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끝의 탑스타 07권
내 손끝의 탑스타 07권
내 손끝의 탑스타
07
박굘
내 손끝의 탑스타 07권
차례
Chapter 01. 어울림 라이징 시즌 2 - 2
Chapter 02. Englishman in New York
Chapter 03. 꿈은 사소함으로
Chapter 04. 뉴욕의 잠 못 이루는 밤 - 1
내 손끝의 탑스타 07권
Chapter 01. 어울림 라이징 시즌 2 - 2
‘어울림 제1차 신입 사원 공개 채용’
서류 첫 장에 적힌 제목이 제법 비장해 보였다.
현우는 어울림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유능한 동료이자 든든한 친구인 손태명도 있었고, 성실한 최영진도 있었지만, 슬슬 인력 부족을 느끼고 있었다.
서유희도 새로 영입이 되었고, 이제 i2i 멤버들의 예능 출연이나 개인 스케줄도 생겨날 것이 분명했다. S&H에서 걸즈파워의 엘시도 영입했다. 당분간 우울증 치료를 하고 휴식 기간을 가지는 데 전념하겠지만 그녀는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야 코인 엔터의 백동원 팀장과 플래시즈 엔터의 이기혁 실장이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회사 매출이 점점 커지면서 자금도 풍족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현우는 어울림의 내실을 더 공고히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함께 믿고 일할 좋은 사람들이 필요한 법이지.’
딸랑. 대표실 밖에서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송지유였다. 대표실 문이 열리고 송지유가 나타났다.
“왔어?”
현우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반겼다. 지유는 현우를 쓱 살펴보더니 책상에 놓여 있는 맥주 캔 수부터 살폈다.
“한 개 마셨네요.”
“응, 너 온다고 해서 혼날까 봐 자제했지.”
“잘했어요. 특별히 하나 더 마시게 해줄게요.”
송지유가 친히 미니 냉장고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내 현우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캔 맥주 하나를 집어 들었다.
두 사람이 건배하고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알싸하고 구수한 향과 함께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현우는 가만히 송지유를 살펴보았다. 맥주를 마시는 것도 그림 같았다.
“맥주 광고 때 지금처럼 마시면 딱 좋을 것 같다, 지유야.”
“또 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 왜?”
“내가 왜 맥주 마시는 거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오빠 몸 상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일주일에 쉬는 날이 하루도 없잖아요. 매일 사무실에서 술 마시면서 일하는데 걱정돼서 못 살겠어요. 알아요?”
송지유가 현우를 책망하고 있었다. 현우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찡했다.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그래서 유부초밥에 홍삼 절편 넣었던 거고?”
“네, 근데 맛없었어요? 유희 언니는 맛있다고 했는데.”
송지유가 테이블 위로 도시락을 올려놓았다. 뚜껑을 열자 문제의 유부초밥이 보였다.
‘이번에는 뭘 넣은 거지?’
현우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걱정을 해주는데 차마 난생처음 겪어보는 신세계의 맛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 해봐요.”
“아아악!”
송지유가 젓가락으로 유부초밥을 집어 현우의 입에 넣어 주었다. 역시 첫맛은 훌륭했다. 서서히 무언가가 씹혔다. 딱딱하면서도 물컹했다. 그리고 역시 썼다.
“안, 안에 들은 거 뭐야?”
“도라지 절편이에요. 피로회복에 좋다고 해서 넣어봤어요.”
“도, 도라지?”
차마 내색도 못 하고 현우는 유부초밥을 그냥 꿀꺽 삼켰다.
드르륵.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살았다!’
현우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 수호야!”
―형님? 무슨 일 있으세요? 목소리가…….
“아, 아냐, 아무 일도 없어.”
―……혹시 어디 아프세요?
차마 도라지 절편이 들어간 유부초밥을 먹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송지유가 젓가락으로 또 유부초밥을 집었다. 현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 눈을 감았다.
“아아악!”
―혀, 형님? 겨, 경찰 부를까요? 네?!
“괘, 괜찮아. 번역은 다 했고?”
