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5권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5권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5
대왕풍선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5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이혼후 SSS급 즉사기를 각성했다 05권
Chapter 01.
“내 동료를 풀어주면 너희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 하지만 그 이전에 협상은 없다.”
현진호가 흑염을 손에 두른 채 이야기하자 엘프 여인은 잠시 대치했다. 그러자 뒤에서 여인의 동료가 소리쳤다.
“이샤린 님 허언이 아닙니다. 저 불길이 숲에 닿는 순간 주변에 있는 모든 게 타버릴 겁니다.”
하지만 이샤린은 여전히 고민했다. 그러자 현진호는 이야기했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이건 부탁 따위가 아니야. 전부 죽든가 아니면 내 동료를 내놓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이번이 마지막 경고다.”
이샤린은 결국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풀어줘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속박이 해제되자 장희서는 덜덜 떨면서도 빠르게 현진호를 향해 달려갔다.
현진호는 장희서가 자신의 바로 앞으로 오자 그녀를 등 뒤로 피신시킨 뒤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지켜줄 테니까.”
“…고마…워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떨리던 장희서의 온몸이, 현진호가 내뱉은 한 마디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정되기 시작했다.
현진호는 흑염을 해제한 뒤 이샤린에게 이야기했다.
“안내해라. 내가 전에 약속한 대로 네 말을 따를 테니까.”
동료를 되찾았으니 저항하리라 생각했던 이샤린의 예상과 달리 현진호가 순순히 협조하자 그녀는 현진호를 경계하며 손짓했다.
“따라와라.”
그녀의 뒤를 쫓아 이동하자 숲으로 뒤덮인 거대한 마을이 나왔다. 현진호는 간파를 사용해 주변을 탐색했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더욱 많은 엘프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현진호 님… 제가 미끼가 될 테니 도망치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현진호는 그렇게 대답한 뒤 이샤린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따라 가야 되는 거지?”
“다 왔다.”
이샤린은 높은 나무 위에 있는 연로한 엘프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했다.
“대장로님. 숲속에서 인간을 발견하여 심문하기 위해서 데려왔습니다.”
“한 명만 들여보내라.”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위험한 불길을 다루는 사내. 그자를 안으로 들여라.”
이샤린은 곧바로 현진호에게 안으로 들어가며 손짓했다. 현진호가 장희서와 함께 들어가려고 하자 이샤린은 곧바로 제지했다.
“대장로님이 들어오라 한 것은 너뿐이다. 동료는 밖에 놔두고 가라.”
“불가능하다.”
현진호가 단호하게 말을 내뱉자 다시금 엘프들이 전투 태세를 준비했다. 그러자 대장로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했다.
“동료를 같이 들여도 되니, 제지하지 마라.”
“그렇다면 저희도 들어가 대장로님을 지키겠습니다.”
“이샤린. 그리고 다른 엘프들은 그곳에 있어라.”
“하지만…!”
“내 말을 듣거라.”
대장로가 이야기하자 결국 이샤린은 뒤로 물러섰다. 현진호는 장희서와 함께 계단처럼 생긴 나무줄기를 한 걸음씩 올라, 대장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소란스럽게 모시게 된 것을 사죄드리겠습니다. 최근 엘프족을 공격하는 인간들이 많이 존재하여 저희 마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의도치 않게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현진호는 대화의 여지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한 뒤 대장로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를 불러온 이유는 뭐지?”
“방금 전에 이야기해 드렸다시피 저희 엘프 마을은 인간들의 침공을 수시로 받고 있습니다. 당신도 인간이며, 저희 종족의 영역 안에 발을 들이고 있었으니 심문하기 위해서 데려온 것이죠.”
“심문을 위해 데려왔다는 것치고는 우호적인데.”
“당신에게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악한 이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기운이죠.”
“어떤 기운이 느껴진다는 거지?”
“악인들의 비명이 제 귓가에 들려옵니다. 수천 명이 넘는 죄인들이 울부짖는 고통의 소리가 들려오는군요.”
현진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대장로는 덧붙였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에겐 당신이 죽인 혼들의 비명이 들립니다. 수없이 많은 죄인과 악인을 죽이셨군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신이 죽인 이들 중 선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죽였으나 악한 이들을 없애 선한 자들을 살렸으니 당신은 추악한 인간과는 결이 다릅니다.”
현진호는 그 말을 다 듣고 반문했다.
“그게 끝인가? 내 동료를 붙잡아 인질로 삼은 것도 모자라, 우리를 강제로 끌고와놓고?”
“….”
대장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인지 당황했지만 이윽고 검을 현진호에게 건네주며 이야기했다.
“죄를 물으시려거든 저에게만 물어주십시오. 밑에 있는 아이들은 죄가 없습니다.”
현진호는 검을 들고 대장로의 목에 겨눴다. 하지만 대장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챙그랑
현진호는 검을 땅에 던진 뒤 이야기했다.
“애초에 내가 베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고 있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막무가내로 사람을 죽이시는 분이었다면, 선한 자들의 영혼이 당신에게 붙어있었겠지요.”
이윽고 대장로는 진지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러나 방금 전 이야기 한 것은 진심입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죄를 물으실 것이라면 차라리 저를 처분해주십시오.”
“됐다.”
현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로도, 그리고 엘프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궁금한 게 있다.”
“물어보십시오.”
