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끝의 탑스타 03권
내 손끝의 탑스타 03권
내 손끝의 탑스타
03
박굘
내 손끝의 탑스타 03권
차례
Chapter 01. 인생 그거 진짜 모르는 거다 - 2
Chapter 02. 유리가면
Chapter 03. 고독한 오타쿠
Chapter 04.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
Chapter 05. 당신의 소녀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 1
내 손끝의 탑스타 03권
Chapter 01. 인생 그거 진짜 모르는 거다 - 2
정훈민과 이진이가 돌아가고, 현우는 홀로 3층 사무실로 올라왔다. 대표실 책상에 앉아 현우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망치로 가격을 당한 것처럼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이었다.
‘대체 왜 광고 입찰에서 진 거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광고주 프레젠테이션 때, 분위기는 완전히 재임 미디어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최민철 팀장과 재임 미디어 관계자들도 입찰 경쟁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정도였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게 분명해.’
현우는 대표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최민철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현우는 급히 노트북을 열었다. 현우의 예상대로였다. 포털사이트들은 이미 걸즈파워의 컴백 관련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걸즈파워 맑은이슬 광고 모델로 낙점!]
[걸 그룹 최초로 소주 모델까지, 걸즈파워의 위엄!]
[대형 광고와 함께 화려한 컴백! 걸즈파워!]
기사들을 확인한 현우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방금 전 최민철과 통화를 끝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는 기사들은 그보다 훨씬 먼저 올라와 있었다. 즉, S&H에서는 이미 신창기획에서 광고를 따낼 것을 알고 미리 기사를 내보냈다는 말이 된다.
‘한 방 먹었구나.’
문득 이장호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장호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현우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어울림으로 도착한 최민철은 현우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S&H 쪽에서 로비한 것 같습니다. 매니저님.”
“로비요?”
“네, 로비라고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S&H의 이장호 회장과 이번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원용 이사와 개인적인 친분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기획 홍보팀의 결정을 이원용 이사가 뒤집어 버린 거 같습니다.”
“그래요? 확실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기획 홍보팀 팀장이 직접 상황을 설명해 주더군요.”
“후우.”
현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이사라는 인간이 눈앞에 있으면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리 광고가 광고주의 입김이 강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광고주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며 고생한 기획 홍보팀 직원들은 물론이고, 다른 이사들을 들러리로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원용이라는 사내가 바로 재벌 3세였기 때문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가 아닌 농구공만 한 다이아를 입에 물고 태어난 존재였다.
‘기획 홍보팀 직원들도 잣 같긴 마찬가지겠네.’
화가 나면서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갑자기 손태명이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우야, 빨리 이것 좀 읽어봐!”
손태명이 급히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포털 기사가 떠올라 있었다.
[맑은이슬 광고와 관련된 걸즈파워의 비하인드 스토리?]
인상적인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국내 컴백을 앞두고 있는 인기 걸 그룹 걸즈파워가 연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맑은이슬의 광고를 따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업계 관계자로부터 흘러나와 큰 흥미를 끌고 있다. 이 대형 광고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경쟁 모델은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가수 J 양이라는 것. 걸즈파워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놀라운 음색으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J 양과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고, J 양은 결국 2순위로 안타깝게 밀려나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 어떠한 광고 입찰보다도 치열한 경쟁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J 양은 누가 봐도 송지유네 ㅋㅋ (공감912/비공감89)
―송지유가 했어도 좋았겠는데? ㅎ (공감877/비공감241)
―아니 가만히 있는 여왕님을 왜 까는 거지? (공감765/비공감32)
―기자가 송지유 돌려 까네? ㅋㅋㅋㅋ (공감545/비공감117)
―역시 걸즈파워! 송지유는 한참 멀었지! (공감473/비공감381)
쾅! 현우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최민철이 깜짝 놀랐다.
“매, 매니저님? 왜 그러십니까?”
“…….”
현우는 대답 대신 핸드폰을 최민철에게 내밀었다. 기사를 확인한 최민철도 크게 놀라며 할 말을 잃었다.
