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종합복지관 앞에 빼곡히 주차된 공간 사이로 차를 멈춰 세운 승민은 뜨거운 오후 햇살에 더욱 빛나기만 한 고급승용차들을 보며 찌푸려진 눈살을 가리듯 검은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복지관 실내로 들어서며 벌써 시작된 강연으로 마이크에 실린 강사의 또렷하고 굵은 목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울려왔다. 강연장 뒷문의 문고리를 조심히 비틀어 안으로 들어갔다. 단상에 서있는 나이 지긋한 남자강사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곳곳에 보이는 장애인들을 빠르게 훑으며 바로 옆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이사님 아니십니까?”'승민은 이름뿐인 복지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옆자리의 복지관 직원에게 살짝 고갯짓으로 인사를 하고는 벽시계로 눈을 돌렸다. 아직 강연은 족히 한 시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굳이 여기로 약속을 잡고는 맨 앞자리에 앉아 있을 김 교수를 찾듯 강연장 안의 사람들을 다시 훑어보다 한곳에 시선이 멈추었다. 검은 안경을 쓰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웃음을 참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중년남자와 그 중년남자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는 미소 띤 청재킷의 젊은 여자였다. '시영은 옆에 앉은 검은 안경을 쓴 정길의 주름진 손바닥 위로 강사의 모습을 장난스럽게 그렸다. 2대8 가르마를 탄 머리와 양복 단추가 금방이라도 뜯어질 것 같은 배불뚝이 모습을 그리며 슬쩍 앞의 강사를 다시 보았다. 장난치는 자신과는 달리 매직펜을 쉴 새 없이 놀리는 강사의 모습은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