라.”
“하지만… 우려가 되어….”
“날 믿어라.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
“….”
탁근열 현진호의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늘 봐오던 그 눈빛이다. 확신과 신념에 가득 찬 그 눈빛.’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했다.
“부디 다치지 말고 돌아오십시오.”
“그래.”
아이들과, 탁근열을 뒤로한 채 현진호는 자리를 떠났다.
* * *
츠이로센, 적염단의 잔당 위치는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현진호의 심장에 달려 있는 뱃지에서 빛이 흘러나와 마치 화살표처럼 위치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인질들이 잡혀있는 곳을 어떻게 알려주나 했더니만,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있구나.’
새삼 다시금 엘루시나의 마기 활용법에 현진호는 감탄했다. 마기를 빛의 형태로 변환한 것도 모자라 그 형태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바꾸어, 방향을 지정해 안내까지 하고 있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거대한 마법을 쏘는 것은 화력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이토록 섬세한 가공은 높은 숙련도가 필히 요구되는 것이었다. 제일 기가 막힌 것은 이 모든 행위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먼 곳에서 행하고 있다는 것.
‘만약 엘루시나가 나쁜 생각을 품기라도 한다면, 상대하기 벅차겠군.’
물론 반대로 엘루시나가 단호한 마음을 갖고, 확실히 아군의 편에 서서 전투한다면 적, 악마 사냥꾼들이 도망쳐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리라.
[악마족의 파멸을 막으세요.]
시스템의 미션은 아주 간결했다. 그리고 현진호는 악마족의 파멸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전투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하며, 항복을 받아내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든 종족이, 지금처럼 마기 사용자들을 악마로 규정하고 계속해서 죽이려 들 테니까. 악마 사냥꾼들의 일방적인 학살은 모든 마기 사용자들이 사망할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
‘물론 적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내부의 결집이 우선이다.’
악마 사냥꾼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엘프, 드워프, 인간 등등… 종의 구분을 따르지 않고 마기 사용자들은 등장했고, 모든 종족은 마기를 불순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으니까.
압도적인 숫자와 병력, 그리고 결집력을 토대로 밀어붙이는 다종족을 츠이로센 마을 사람들이 견뎌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내부까지 분열된다면 승리 가능성은 제로다.
내부를 결속하기 위해서는 부패가 사라져야만 하고 공공의 적을 만들어야만 한다. 마침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하는 존재가 있었다.
‘적염단의 잔당들은, 온갖 부패를 저지르고 심지어 어른, 아이, 성별에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놈들이다. 아주 적합한 대상이지.’
현진호는 숲으로 깊이, 더욱 깊이 이동했다. 엘루시나의 화살표를 따라 계속해서 움직이기 시작하다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뱀파이어족은 어디에 있는 거지?’
기본적으로 현대 시대에서 아텔리아 행성의 뱀파이어족은 전원이 마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 또한 지금 악마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인데, 츠이로센은커녕 그 어떤 곳에도 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대 시대의 아텔리아 행성에서 악마족은 오직 뱀파이어족이랑만 연합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그게 서로 배척당하던 입장이라 그런 건가? 그렇다면 뱀파이어족도 인근에 있어야 정상인데….’
잠시 고민하던 현진호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뱀파이어족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할 일. 지금은 츠이로센 내부를 결속하는 게 우선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엘루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화살표는 곧바로 소멸했다. 현진호가 고개를 들어 올리니 눈앞에는 수상한 문 하나가 보였다.
굳게 닫혀있는 지하로 이동하는 철문. 주변에 아무것도 건물이 없는 지점인데 덩그러니 문 하나만 놓여있는 것이 수상했다.
? 철컹! 철컹!
현진호는 문을 손으로 당겨봤지만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몇 겹의 자물쇠를 걸어놓은 것도 모자라서, 여러 결계 마법이 걸려있었다.
? 화르륵!
현진호는 자신의 손에서 흑염을 피어올렸다. 그다음 천천히 문으로 가져다대자 자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의 손잡이를 비롯한 마법진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끼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철문이 개방되었고 현진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한동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더니, 밑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무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가고 싶어… 제발…제발… 가족들이 보고 싶어….”
“배가 고파요… 빵 한 조각이라도 부탁드려요….”
“살려주세요 숨이…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요 제발…제발 포션 하나만….”
사람들이 목숨을 구걸하는 절규가 하나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울부짖음을 듣고 있던 현진호는 한 손을 강하게 쥐었다.
이후에도 천천히 걸어 완전히 지하에 도착하자, 드디어 인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감옥에 갇혀, 마기와 마나를 억제시키는 수갑을 찬 채 좁은 공간에 꾸역꾸역 쑤셔넣어져 제대로 누울 공간조차 없이 붙어있는 사람들.
“…….”
사람들은 현진호의 얼굴을 보자 곧바로 굳어버렸다. 이윽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죄…죄송해요… 조…조용히 할게요… 제발…제발 때리지 말아주세요.”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었다. 적염단의 잔당들은 주기적으로 이곳에 찾아와 인질들이 시끄러워지면 구타하고 돌아가는 행위를 반복한 모양.
‘적염단의 잔당은 없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 철컹!
위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뒤이어 이어졌다.
“씨발! 빨리 들어가! 진입하라고! 인질 한 명이라도 도망치면 죄다 죽여버릴 테니까!”
“어떤 새끼가 침입한 건지는 몰라도, 온몸을 뜯어 죽여주지.”
누군가의 명령과 험악한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 소리는 가까워지기 시작했지만 현진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말없이 피해자들을 가두고 있는 철문을 폭식의 검으로 잘라 열었으며, 흑염으로 수갑을 녹여주었다. 현진호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기에 인질들은 그저 말없이 제 자리에 서 있었다.
현진호는 풀려난 모든 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너희는 자유다.”
다만 아무도 자리를 벗어나는 사람은 없었다.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인 만큼, 지금 위에서 누군가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현진호는 출구 쪽을 향해 걸으며 덧붙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날 따라와라. 너희는 한 명도 죽지 않을 테니.”
* * *
100명이 넘는 인질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윽고 자신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순순히 현진호의 뒤를 따랐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마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정말로 살려주시는 겁니까?”
일부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듯이 재차 질문했지만 현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눈으로 보게 될 테니까.
지상으로부터 내려온 마기는 점점 더 아래로 향하더니 이윽고 현진호의 바로 위까지 다가왔다.
“여기! 인질들이 죄다 풀려있습니다!”
선두에 있던 적 한 명이 소리쳤고, 현진호는 그자를 향해 곧바로 손을 뻗었다.
“죽어라.”
? 털썩!
사내가 계단에서 그대로 쓰러진 뒤,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의 사체는 인질들 바로 앞에 안착했다.
“이게 무슨….”
인질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현진호의 행동을 주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진호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곧 몰려들어올 것이다.’
적염단의 잔당들이 하나둘 좁은 계단을 통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현진호는 곧바로 검을 찔러넣어 선두에 있던 자를 다시금 저 밑으로 떨어뜨렸다.
? 서걱!
? 촤아아악!
10여 분이 넘게 무언가 베고, 찌르는 소리들이 이어졌다. 어느덧 계단은 혈흔이 가득했고 여러 생명체들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퍼졌다.
상황이 마무리된 것은 정확히 12분째 되었을 때였다. 원래는 더 빨리 끝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계단이 좁은 만큼 1대1로 모두를 상대하느라 조금은 시간이 지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