현우는 서둘러 노트북으로 주요 커뮤니티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포털 한 귀퉁이에 걸쳐 있던 지라시에 가까운 기사였지만 이미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맑은이슬의 광고 모델로 걸즈파워가 어울린다, 아니면 송지유가 더 어울린다며 서로 댓글들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었다. 걸즈파워니 송지유니 하는 대중들의 치열한 설전은 상관이 없었다. 그저 가십거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기사 하나 때문에 송지유는 걸즈파워에게 밀려 광고 모델에서 떨어진 이인자 이미지가 생겨 버렸다. 연예인에게 포지션은 매우 중요하다. 어떠한 포지션을 잡고 있는지에 따라서 저평가될 것도 고평가가 되고 고평가가 될 일도 저평가가 되고 만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겐 누구에게나 ‘아이돌 출신 연기자는 발연기다’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 그리고 지금 송지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이 기사로 인해 ‘송지유는 걸즈파워보다는 아래다’라는 인식이 무의식적으로 대중들에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현우야, 괜찮아?”
손태명이 현우의 어깨를 짚었다. 굳게 쥐고 있는 현우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태명아.”
“응, 말해.”
“이 쓰레기 같은 기사 누가 낸 거 같아?”
“아마도…… S&H 쪽이겠지.”
현우는 이를 악물었다. 얼핏 대중들이 보기에는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가십거리였지만, 연예 기획사나 연예인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치명적인 공격이 들어온 셈이었다.
“선전포고했다 이거지?”
“현우야? 어떻게 하려고?”
손태명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포털사이트 한 귀퉁이에 걸린 작은 기사였고, 명백한 사실이었다. 또 실명을 표기하지 않았기에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S&H 쪽에서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 ‘언플’을 제대로 한 셈이었다.
현우가 굳은 얼굴로 씩 웃었다.
“어떻게 하긴? S&H에서 먼저 돌을 던졌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상대는 S&H야. 자칫하다간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
“나도 알아.”
손태명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는 현우도 잘 알고 있었다. 거대 기획사 S&H를 상대로 언론 플레이로 맞상대하겠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현우의 어울림은 주목받는 신생 연예 기획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S&H는 연예계와 언론 등 광범위하게 그 연이 닿아 있었다.
“치졸하게 언론 플레이 따위는 하지 않아.”
“그러면?”
“돌 던졌잖아. 그럼 우리도 돌을 던져야 하지 않겠어?”
“현우야!”
“걱정 마. 눈 뭉치 속에 짱돌 하나 넣어서 던지면 맞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니까.”
현우의 눈동자로 독기가 어렸다.
* * *
퇴근 시간을 맞이해 직장인들이 빌딩 숲에서 몰려나왔다. 뒷골목에 숨어 있는 식당들로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흩어졌다. 그리고 그 무리 중에는 ‘얼굴천재지유’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는 박 팀장도 있었다.
단골 가게에서 친구들을 만나 김치찌개를 주문한 박 팀장은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며칠 전에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때문이었다. 박 팀장도 가입해 있는 축구 커뮤니티나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걸즈파워와 송지유 간에 벌어졌던 일 때문에 연일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야, 얼굴 좀 펴라. 네가 떨어졌냐? 광고 하나 떨어지면 어때? 송지유 인기 많잖아. 다른 광고 찍으면 그만이지.”
“너는 내 마음 모른다. 나는 직접 여왕님을 알현한 사람이야. 그리고 나 인터넷 끊은 지 꽤 됐다.”
“담배나 끊을 것이지, 괜히 인터넷은 왜 끊었는데?”
“악플러 놈들 때문에 화딱지가 나서 그런다.”
걸즈파워의 일부 팬들과 악플러들이 주요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며 송지유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팬 카페가 유일한 청정 지역이었지만, 박 팀장은 송지유가 광고 입찰에서 밀린 것이 자신의 연기가 부족했던 탓이라 돌리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옆자리를 슬쩍 보니 맑은이슬 소주병이 대부분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또 가게에서 틀어놓은 TV로 맑은이슬의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걸즈파워가 각선미를 자랑하며 소주병을 내밀고 있었다. 비하인드 관련 기사가 나가고 며칠 후, 온라인과 TV를 통해 걸즈파워의 맑은이슬 광고가 공개된 것이었다.
