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조선식 기관총
반란의 진압
북경으로 가는 길
유극량과 도쿠가와 히데타다
홋카이도 개발
미친 왕이 일본을 지배함
30만 조일영 연합군의 북경 공략 계획
등주 해안에 상륙한 한명련
이순신의 압도적인 승리
누르하치의 패배
천진의 한명련과 다테 마사무네
북경이 눈앞에
북경 포위 섬멸전
영국군과 일본군의 대립
무너지는 자금성
자금성에서 황제로 즉위하다
오배삼고지례(五拜三叩之禮): 다섯 번 절하고 세 번 조아리다
의주의 선조와 임해군
마닐라 전투
다시 한양으로
한양 1595
베트남 전투
영국 침공
앙리 4세
도버 해전
새로운 식민지
광해의 대제국 (完)
조선식 기관총





여전히 영국 신하들 사이에서는 조선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괴혈병으로 죽은 이가 없다는 말도, 동방의 패자라는 주장도 쉽게 믿기 어려웠다.

그러자 이덕형은 그들의 불신을 예상했다는 듯, 여왕의 허락을 받아 궁궐 근처 넓은 평지에서 준비해 온 화포와 탄약을 꺼냈다.
조선의 군관이 앞으로 나서 조총의 격발 장치인 공이(Hammer)를 들어 올린 후, 뇌관 부분의 덮개를 열어 화약 접시가 비어 있음을 확인시켰다.

“보시오!”

이덕형이 외치고, 군관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굉음과 함께 발사된 탄환은 멀리 떨어진 과녁을 정확히 관통했다.
화약 접시 없이 불꽃이 튀며 발사되는 것을 본 영국 대신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눈빛은 비로소 조선의 기술력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한편, 시간은 흘러 일본 오사카성.
천 명이 넘는 사무라이들이 굳게 닫힌 성문 앞에서 격렬하게 외치며 반란을 일으켰다.
칼과 창을 휘두르며 조선의 지배에 항거하는 그들의 기세는 매서웠다.
성벽 위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던 조선군은 침착하게 퍼커션 캡 조총을 장전했다.

“발사!”

명령과 동시에 울려 퍼진 총성은 이전의 화승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고 정확했다.
뇌관이 터지며 즉각적으로 발사되는 탄환에 사무라이들은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쓰러져 나갔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무라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숫적인 우세를 점한 반란군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성문으로 달려들었다.
퍼커션 캡 조총의 빠른 연사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사무라이들의 숫자에 조선군은 점차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성문이 활짝 열리더니 검은 포신을 가진 다섯 대의 기묘한 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에는 영국에서 함께 온 기술자들이 조작하는 또 다른 형태의 화기가 놓여 있었다.

[오사카]손잡이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여러 총신에서 쉴 새 없이 불꽃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선식 개틀링’의 위력이었다.

[런던] 동시에, 이덕형의 시연이 끝난 후 여왕의 지시로 설치된 사격장에서, 영국인 기술자들이 조작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관총’에서도 맹렬한 탄환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두 곳에서 동시에, 맹렬한 탄환의 비가 시작되었다.

[오사카] 갑작스러운 ‘강철의 비’ 앞에 달려들던 사무라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나갔다.
십여 명, 스무 명…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무라이들이 벌집처럼 뚫린 채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런던] 포탄이 박힌 과녁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 있었고, 영국 대신들은 이 상상할 수 없는 위력에 경악하며 할 말을 잃었다.

런던에서는 이덕형의 퍼커션 캡 시연에 놀란 엘리자베스 여왕이 신하들을 재촉했다.

“저토록 놀라운 기술을 가진 조선이라니! 게다가 동인도 회사 설립까지 꿰뚫고 있다니… 이덕형 대사가 프랑스까지 간다고 하니, 서둘러 그들과 굳건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

***

오사카성 위에서 반란이 처참하게 진압되는 광경을 지켜보던 광해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옆에서 허균이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전하, 다섯 대의 기관총 중 두 대가 중간에 잠시 멈췄고, 한 대는 과열로 인해 스스로 작동을 멈췄다고 합니다.”

광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직 완벽하진 않군. 면밀히 분석하여 문제점을 개량하도록 하라.”

그의 눈은 설계도를 향했다.
이장손을 비롯한 군기시(軍器寺) 인사들이 옆에서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광해는 펜을 들고 설계도의 특정 부분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야… 이 ‘탄띠 송탄 구조’만 제대로 보완되면 될 것 같은데… 이미 뇌관과 화약, 탄두가 하나로 합쳐진 통합 탄약은 만들었으니, 이 탄약을 끊김 없이 기계적으로 공급하는 방식만 완벽해지면….”

그의 말에 이장손을 비롯한 군기시 인사들은 놀라움과 함께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이미 기적 같은 이 화기가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는지, 그리고 광해가 말하는 ‘탄띠 송탄 구조’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완벽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광해의 눈은 이미 그 너머의 완성된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전생에 방산 대기업의 무기 개발을 담당했던 기억이 지금의 그에게 거대한 통찰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 시대에 존재해서는 안 될 기술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이첨을 불러오라.”

광해가 냉정한 목소리로 명했다.
그때, 급보가 전해졌다.

“전하! 명나라 수군이 부산포 앞바다에 대규모로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광해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는 즉시 명을 내렸다.

“전라좌수영과 우수영의 모든 함선을 즉시 닝보 앞바다로 출항시키라!”

얼마 후, 명나라 수군이 부산포 앞바다를 봉쇄하고 위세를 떨치고 있을 때, 조선의 거대한 전선들이 남해를 거쳐 명나라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각, 전라좌수영과 우수영의 함대는 닝보 앞바다에 나타났다.
약100여 척의 신형 판옥선과 흑선으로 이루어진 함대였다.

명나라 수군처럼 섣불리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선 함대는 텅 빈 해안선의 넓은 모래사장을 향해 일제히 함포 사격을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갑작스러운 포격 소리에 닝보의 명나라 군과 백성들은 기겁하며 혼란에 빠졌다.

“조선배들이 포격을 하고 있습니다!”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