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오사카로 가는 길
난공불락(難功不落)의 오사카 성
이순신의 반대
신형 거북선
세탁기와 수세식 화장실
포병(砲兵) 우선주의
일본 정벌의 서막
세토 내해 해전
나는 조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오다 노부나가의 철갑선
폭풍전야
불타는 사카이 항
아지강의 대혈투
오사카만의 제갈공명
광해의 정밀 포격
무너지는 오사카 성
절망적인 히데요시
다시 한명련
오사카 성, 불타는 종말
일본을 나의 영토로
교토의 이순신
한양으로 가는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일가
평양성에서의 충돌
엘리자베스 1세를 만나다
오사카로 가는 길





이번 혼인에 대해서 세자빈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더구나 세자가 후궁이라니….
주변의 나인들까지 말들이 많았다.
물론 광해는 후궁으로 맞이하기 전에 세자빈에게 미리 이야기는 했다.
하지만 세자빈인 문성분 부인은 탐탁치않은 마음을 드러냈다.

***

나는 혼인을 하기 전에 세자빈과 함께 동궁전에서 커피를 마셨다.

“어떻소? 맛이 괜찮은가?”
“이 커피가 그 메리라는 아이가 내린 것입니까?”
“그… 그렇소.”
“저하 양이를 후궁으로 맞이하면 말들이 많을 것입니다.”

역시나 좋아할 리가 없었다.
메리는 누가 봐도 절세미녀인 데다가 조선말까지 능통하고 애교도 많았다.
뭇 여인들의 질투의 대상이 아닐수 없었다.
나는 세자빈의 손을 잡았다.

“부인, 부인께서는 이제 양이라는 말은 쓰지 않은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예?”
“오랑캐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영길리 아니 영국인들은 오랑캐가 아닙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있고 우리가 만들지 못하는 큰 배와 큰 화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번 전쟁에서 그리 쉽게 이기지 못했을 것이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하의 용맹으로 승리하신 것입니다.”
“그래 부인은 전쟁에 대해 잘 모르겠지. 여튼 이제 우리 조선이 강대국으로 나가기 위해선 서양인들과의 교류는 필연적이오. 그래서 그런 것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시오.”
“저하께서 어찌 예의나 인륜도 모르는 이들과 가까이 하십니까? 슬플 따름입니다.”

문성군부인… 원역사에서는 나중에 자살을 하는 비극의 여인이다.
지금은 적어도 그런 일은 없으니… 하지만 내가 다른 근심거리를 던져준 것인가?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지금 저 유림들도 생각이 바뀌고 있는데 어찌 이 나라의 세자빈이자 장차 국모가 될 사람이 거기에 머물고 있소?”
“저하 진리는 불변한 것이옵니다.”
“어허 뭘 위한 진리인지 모르겠소. 모두가 만족하고 있는데 어찌 그대만 그러는지…쯧.”
“저하가 무서워서 말을 못하는 것일 뿐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밖으로 나왔다.

‘어쩐지 일이 너무 착착 풀린다 했더니 저런 바가지가 기다리고 있었군.’

나는 여인의 투기라 생각하며 메리와의 혼인을 진행했다.

***

제물포의 공장에서는 청류당 조합의 설탕이 차근차근 만들어지고 있었다.
한지에 포장이 되거나 도자기 그릇에 넣어서 나무상자로 들어갔다.
습기가 생기지 않게 조심했다.

포구에서는 명나라 상인들이 이 설탕을 배에 싣고 있었다.

이 설탕은 밀수의 형태로도 팔고 있었다.
바로 일본으로도 수출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누와 설탕이 몰래 밀반출되고 있었다.
설탕은 몰라도 비누는 군사 전력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일본으로의 수출은 금지했으나 조선의 비누가 어느 새 소문이 나서 일본의 상류층에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물건이 되었다.

***

특히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몸에 부스럼이 자주 났다.
지금으로 치면 피지가 과대하여 모공이 막혀 나는 모낭염과 비슷했다.
지금이라면 심하면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쓰겠지만 이 시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이에야스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 인삼을 먹고 효과를 봤으나 그것도 한정적이었다.
기름끼때문에 이런 부스럼이 심해진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것이었다.
그에게 조선의 비누가 좋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비누를 가져오도록 했다.
과연 그 비누는 효과가 아주 좋았다.
과도한 유분이 사라지니 부스럼이 많이 덜해진 것이다.

“조선은 기술을 천시하는 나라라 들었거늘 지금은 그게 아니지 않느냐?”
“예 주군! 왕자가 정권을 잡고는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기술이라면 무기에도 영향을 끼쳤을 터… 쉽지 않은 싸움이 될것 같군.”

시마즈 요시히로와 모리 데루모토 그리고 다테 마사무네까지 석고가 많고 용맹한 다이묘들이 살아돌아왔기에 도쿠가와도 딴 마음을 먹지 않았다.
무엇보다 히데요시가 아직 건재했기에 지금 그에게 반기를 들고 어떻게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일본 최초로 전국을 통일한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고 그것 자체로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었다.
암만 시마즈 요시히로가 임진왜란에서 명장이라고 한들 큐슈 통일 전쟁에서 이미 히데요시에게 무릎을 끓은 상대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이시다는 포로가 되고 고니시와 가토 그리고 우키다까지 죽었어, 전멸이야!”

마에다 토시이에는 히데요시를 진정시켰다.

“전하… 다테와 시마즈가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히데요시는 분노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내가 친히 군사를 이끌고 조선을 치는 것이었어.”
“전하 우리 군사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조선군이 워낙 강한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어허 조선은 농민들이 군사가 되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게 졌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느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고개를 들었다.

“전하 저희가 듣기로는 조선군은 이제 더 이상 약한 나라가 아닙니다. 명나라 또한 지금 조선과 긴장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그래? 그럼 일단 도쿠가와 너의 군사를 오사카로 데리고 와라.”
“예 전하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혼쭐을 내주겠다. 어린 놈이 건방지게….”

***

사탕수수를 가지고 오는 배의 주식을 사는 청류당 조합.
엄청난 수익이 돌면서 이 청류당 조합에 가입되었던 이들은 대부분 엄청난 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새로운 집도 짓고 땅도 사고 시장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입할수가 있었다.

이 시대에 금보다 비싼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조선은 더욱 더 귀해서 임금도 못 먹는 것이 바로 설탕이었으니 이 설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