―방금 전에 회사 메일로 보냈어요. 진짜 괜찮으신 거죠?
“응, 지유가 와서 간단하게 야식을 먹고 있었거든.”
―야식이요? 어떤 야식인데 그렇게 힘들어하세요?
송지유가 고개를 갸웃했다.
“수호 오빠가 뭐라고 하는데요?”
“별거 아냐. 그냥 일상적인 대화?”
현우는 얼른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벽 쪽으로 붙어 전화를 다시 받았다.
“수호야, 아무튼 고생했다. 조만간 일본 갈 일이 생길 거야. 그때 보자.”
―네, 형님.
“근데 일본에서도 유부초밥에 홍삼이나 도라지나 이런 거 넣어?”
―예? 그럴 리가요. 그런 걸 어떻게 먹어요. 음식 쓰레기지.
“하하. 그래그래. 일단 끊자. 수고하고.”
툭. 전화가 끊겼다.
“빨리 와요. 몸에 좋은 거 먹어야죠.”
“어? 응.”
현우는 도라지 절편 유부초밥을 다섯 개나 더 먹은 후에야 송지유에게서 풀려났다.
“으음.”
현우는 노트북을 켜고 박수호가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3ch 등 일본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반응들이 싹싹 긁어모아져 있었다.
현우는 우선 3ch의 반응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한국 13인조 아이돌 i2i 정보 스레드]
오늘 후지 TV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 i2i를 소개했다. 나는 관심 있게 봤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참고로 나는 한류 아이돌은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쨌든 조만간 일본에서 데뷔할 것 같다.
게시글 밑으로 수십 장의 화면들이 캡처되어 있었다. 일본 네티즌들의 댓글들이 꽤나 많이 달려 있었다.
└ 한류 아이돌은 뷰티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뷰티는 못 넘어. 도쿄 돔에서 콘서트까지 했다고
└ 한국 아이돌은 대부분 정형 ww
└ 정형했을 것 같다.
└ 너희들 너무 부정적이구나. 넷 우익들은 나가라. 문화는 문화일 뿐이다.
└ 다스케 쿠로가 좋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방송을 봤는데 외모도, 노래도, 춤도 일본의 아이돌보다 훨씬 우월했다.
└ 제2의 뷰티가 될 것 같은 예감. 일본 아이돌은 수치야. 아이 같은 노래는 이제 그만둬라.
└ Tokyo47이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돌은 아이돌이어야지.
└ 직장 동료 중에 이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는 동료들이 두 명 있어.
└ 난 i2i의 팬이야. 공사장 공연 때 처음 봤었는데 다들 착하고 예쁘다. 우리 일본에 진출한다면 큰 인기를 얻을 거로 생각한다.
└ 실물은 어땠어?
└ 다들 예뻤어. 그리고 정형 안 했다. 내가 장담한다.
└ 일본 진출은 언제 하는데?
└ 그건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해. 하지만 멀지 않았다고 추측한다. 호우 대표가 일 처리가 빨라서 기대 중이다.
└ 호우? 그 축구 선수를 말하는 건가?
└ 틀려. i2i 소속사 대표의 별명을 말하는 거야. 한국에서는 그 대표의 인기도 많아. 호우라고 부른다. 한국 사람들은 그 대표 기사에 전부 ‘호우!’라는 댓글들을 달아. 상당히 재밌어 wwwww
“하아, 일본에서까지.”
현우는 뒷목을 잡았다. 일본 팬들까지 ‘김현호우!’라는 별명을 알고 있었다.
“난 김태식이 더 마음에 드는데.”
송지유가 웃으며 말했다.
현우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른 일본 커뮤니티들의 반응도 살펴보았다. 송지유도 현우 옆에 바짝 붙어 함께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가 반반씩이네요. 관심 없다는 사람들도 많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할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i2i의 팬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글들도 제법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뷰티와 걸즈파워가 한류 몰이를 하면서 한류 자체에 반감이 있는 일본 네티즌들도 꽤 많았다.