“나는 너희들이 살고 있는 곳과 전혀 다른 행성에서 왔다. 지구라는 곳에서 게이트를 통해 이곳으로 이동했지. 하지만 너희들이 칭하는 인간이라는 표현은 우리와 동일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간단합니다. 저희 아텔리아 행성에도 인간이라는 종족이 존재합니다. 저희들이 칭하는 것은 아텔리아 행성에 있는 인간입니다.”
현진호는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지구에 여러 생명체들이 존재하듯 아텔리아 행성에도 여러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우리는 아텔리아의 인간들이 아니다. 영토에 침범한 것도 고의가 아니고. 오해가 풀렸다면 이만 돌아가보지.”
현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대장로는 현진호의 손목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얼마 뒤 인간들의 대규모 침공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당신이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불가능하다. 방금 전까지 내게 칼과 활을 겨눈 너희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으니까.”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드리겠습니다.”
현진호는 그냥 떠나버릴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히든 게이트를 언제 또 찾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A급이나 되는 히든게이트를 버리고 그냥 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큰 손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대족장에게 이야기했다.
“화염구 특성을 얻고 싶다. 가능한가?”
대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엘프 대족장은 타인에게 일생 동안 단 한 번. 자신의 특성을 계승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합니다. 제가 화염 특성을 지니고 있으니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당신에게 계승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진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간파를 사용해 대족장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상당히 높은 레벨과 스탯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건 방금 전 내뱉은 말이 사실이라는 것.
엘프 대족장의 권능 [계승] : 단 한 번 자신이 지닌 특성 중 한 개를 타인에게 계승할 수 있습니다.
보유 중인 특성
▶숲의숨소리
▶화염구
▶바람칼날
▶촉진
▶오염정화
.
.
.
심지어 보유 중인 특성은 30개가 넘어갔다. 대족장이라는 직책에 걸맞게 식물과 관련된 특성들이 즐비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공격, 방어 특성들이 많았다. 꽤나 가치 있는 특성들이 많았기에 탐이 났지만 현진호에게 제일 우선되는 것은 고작 C급에 불과한 화염구였다.
“하나만 질문하지. 다른 엘프들은 특성이 많지 않던데, 왜 네게는 30개가 넘는 특성이 존재하는 거지?”
“…어떻게 그런 내용을 아시는 겁니까?”
“내 눈에는 보이니까.”
엘프족장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찻잔을 꺼낸 뒤 천천히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제가 30개 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이유는 선대 대족장분들이 죽으면서 쌓인 특성이 새롭게 취임한 대족장에게 이전되기 때문입니다.”
“나한테 특성을 계승한다면, 차기 대족장에게 특성을 못 주는 거 아닌가?”
“제가 죽으면 후계자에게 대족장의 권능이 자연스레 이동합니다. 동시에 보유 중인 특성도 모두 후계자에게 돌아가지요. 계승 능력과는 다른 차원의 영역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한 번 계승한 특성은 영원히 당신 것이 되니 그 부분도 우려하지 마십시오.”
현진호는 화염구 특성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사실에 미칠 듯이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우려스러웠다.
살면서 단 한 번. 다른 사람에게 특성을 직접 지정하여 계승할 수 있는 능력. 그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천문학적인 것이다. 그런데 거리낌 없이 그것을 보상으로 내밀었다는 건 부탁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
‘하지만 방법이 없다.’
언제까지고 화염구가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을 견뎌가며 히든게이트를 떠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고작 7일도 남지 않은 상황. 프라임 서클 해외지부 연합원들과의 대련 날이 다가오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화염구를 얻어 흑염을 원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했다.
현진호는 이것저것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했고, 결론을 도출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화염구를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또한 다른 이들의 침공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현진호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프라임 서클 해외지부 연합이 한국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첫날. 현진호가 느낀 절망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인간이 왜 엘프를 침공하려 드는 거지? 너희들이 무언가를 잘못했나?”
“맹세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그저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존재들.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신성한 힘을 가진 단 하나뿐인 세계수. 그것의 뿌리와 잎을 사용하면 그 어떤 질병도 치유할 수 있고, 심지어 수명조차도 늘릴 수 있는 영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들이 그 정보를 알게 된 이후에 주기적으로 저희에 대한 침공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저 자연과 같이 살아갈 뿐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하여 저희가 숭배하는 세계수를 통째로 잘라 가져가려 하고 있습니다. 엘프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고문하여 정보를 취득하고 그 정보를 통해 다시금 저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세계수를 내주는 것은 안 되나?”
“그건 살기 위하여 부모를 내어주라는 말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세계수를 내어준다 하더라도 인간의 탐욕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세계수를 얻고 난 이후에는 신성한 기운을 가진 이 숲의 모든 것을 탐하겠지요.”
현진호는 그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많은 것을 가질수록 더 큰 것을 탐하는 이들이었으니.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면 내가 직접, 그들과 대화를 해보도록 하지.”
“그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습니다.”
현진호는 검을 허리춤에 넣은 채 대답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무력을 사용하겠다. 그러니 안내해라.”
* * *
아텔리아 행성에 존재하는 인간들.
현진호는 그들에 대해서 엘프들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단 실제로 자신이 보고, 경험한 뒤 판단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라도 엘프들이 나를 속이는 걸 수도 있으니까.’
인간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현진호의 말에 엘프족장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