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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사랑 (1)
1.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사랑 (2)
1.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사랑 (3)
1. 거짓으로 쌓아 올린 사랑 (1)
결혼하고 일 년 정도 지났을까, 어느 순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처음으로 통증을 느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어릴 적에 돌아가신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기에, 혹시 유전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 왔다. 하지만 의사는 매번 심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몇 번이고 검사했지만 언제나 결과는 같았다. 감당해 내기 버거운 통증을 이유도 모른 채 삼 년 정도 버텨 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저 호흡을 가다듬으며 이제는 일상이나 다름없는 통증을 애써 참아 내려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모든 것이 이상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안쪽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평소에 잠깐 느끼고 마는 그런 게 아니었다.
누군가 내 목을 옥죄고 온몸을 구타하는 듯한 고통. 걸을 때마다 칼날 위를 거니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발끝을 타고 올라왔다. 팔목부터 시작해 어깨까지 못 보던 상처마저 수두룩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의료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직감적으로 몸에 큰 문제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치료만 제대로 하면 금방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시슬리, 치료할 수 있다. 네가 시한부일 리 없어. 제국의 모든 의사를 불러와 다시 진단하라고 지시할 테니, 너는 신경 쓸 필요 없다. 내가 전부 해결하겠다.”
“소용없습니다, 공작님. 이미 늦었어요.”
“아니! 늦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든 너를 낫게 할 테니, 그러니까….”
바보같이, 착각인 것도 모른 채.
“제발 모든 걸 포기한 듯한 표정은 짓지 마.”
결혼한 지 삼 년째 되던 해에,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것도 남편이 보는 앞에서.
***
어린 시슬리의 기억 속 아버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나 뒤뜰 정원에서 보내는 사람이었다. 상냥한 어머니는 언제나 아픈 아버지의 손을 맞잡은 채 붉어진 눈가를 숨기고는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브린힐즈 가문에 대해 알지 못했던 어린 시슬리는 처음에는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피를 토할 것처럼 기침해도 의사를 부르는 대신 손을 부여잡았으니까. 마치 그게 목숨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움켜쥔 채 놓지 않았다.
나중이 돼서야 어머니가 얼마나 간절하게 아버지를 살리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빠, 오늘도 많이 아파?”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미안해, 시슬리. 같이 마을에 내려가기로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네.”
“괜찮아, 근데 엄마가 자꾸 울어.”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힘을 사용했지만, 결국 아버지는 시슬리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시슬리, 잘 들으렴….’
아버지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어린 딸에게 속삭였다.
‘네가 가진 힘을 숨겨. 누군가 네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더라도 결코 힘을 사용하면 안 돼.’
시슬리는 반드시 그러겠노라 약속했지만, 끝내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지 못했다.
“죽으라고 보내 놨더니, 쓸데없이 자식을 남겨놨군.”
모든 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렌티아 후작이라 불리는 자가 시슬리를 찾아오면서 시작되었다.
***

시슬리의 아버지, 리안은 렌티아 후작 가문의 계승권을 가지고 있는 장자였다.
하지만 표면상일 뿐, 누구도 리안을 후작의 공식적인 장자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리안을 낳다가 죽은 그의 어머니가 렌티아 후작의 정부라는 이유에서였다.
“천한 것이 태어났구나.”
정부의 뱃속에서 태어난 만큼 후작성 내에서 리안을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렌티아 후작 부인, 알레크시아는 사생아인 리안을 증오했다.
하지만 리안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 버리는 행위 따위는 하지 않았다. 당시에 알레크시아는 태중에 늦둥이 둘째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마님, 어떻게 할까요?”
“후우…. 남는 창고 방이 하나 있지 않니? 적당한 하녀를 유모 삼아 붙여 둬.”
증오하는 것에 비해 표출하는 분노는 현저히 적었다. 모성애보다는 얼마 전에 만난 집시 때문이었다.
알레크시아는 집시에게서 자신의 아이가 아들이라는 확답을 들었던 터라, 조금 너그러워진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정부가 아들을 출산해도 본처가 똑같이 아들을 낳으면 상관없었다. 자존심에 흠이 가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괜찮았다.
그러나 알레크시아는 리안을 죽이지 않고 자비를 베풀어 살려 둔 걸 평생 후회하게 된다.
“아아아악!”
“마님, 진정하세요!”
“진정? 어떻게 진정해! 아들이라며! 아들이랬잖아!”
알레크시아가 출산한 날, 수도 아실리에서 집시 여인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범행을 사주한 이는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레크시아였다.
그녀의 뱃속에서 고대하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 나온 탓이었다. 애초에 수정 구슬로 점쳐 나온 결과를 무턱대고 믿은 게 잘못이었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당장 그놈을 산짐승한테 밥으로 던져주고 와! 아니면 강물에 던져 버려!”