박 팀장이 홱 고개를 돌렸다.
“여왕님 보고 싶다.”
박 팀장이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송지유와 함께 찍은 사진이 여러 장이나 있었다.
“근데, 좀 이상한데?”
친구 한 명이 넌지시 말했다.
“왜?”
“사람들이 자꾸 이쪽을 쳐다보는데?”
“그래?”
박 팀장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직장인들 일부가 박 팀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피식피식 웃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떤 남자 직장인이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혹시…… 얼굴천재지유 님?”
“어라? 마, 맞는데요?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박 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남자 직장인이 방긋 웃었다.
“하하, 얼굴천재지유 님 맞으시구나! 팬입니다. 저도 지유 님 팬이에요.”
“네, 반갑긴 한데…… 어떻게 저를 알아요?”
“네? 무슨 소리세요? 팬 카페와 WE TUBE 난리 났는데 모르세요?”
박 팀장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진짜 모르시나 보네? 팬 카페 들어가 보세요. 그럼 아실 겁니다.”
“그, 그래요?”
박 팀장은 서둘러 그동안 접속을 끊었던 팬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어?!”
박 팀장이 수저를 떨어뜨렸다. 팬 카페 대문에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공지를 남긴 사람은 운영자들도 아니고 바로 어울림의 김현우 대표였다.
[안녕하세요? 김현우입니다. 팬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 남깁니다. 지유 팬 카페인데 제가 먼저 글을 남겨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번 광고 콘티 영상 촬영 때 도와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팬 여러분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어차피 쓸모가 없어진 콘티 영상이라 팬 여러분들과 공유하는 게 옳다고 생각이 되어서 콘티 영상 올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면 박굘 작가님은 쪽지 확인해 주세요. 제가 팬픽 쓰시는 거 팬이라서 그럽니다. 오해 마시고요. 그리고 지유도 곧 글 올릴 거니까 실망하지들 마시고요. 그럼.
그리고 WE TUBE에서 링크한 동영상들이 쭈르륵 올라와 있었다.
“어?! 이거 뭐야?!”
별안간 박 팀장이 화들짝 놀랐다. 동영상들의 조회 수가 미쳐 있었다. 팬들과 함께했던 네 번째 콘티 영상의 조회 수는 무려 300만이 넘었다. 다른 세 개의 콘티 영상들도 모두 조회 수가 300만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끝도 없을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박 팀장은 급히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포털사이트들도 김현우 대표가 팬 카페에 올린 동영상에 관한 기사들로 넘쳐났다.
“뭐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 *
문제의 그날, 현우는 김성민 감독과 최민철 팀장의 동의를 얻어 콘티 영상들을 팬 카페에 공개해 버렸다. 영화나 다름없는 수준의 콘티 영상들은 팬 카페의 회원들을 통해 주요 커뮤니티로 확산되어 나갔다.
여왕, 혹은 얼음 인형이라 불리는 송지유가 연기를 펼쳤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송지유의 매력적인 모습이 담긴 콘티 영상들은 최대 규모의 동영상 사이트인 ‘WE TUBE’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연예 기자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기사들이 쏟아지며 화력을 더해 주었다.
그렇게 팬 카페에 콘티 영상을 공개하고 5일이 지난 오늘, 포털사이트에선 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송지유가 연기까지? 팬들과 함께했던 광고 영상, 연일 화제!]
[얼음 여왕 송지유는 팬에게는 한없이 자비롭다]
[음원 차트 올킬도 모자라 이제는 ‘WE TUBE’ 조회 수 300만 돌파]
현우는 첫 번째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송지유의 소속사 어울림에서 팬들을 위해 팬 카페에 광고 입찰을 위해 제작했던 콘티 영상들을 공개했다. 총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콘티 영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어울림 측에서 공개한 20분짜리 무편집본 팬 미팅 영상은 단일 조회 수 300만을 넘기며 엄청난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얼음 인형이라 불리며 대중들에게 거리를 두고 있던 송지유의 친숙하고 솔직한 매력에 여성 팬들도 급증하고 있다.