“일본 진출이 마냥 쉽지는 않겠어. 뷰티와 걸즈파워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한류 아이돌을 보는 눈이 높아졌어. 경계심도 더 강해졌고.”
그렇다고 일본 진출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크고 작은 기획사들이 왜 일본 진출에 사활을 거는지 현우는 잘 알고 있었다. 음반 시장 규모만 봐도 10배가 훨씬 넘었다. 그만큼 일본 활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도 엄청났다.
“가자, 지유야. 집에 데려다줄게.”
“맥주 마신 거 잊었어요?”
“아, 그렇지. 그럼 택시로 데려다주지, 뭐.”
사무실을 나가기 전, 현우는 i2i 멤버들의 단톡방에 일본 대중들의 반응이 담긴 파일들을 보내주었다.
* * *
영화 첫 촬영을 앞두고 현우는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야 했다. 우선 광고 촬영 스케줄을 모두 소화해야 했다.
1년 계약에 10억의 개런티를 받고 모 대기업의 냉장고 광고를 찍었다. 로데 주류에서 새로 출시했다던 맥주 광고도 찍었고, 개런티로 총 16억을 받았다. 원래 책정된 개런티는 2년 계약에 14억이었다. 하지만 로데 주류에서 오늘처럼의 돌풍이 송지유 덕이라며 추가로 2억의 개런티를 더 보태준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광고 촬영이 현우와 송지유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1년에 6억짜리 캔 커피 광고였다.
광고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캔 커피 광고는 송지유를 1인칭 시점으로 담는 것을 개요로 하고 있었다. 광고 감독의 지시 아래 현우는 카메라 옆에 바싹 붙었다.
송지유가 현우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카메라가 송지유의 얼굴을 화면으로 담았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스태프들이 탄성을 질렀다.
얼굴 천재라는 별명답게 오직 화면에 얼굴만을 담았는데도 전혀 이상한 것이 없었다. 남자 스태프들은 멍하니 넋을 놓을 정도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큐!”
가을 햇살이 드리워진 오후 4시,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송지유가 카메라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틀더니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찌푸렸다.
“피곤해요? 그러니까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죠? 커피 마실래요?”
카메라가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듯 흔들렸다. 송지유가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스태프들이 선풍기를 틀었다. 송지유의 기다란 생머리가 찰랑 바람에 휘날렸다.
“컷! 다시! 선풍기 조금만 빨리! 지유 씨는 너무 잘하고 있어요! 지금처럼 김현우 대표님을 보고 연기를 하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송지유가 몸을 돌렸고 선풍기 바람이 불어왔다. 송지유의 기다란 생머리가 타이밍 좋게 바람에 찰랑 휘날렸다.
편의점 문이 열리고 송지유가 안으로 들어갔다.
“컷! 좋습니다! 다음 신 준비해!”
편의점 안에서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뒷짐을 지고 송지유가 살랑살랑 걸음을 옮겼다. 카메라가 조용히 근접해서 송지유를 뒤따랐다. 냉장고 문을 열고 송지유가 캔 커피를 두 개 꺼내었다. 그리고 캔을 든 채로 고개를 돌려 정면으로 현우를 응시했다.
카메라가 다시 송지유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오빠 것 하나, 내 것 하나.”
송지유가 애교 섞인 말투와 더불어 마성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컷! 완벽합니다, 완벽해요! 지유 씨와 일하면 정말 편하게 일한다고 하던데 진짜였네요! 하하!”
감독은 신이 났다. 광고의 특성상 짧은 순간에 특정한 표정을 확실하게 담아야 했다. 그래야 겨우 열몇 초밖에 되지 않는 러닝 타임 동안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었다.
“지유 씨가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화보입니다, 화보!”
정말 그러했다. 얼굴이 천재라더니 카메라에 담기만 해도 그냥 광고였다.
마지막 신은 편의점 앞 테이블이었다.
송지유가 테이블 위에 얼굴을 누이고 있었다. 살짝 입술을 삐죽이며 마주 앉은 카메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