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평양성 전투
1592, 한양 대회전
전쟁의 분기점
무적의 컬버린 포
명나라 원군
제물포 전투
평양성의 최후
명나라군의 패배
오랜만의 휴식
조선의 영국인들
빵과 커피
누르하치의 배신
부산포 왜성
반란의 조짐
선조의 도발
도원수 이순신
평균수명 연장
평안도 강계 전투
강계 평야의 이순신
이순신, 강계 평야 전투의 승리
압록강으로 향하는 이순신
광해, 선조와 독대하다
광해, 완벽한 왕이 되다
평양성 전투





“저하! 그러면 군사들과 저 백성들은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겠습니다.”

김시민의 말에 다른 장수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암만 그렇다고 해도 피난민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그냥 들어서는 욕 먹기 딱 좋은 일 아닌가.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시 김시민의 말을 받아서 했다.

“그래 이건 사령관의 말이 맞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군사 중에 간자가 올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이것을 다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오. 게다가 우리의 군량의 문제가 있는 것을 안 왜군이 의도적으로 저들을 이리 보낸 것이다.”
“저하! 하지만….”
“우리가 성문을 열고 피난민들을 들여보내리라 생각해서 벌인 책략이오. 하지만 지금은 우리는 전투를 앞두고 있으니… 잘못하다간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오. 받을 수 없소.”

내가 설명하자 그래도 장수들은 이해하는 듯했다.
특히 조선군은 의병으로 싸우다가 관군이 되기도 하는 등 신원 확인이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그러기에 이번 한양 또한 언제든지 간자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였다.

“저하! 피난민들이 개성으로 가다가 왜군을 만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방어전이 어그러진다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단언컨대…. 한양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 있는 것이 어떻게 되던 살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이번 전투는 기밀 유지가 중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당연히 실제로 한양 방어전에 참가하는 것이 더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성문을 열지 않자 피난민들과 군사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김시민이 피난민들을 향해 외쳤다.

“이곳은 몇 시진이 지나면 왜군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면 이 안에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성 안이 더 위험하다. 그러니 여길 지나서 개성으로 가라!”

이 이야기를 듣고 모두를 웅성거렸다.

이번 전투에서 일본군이 진다면 그들은 이제는 당장 부산으로 도망가야 할 것이다.
명나라 원군까지 온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정유재란때는 즐비한 왜성으로 숨어서 싸우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었다.

“이놈들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감히 날 화나게 하다니….”

‘그런데 신기하군.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가토 대신에 다테가 함경도로 가다니. 그리고 그런 식이면 평양성 전투가 늦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일어나겠군, 이제는 원 역사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으니 평양성도 쉽게 함락시키진 못할 것이다.’

그러던 중에 연락병이 뛰어왔다.

“저하! 봉화가 떴습니다.”
“무슨 내용이냐?”
“평양성에 왜군이 나타났다는 전갈입니다.”
“으흠…. 봉화가 제대로 되고 있군.”

사실 임진왜란 발발 당시는 봉화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만약 이 봉화만 제대로 작동해도 이론상으로는 2시간 길면은 12시간 만에 부산에서 한양까지 소식이 제대로 전달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봉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서 실제로 조정에서는 사흘 만에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령을 보내서 권율 군에게 군사를 보내서 평양을 지원하도록 명하시오.”

그러자 허균이 날 말렸다.

“저하! 근왕군은 이곳 한양을 후위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괜찮다. 한양도 중요하지만, 평양도 그에 못지않다. 둘 중에 한군데만 뺏겨도 곤란하다. 이곳 한양은 아직 여력이 충분하다!”

내 머릿속에선 한양을 지킬 자신이 충분하기에 근왕군의 군사를 평양으로 보내도록 한 것이었다.
경기도 광주의 근왕군 또한 5만 명이 넘기에 일부는 평양으로 보낸다고 하여도 큰 무리가 없었다.
물론 평양과의 거리가 상당하기에 그동안 평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도 낭패였다.

***

평양.

대동강에서 왜군을 막고 있는 조선군.
평양성은 천혜의 요새이면서 역시나 한양처럼 거의 20킬로 가까이 되는 거대한 성인 데다가 고구려의 수도이기도 해서 수많은 외침을 이겨낸 곳이기도 했다.
다테 마사무네의 주력군이 벌써 평양을 포위하려 하고 있었다.

이원익이 성벽에 서서 저 너머로 오고 있는 일본군의 본진 대부대를 지켜봤다.
다테군은 줄을 완벽하게 맞춰서 천천히 진군해오고 있었다.

“이곳 평양을 친다는 건 전혀 생각을 못 했군. 왜군이 한양을 건너뛰고 바로 평양을 치다니…. 한 방 먹었군.”
“그렇습니다. 체찰사 대감!”

원 역사에서 조선육군 최초의 승리인 해유령 전투로 유명한 신각이 척후병에게 물었다.

“적의 수는 얼마 정도 되느냐?”
“4만 명이 넘어 보입니다.”
“4만 명!”
“한양에 파발을 보내서 알려라.”
“예, 장군.”
“이곳 평양엔 각종 공장과 무기와 비누와 인삼과 빵 등 우리 조선의 수출품들이 다 모여 있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

평양은 문관들인 윤두수, 이원익, 김명원과 장수 신각이 지휘를 했다.
여기저기서 각자 지휘를 하는 모습을 본 이원익이 지휘관들을 모두 불렀다.

“지휘권을 일원화해야 하오. 지금 이런 식으로는 안되오. 저하께서 김명원에게 지휘권을 일임하고 세부적인 군사 지휘는 신각에게 맡기라고 하셨소. 도원수 김명원 그대가 이곳 평양의 수비를 책임져 주시오.”
“예 도체찰사 대감!”

김명원은 행정 쪽 보급 쪽의 유능한 군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 임진왜란에서는 김명원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이들이 같이 있어서 지휘권이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광해군의 명으로 인해 평양에서는 김명원이 강력한 직권을 가지도록 한 것이었다.

평양성 망루에 서서 일본군이 진격해오는 것을 보는 도체찰사 이원익과 도원수 김명원.
그중에 직급이 높은 이원익은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김명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원 역사와는 달리 전반적으로는 군사들 사이에서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원 역사에서는 전쟁 초반엔 일본군에 대한 공포감이 심했다.
그랬기에 도망하는 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많은 승전으로 인해서 일본군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군이 이제 안 되니깐 함경도에서 평양으로 오는 술수를 부리는 것 같군요.”
“평양성은 천혜의 요새니 기본만 지켜도 적을 무난하게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테 마사무네는 평양성의 크기에 압도되었다.

“성이 엄청나게 크군. 하지만 딱 봐도 공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선인들에게 성이 크면 방어하기가 더 어렵다는 걸 보여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