기사에는 콘티 영상들이 링크되어 있었다. 현우의 시선이 자연스레 댓글들로 향했다.
―그냥 갓 지유! (공감1,322/비공감92)
―팬들 하나하나 챙기는 거 봐. 빠져든다. (공감1,206/비공감101)
―얼굴천재지유 ㅋㅋㅋㅋ 닉네임 개 웃기네! ㅋㅋ (공감1,123/비공감49)
―진짜 팬들이 다 해주네. 팬인데 닉네임이 고문관지유야 ㅋㅋ 그 옆에는 말년병장송지유 ㅋㅋㅋ 팬들이 진짜 웃기다. 매니저와 만담을 하네? ㅋㅋ (공감1,084/비공감82)
―맑은이슬 큰일 났네 ㅋㅋ 아무도 걸즈파워 광고에 관심이 없어 ㅋ (공감987/비공감158)
―뭐냐? 맑은이슬 미쳤네. 그냥 봐도 송지유 광고가 훨씬 수준 높은데, S&H에서 돈 풀었냐? (공감921/비공감148)
―맑은이슬 광고 모델 너무 질림. 서주아도 가슴만 부각시키더니 걸즈파워도 짧은 치마 입혀서 그냥 눈요깃거리나 만드네. 팬으로서 짜증 난다. (공감877/비공감292)
송지유를 향한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반면, 주로의 기획 홍보팀은 며칠째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었다. 비싼 연봉 받으며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는 조롱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오늘 새벽, 사달이 일어났다. 대중들의 비난을 이기지 못한 주로의 기획 홍보팀 직원이 술에 잔뜩 취해 SNS에 익명으로 글을 남겼다. 그리고 그 글은 대중들에게 엄청난 떡밥을 제공했다.
[*발 인생 조가타…… 인생 사십 넘게 살아보니 깨다라따…… 결국 제일 중요한 건 부모 잘 만나는 거다…… 일 조온나 열시미 해봐야 부모 잘 만난 대표이사 넘 못 조차간다…… S&H는 이장호가 최고…… 왕후장상 영유종호…….]
이 글을 네티즌 수사대가 분석했고, 재벌 3세인 이원용 대표이사가 광고 모델 선정 과정에서 이장호 회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기획 홍보팀에 압력을 넣었을 것이라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주로는 홈페이지에 루머를 해명하는 글까지 올려야 했다.
현우는 걸즈파워와 관련된 기사들 몇 개를 살펴보았다.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걸즈파워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에 걸즈파워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거의 없었다. 대신 S&H가 루머 때문에 욕을 먹고 있었다. 평소에도 언플 기획사다, 아이들 코 묻은 돈만 노린다 등의 비난과 함께 안티 팬들이 유독 많은 기획사다웠다.
무엇보다도 현우를 웃게 하는 건, 맑은이슬의 제조사인 주로가 갑질 논란으로 대중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광고와는 전혀 관련 없는 비난들이 쏟아졌다.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불만들이 이번 광고 사태로 터지고 만 것이었다. 비난의 종류도 다양했다. 소주가 맛이 없다느니 심지어 작년에 있었던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들도 쏟아졌다.
“이제 좀 속이 후련하네.”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현우가 피식 웃었다. 손태명과 오승석이 질린 얼굴을 했다. 그동안 현우는 대표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기어코 손에 쥐고야 말았다.
“S&H에서 가만히 두고만 보지는 않을 거야, 현우야.”
짧게나마 S&H에서 매니저 생활을 했었던 손태명은 통쾌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다. 현우는 이솔이 만들어 주었던 쿠키를 입으로 넣으며 우물거렸다.
“괜찮아. 팬 카페에 팬들한테 감사하다고 글 하나 올린 것뿐이야. 우리 지유가 잘나서 콘티 영상이 화제가 된 걸 나보고 어쩌라고? 그리고 애당초 갑질을 한 건 그 사람들이야. 다 자업자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