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망치와 모루
이순신
착호갑사
이원익
정기룡
선조가 선전관을 보내다.
홍의장군 곽재우
권율
거북선, dragon fire!
옥포 해전
누르하치를 끌어들이다
수도방위사령관 김시민
원균
용인 전투
역적 모의
파천
왕의 길
한명련의 등장
선조의 굴욕
속임수
육군 이순신
망치와 모루





고니시 군의 군사들이 수안보 근처의 마을을 짓밟고 유린하고 있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죽여버려라!”
“으악!”

왜군들은 군량을 모으러 수안보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마치 볏짚을 베듯 사람을 어린아이 여자 가릴 것 없이 베어 넘기고 있었다.
일본군은 임진왜란 초기만 해도 양민을 학살하지 말라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고착화가 되어가면서 바뀌게 되고 그것도 정유재란에 들어가면서 양민들의 코베기 경쟁을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고시니는 키리스탄 다이묘였지만 저항이 심했던 곳은 이렇듯 학살로 앙갚음을 하곤 했다.

***

단월역 조선군 군막.
내가 장수들과 회의를 하는 사이에 척후병이 군막으로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
군사들은 단월 나루 근처 숲속에 매복 중이었다.

“마마! 왜놈들이 수안보 일대의 촌락의 양민들을 학살했다고 합니다.”

안타까웠다. 청야전술로 민가를 다 비우라고 했건만 못 미친 지역이 있었다.

“어허…. 어찌 피하지 않았느냐? 충분한 양곡까지 줬건만.”

김여물과 다른 장수들 또한 분노를 삼켰다.

“아무래도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수안보 근처의 작은 마을이라…. 고니시로서는 우리 조선군을 흥분시켜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계획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저 극악무도한 왜놈들은 오늘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군막 밖으로 나오니 저 멀리 단월역이 보이는 마루 터에 고니시 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을 건널 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고니시는 왜 강기슭에 조선군이 없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암만 우리가 위장으로 만든 시체를 봤다고 해도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매복 전술을 펴는 데에 대해서 이에 우리 군에서도 반대의견이 있었다.
황진이였다.

“마마 기다리고 있다가 강을 건너는 적을 쳐야 합니다. 이것은 병법의 기본입니다.”

황진도 급했는지 말이 거침없이 나왔다.

‘황진! 황희의 후손임에도 불구하고 북방을 거친 전형적인 무인 아닌가. 내가 종6품 현감을 절도사로 만들어줬다. 그러면 눈치 보며 아부나 할 만도 하지. 그런데 저렇게 강하게 자기 의견을 내다니 역시 믿을만한 인물이군.’

황진은 사람들에게 인지도는 낮지만 한명련 못지않은 무용과 거기에 책략까지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전술은 일반적이었다.

“황 절도사…. 나도 병법은 좀 압니다.”
“마마 송구합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압니다. 알아요.”

나는 다시 지도를 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시겠지만 강을 건너는 왜놈들을 활로 맞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궁수나 화살이 여유가 없지 않습니까?”
“마마 그렇지만 기습도 단숨에 끝내지 못하면 지난번처럼 후퇴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정기룡 또한 반대하는 처지였다.

“마마! 강변의 진은 평상의 진보다 두 배 세배는 강하다고 합니다. 이를 어찌 쉬이 포기하십니까!”

‘글쎄 강변의 진은 열 배 스무 배는 강하겠지. 배만 없다면.’

“그건 배가 부족할 때의 이야기요. 저들이 뗏목이나 배를 타고 온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마마! 소장이 확인하기에는 저 너머의 배는 몇 척밖에 없습니다.”

나는 정기룡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게다가 배를 타고 온다면 가까이 왔을 때 총통이나 화살로 저지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들에게는 대나무 방패가 있소. 만약 강으로 오는 저들에게 화살을 다 써버린다면 그곳 단월역 나루에서 우리는 백병전으로 상대해야 합니다.”

모두의 거친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내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강기슭에서 버티는 전략은 시간 여유가 있어야 쓸 수 있소.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단판에 끝내버려야 합니다.”

물론 고니시로서는 내가 시간에 쫓기는지 알 턱이 없다.
아마 우리와의 전투로 조선군 전체의 수준이 이렇다고 오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쉽게 이긴 부산진과 다대포 동래의 군사들 또한 조선이 모은 정예병들이었다.
그 동래에서의 기억도 조선군이 만만치않음을 상기시켜줬을것이다.

“강기슭에서 버티는 것은…. 그냥 하루고 열흘이고 여기서 그냥 버티면 이기는 경우일 때 쓸 전략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소.”

나의 미래지식에 의하면 조만간 용인 전투가 벌어지고 한양을 지켜야 한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에는 모두가 무언의 동의를 하는 듯 했다.
빨리 북상해야 하고 내가 없었더라면 이런 승리는 이루기 쉽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만은 내가 세운 계획대로 해봅시다.”

하지만 비변사의 실무를 맡은 유사 당상 허성이 의아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마마, 아까 정 장군이 말했듯이 배는 지금 작은 배 몇 척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마마께서 하신 말씀과는 배치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허균이 옆에서 핀잔을 주는듯한 몸짓을 취했다.
여태까지는 내 말이 대부분 맞았기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허상 생각에도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흠 그래도 허균은 끝까지 내 말을 신뢰하는군. 김 여물과 의외로 이일도 그렇고.’

“배? 아니 유사 당상은… 왜국을 가보고도 느낀 것이 그리 없소?”
“마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재밌는 것은 이 군막안에 벌써 일본에 다녀와서 히데요시를 본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것이다.
허성은 김성일과 황윤과 통신사로 다녀왔었고 황진은 통신사의 호위군으로 다녀온것이었다.

이 당시 일본은 목조건축 기술이 발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