알레크시아는 출산 과정에서 몸에 문제가 생겨 더는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이미 얼마 전에 시집을 간 첫째 딸이 있었다. 그런데 둘째도 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아기를 갖지 못했다.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을 수 없었던 알레크시아는 리안을 죽여 버리라 악을 써댔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게 있었다.
“알레크시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죄 없는 아기를 죽이라 할 수 있소!”
렌티아 후작은 여성은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사내였다.
알레크시아가 딸을 낳았을 때, 그는 이를 빌미 삼아 정부를 들였다.
이번에 또다시 딸을 출산하고 두 번 다시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자, 그녀를 내쫓고 아예 새 아내에게서 아들을 볼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친정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렇다고 형제가 있나, 애정하는 조카라도 있으면 모를까 렌티아 후작은 외동아들이었다. 자신이 젊은 시절 작위를 잇는 걸 반대했던 방계에게 작위를 물려주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러자 렌티아 후작은 반쪽짜리지만 어쨌든 자신의 피를 물려받은 리안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뒤늦게 유모에게서 리안의 몸이 약하다는 말을 듣자, 하나뿐인 후계자를 창고 방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3층 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겨우 진정하고 산후조리를 하던 알레크시아가 또다시 발악했다.
“개자식, 내 눈앞에서 정부를 들이더니 이제는 정부의 자식을 후계자로 삼으려 들어?”
알레크시아는 몇 번이고 리안의 목숨을 노렸지만 후작의 방해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렇게 리안이 열두 살이 되었을 때였다.
첫째 딸, 엘레나가 아들과 딸 쌍둥이를 낳았다. 하나뿐인 아들이기는 해도 한구석으로는 첩의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던 렌티아 후작은 소식을 듣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스카의 탄생과 동시에 리안이 후작의 눈 밖으로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때마침 리안이 각혈했다는 소식을 들은 렌티아 후작은 멀리 치워버릴 기회라 여겼다.
요양을 빌미 삼아 리안을 후작의 소유로 있는 영지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곳에는 숲 한가운데에 지어진 오래된 양옥집이 있었다.
마부에게 지시해 도착하는 대로 리안을 양옥집에 가둬 두라고 지시했다. 먹을 건 물론, 시종 한 명조차 배치하지 않았기에 굶어 죽거나, 병을 앓다가 죽을 거라 생각했다.
‘오스카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리안이 병으로 죽었다고 공표해야겠군. 계승권은 장자가 물려받는 게 관습인데, 리안이 죽고 나면 대체할 다른 남자 형제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오스카에게 물려줄 수 있겠어.’
하지만 렌티아 후작은 리안에게 너무나 무심했다.
리안이 알레크시아의 위협 속에서도 십이 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후작의 도움만 있는 건 아니었다.
리안이 렌티아 후작의 계획을 알아차리는 건 식사 때마다 독이 들었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순순히 마차에 오른 리안은 마부가 잠시 쉬는 틈을 타 몰래 미리 훔쳐둔 패물을 쥐고 도주했다. 고작 열두 살이었지만 거침없었다.
십이 년 동안 살았던 후작성에 비하면, 처음으로 마주한 바깥세상은 자유로 가득한 곳이었다.
리안은 그렇게 언제 죽을지 모를 약한 몸을 이끌고 그들에게서 도망쳤다.
***
아버지를 잃은 지 몇 년 만에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러야 했던 어린 시슬리는 갑작스레 제 앞에 나타난 렌티아 후작을 경계했다.
“누구신가요? 저를 아시나요?”
“네 아비가 나에 대해 말해주지 않은 게냐?”
시슬리는 그제야 코웃음을 치는 렌티아 후작이 자신의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혹시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인가 싶어 긴장이 살짝 누그러진 그 순간, 후작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사내들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뭐, 알아 봤자 달라지는 건 없겠지. 뭣들 하고 있냐. 이 계집을 붙잡아라!”
“이게 무슨 짓입니까! 놓아주세요!”
팔이 붙들리자 시슬리는 뒤늦게 저항했다. 아직 어린 여자아이가 사내 서넛을 뿌리치기란 불가능했다. 렌티아 후작은 마치 처분하기 힘든 골칫거리를 내려다보듯 혀를 찼다.
리안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뿐만 아니라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다.
슬슬 오스카에게 계승권을 넘겨주기 위해, 관리인을 양옥집으로 보냈다. 그래도 아비였으니 시신은 회수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집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시신은커녕, 누군가 들어온 흔적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다.
후작은 곧장 리안이 타고 있던 마차의 마부를 불러왔고 매질을 한 끝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그날 도련님께서 도망쳤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거짓말을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마부는 대충 둘러대면 들키지 않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후작이 리안의 시신을 회수해 오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거짓말을 한 대가로 혀가 뽑혔다.
