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진주성으로
명나라 사신을 꾸짖다
조선 최초의 카페를 열다
광해의 여인
여인들의 장옷을 벗기다
광해의 아들
조선주식회사
최후의 진주성 전투
이순신 VS 누르하치
로맨티스트 송강 정철
조선의 류큐 출병
류큐, 조선의 번국이 되다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
명나라의 분노
반격을 노리는 일본군
대마도로 가는 이순신
대마도 해전
김치를 만들다
명나라 장수 마귀의 도발
신성군을 죽여라
불타는 부산왜성
부산포 포위섬멸전
무너지는 부산포 왜성
메리 홉킨스와의 혼인
진주성으로





“태합전하의 지시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진주성을 치라는 지시다!”

시마즈 요시히로는 회의 시작과 동시에 주먹으로 지도를 내려쳤다.

“강계는 이미 이순신에게 넘어갔다. 우린 더 이상 북을 넘보지 못한다.”

다이묘들은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조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명군과 조선군이 강계에서 싸우다니?”

구로다 칸베에가 설명했다.

“휴전동안 왕과 세자의 내분이 있었고 세자가 이긴 것이오.”

고바야카와 다카카케가 탄식했다.

“아…그래서 그 세자놈이 휴전을 원한 것이었군. 절호의 기회였지 않았나?”

구로다 칸베에는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렇지 않소. 세자의 조선군은 일부가 가서 대응했을 뿐이오. 그 결과 조선왕의 편을 든 명나라군을 박살내버렸지. 휴전이 더욱 더 절실한 것은 바로 우리였소.”

시마즈 요시히로는 열을 올렸다.
개인적으로도 조선군이 주둔하고 있는 류큐의 상황이 급박했기에 어떻게하든지 반전의 계기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태합의 명이 무리한 것도 많았지. 하지만 이번 진주만큼은 다르다. 그곳을 점령하면 조선의 숨통을 끊을 수 있다.”

그는 조선 병참선이 진주에서 호남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진주를 칠 수 없다면,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오.”

노장답지않게 그의 목소리엔 패배자의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어허! 논리없는 판단은 자살행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히데요시로부터 전권을 쥐고 있는 이시다 미츠나리가 냉정하게 반박했다.

“우린 명나라와 조선 모두와 휴전 협상 중이다. 협상을 어기고 진주를 치면, 그 모든 외교 자산이 무너진다. 밀리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우리가 먼저 친다는 것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오.”

모리 데루모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병력도 보급도 턱없이 부족하오. 해상 병참은 조선 수군에 의해 눈치를 보면서 전달하는 상태인데 여기서 또 전쟁을 벌인다? 난 결사반대요.”

그는 시마즈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로는 사쓰마의 사무라이 정신은 칼에 있지 않소. 이 머리에 있지. 남는 싸움을 피하고 힘을 비축하는 것이 진짜 전략이다.”

그의 말은 논리로는 완벽했지만, 현장의 병사들과 무장들의 피를 달래진 못했다.

“둘 다 맞다, 하지만 그래서 제3의 선택이 있을 수가 있다.”

노장인 고바야카와는 조용히 말한다.

“지금 치면 조선의 남부를 얻을 수 있다. 조선은 우리가 이런 선택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눈에 띄게 움직이면 명나라 원군이 도착해. 그때는 후회해 본들 이미 늦다.”
“제3의 선택이라면?”

그는 한참 지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진주를 치되, 그것이 조선측의 공격에 대한 우리 측의 방어로 로 보이게 하자. 명분은 휴전 파기 때문이라고 조작한다.”
“?”
“쿠키 요시타카에게 수송선을 일부러 조선 근해에 침투시켜 포격을 유도하자.”

그의 제안은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들의 조작 전술이었다.
하지만 그 말에 다이묘들이 한순간 흔들렸다.

“고바야카와는 늘 칼을 안 들고도 사람을 베는 재주가 있었지. 난 찬성이요.”

시마즈가 찬성하자 모리 데루모토가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우리는… 일본을 대표한다.”

모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린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외치며 이 땅에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 명분은 사라졌다. 진주를 치는 것은, 이제부터 본토 없이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회의장을 둘러봤다.

“나는 모리 가문의 이름으로 이 전쟁을 본토의 대의로 유지하고 싶다.”

모리는 공격에도 반대했고, 그렇다고 광해에게 항복할 수도 없었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크게 반대했다.

“자살행위다! 최소한의 협상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짓이다. 태합은 내가 설득하겠다. 우리가 진주성을 점령한다고 한들 계속 지킬 수가 있을 것인가?”
“전라도는 비축된 군량이 풍부해서 어렵지 않소.”
“이대로 가다가는 군량이 금방 다 떨어진다는 건 알지 않는가? 지금 비축분이 얼마 없소.”
“본국에서 오지 않는가?”
“조선에서 갑자기 막아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이오?”

그는 중립과 품위의 사이를 택하려 했다.

긴 침묵 끝에 구로다 칸베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보에 따르면, 조선군은 현재 진주 보강을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그 성은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러자 시마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각자 판단하자. 나는 군사를 일으켜 칠것이오. 나를 따를 자는 준비하라.”

일부는 회의를 끝내고 가버렸고 일부의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이틀 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