이후 렌티아 후작은 수소문하며 리안을 추적했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탓에 쉽게 찾을 수가 없었고, 겨우 발견했을 때 리안은 사망한 상태였다. 대신 리안의 피를 이어받은 시슬리가 있었다.
“죽을 거면 홀로 죽을 것이지.”
관습에 따르면, 계승권을 가진 이가 사망하면 그의 자손이 계승권을 물려받아야 했다. 시슬리가 살아 있는 이상 오스카에게 계승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시슬리를 본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리안의 외모는 걸출했고, 나이에 비해 똑똑한 머리를 가진 편이었다.
보아하니 시슬리는 리안의 좋은 점만 빼닮은 듯싶었다. 웬 이상한 희멀건 머리카락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나중에 독특한 취향을 가진 늙은 귀족에게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잘만 길들이면 나중에 쓸만한 결혼 매물로 내놓을 수 있을지 몰랐다. 골수만 쪽쪽 빨아 먹고 버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시슬리를 죽이는 대신 끌고 돌아오자, 알레크시아는 불같이 화를 냈다.
“저 계집애가 계승권을 포기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부모도 없는 고아 계집의 말을 누가 들어 주겠어? 설령 그렇게 말해도 정신이 이상한 아이라고 밀어붙이면 되는 거 아닌가?”
“차라리 죽이면 될 일이에요!”
“제 아비를 닮아 미색은 뛰어나니 이래저래 쓸모가 많을 거야. 적당히 가르치고 욕을 먹지 않을 정도로만 예법을 배우게 해. 그리고 제발 그놈의 성질머리 좀 고쳐!”
렌티아 후작은 한번 정한 결정을 바꾸는 법이 없었다.
결국, 알레크시아는 시슬리에게 후미진 방 하나를 내어 줘야 했다. 그조차도 그녀에게는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리안을 닮아 있어 볼 때마다 속이 뒤집혔다.
그날부터 알레크시아는 시슬리를 마구 괴롭히기 시작했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반항도 해 보고, 도망도 쳐 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모진 매질과 어두운 독방, 오랜 굶주림이었다.
행색을 갖추게 하라는 지시 덕분에 하녀보다 못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지만,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다. 식사 때는 당연히 참석하지 못했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곧바로 갇혔다.
너무 힘들어 울기라도 하면 그날은 죽기 직전까지 알레크시아에게 매를 맞았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이었다.
시슬리는 맞는 게 무서워 항상 숨죽여 울어야 했다. 베개에 눈물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허겁지겁 낡은 소매로 닦아냈다.
하지만 비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아서 결국 베갯잇을 모두 적시고 말았다. 성인이 되었을 때는 체념했다.
삶에 미련 따위 없었다. 늙은 귀족의 후처로 보내지든, 어디 몇 번째 첩으로 팔려 가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후작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았다. 시슬리에게 희망은 없었다.
그러니 자신이 공작부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벨란체 공작님께서 제게 청혼서를 넣었다고요?”
레널드 이벨란체. 좋게 말하자면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제 부모와 친척들을 모조리 죽인 후 공작의 자리에 오른 괴물이었다.
“아무리 희대의 패륜을 저질렀고 미천한 하녀의 핏줄이라고 한들, 그자는 제국의 공작이다. 권력이라는 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법이지. 그때 죽이지 않고 거두기를 잘했군.”
그럴 리가 없었다. 왜 하필 자신인지. 시슬리는 혼란스러웠다. 제국 내에서 레널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교계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 또한 없었다.
겉모습만 그럴듯한 반쪽짜리 후작 영애. 항상 이름 대신으로 불리는 호칭을 공작이 모를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가 청혼서를 잘못 넣었다고 생각했으나, 실물로 받아본 청혼서에는 분명 ‘시슬리 렌티아’라고 적혀 있었다.
심지어 레널드는 결혼 지참금을 거절하고, 예물로 천연 광물이 채굴되는 광산 소유권과 유명 화가의 작품 세 점, 금화가 그득히 쌓인 상자 다섯 개를 보내왔다. 마차에서 끝없이 나오는 사치품을 보며 시슬리는 의구심을 품었다.
혹시 렌티아 후작과 레널드 둘 사이에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도 해 보았지만, 역시 거두길 잘했다며 자화자찬하는 후작을 보니 또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어째서 공작은 나에게 청혼서를 넣은 걸까.’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결혼식은 차차 준비되었다. 공작과 시슬리의 결혼식이었지만, 그녀의 의견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청혼서를 넣은 상대는 분명 시슬리 렌티아였을 텐데.”
레널드가 기별도 없이 마차 두 대를 끌고 후작성에 방문했다.
“왜 자꾸 상관도 없는 자가 공작성에 드나드는지 모르겠군.”
그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뒤따라오던 다른 마차의 탑승자를 끌어내리는 일이었다. 정원 손질에 한창이던 시종들은 레널드의 손에 붙들린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내 신부는 지금 어디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