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창고를 얻었다 09권
EX급 창고를 얻었다 09권
EX급 창고를 얻었다
09
한손검
EX급 창고를 얻었다 09권
차례
Chapter 01. 대이변 - 2
Chapter 02. 대전쟁
Chapter 03. 추락한 별
Chapter 04. 성전(聖戰)
Chapter 05. 하늘의 주인
Chapter 06. 초월자
EX급 창고를 얻었다 09권
Chapter 01. 대이변 - 2
아주 오래전.
천사와 악마의 게임이 성사됐을 당시, 대악마들은 본인들의 승리를 자신했다.
악마가 천사를 무시해서?
그건 아니다.
마계가 약육강식, 강자 독식의 세계라고 해도 대악마들과 대등한 힘을 가진 대천사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기에.
심지어 환경도 천계가 낫다.
악마는 태생부터 투쟁의 연속이다.
어릴 때부터 싸우고, 성체가 되어서도 싸워야 하며, 고위직을 차지한다고 해도 싸워야 한다.
자격이 되는 강자가 걸어오는 승부를 피한다?
그것만큼 악마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이 없다.
하지만 천사는 다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방면에서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
당연히 전투 실력도 훌륭하며,천사와 악마의 숫자가 같다고 가정할 때 천사 쪽이 압도적일 정도로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악마 측이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다.
천사는 주기적으로 적게 태어나는 데 반해, 악마는 매일 많이 태어나니까.
질적으로는 천사가 우수하나, 양적으로는 악마가 우수하다는 의미다.
물론 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천사 측이 조금 더 유리하긴 하다.
인간의 전쟁에서는 양의 차이가 매우 중요하다.
결국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까.
다만, 천사와 악마처럼 격이 다른 존재, 즉 초월적인 존재들은 다르다.
계급의 상승, 즉 격이 올라갈수록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힘을 얻기 때문.
그러나 대악마들은 본인들이 패배할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천사 진영의 수장 격인 대천사를 하나 포섭하기도 했고.
천사 측에서 이종족이 아닌, 인간을 택했으니까.
인간을 구원의 대상으로 여기는 천사와 달리, 악마는 인간을 불완전한 생명체라 여겼다.
악마의 유혹을 당해내지 못하고.
같은 인간끼리 차별을 일삼으며.
심심찮게 전쟁을 일으켜, 동족을 죽이기까지 한다.
오로지 소수 권력자의 이득을 위해서.
이 외에도 단점은 상당히 많았다.
배신을 밥 먹듯 하는 특성이라든지, 만족을 하지 못하는 특성이라든지.
반면에 인간보다 단순한, 이성보다 생존에 대한 본능이 강한 이종족은 다루기가 훨씬 쉽다.
그래서 천사가 인간을 택했을 때, 레비아탄을 비롯한 일부 대악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천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은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결국 인간에게 뒤통수를 맞을 거라고.
인간에게 백날 투자해 봤자, 고블린 로드와 오크 로드 같은 이종족의 수장을 쓰러뜨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뒤에서 천사를 비웃으며 조롱했다.
실제로 최근까지의 상황은 악마의 예측대로였다.
아니,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천사가 준비한 수많은 안배는 대부분 쓰레기가 되었으며 믿었던 인간의 잠재력은 형편없었으니까.
결국 천사의 투자는 대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인간이 지금보다 강해지기 전에, 천사의 봉인으로 나락에 가둬진 이종족 대군을 푸는 것뿐.
하지만 악마 측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오직노가다라는 대항마가 등장한 것.
처음에는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나락에 입장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다만, 어나더월드라는 천사의 안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죽으면 재입장하지 못한다.
한 번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끝.
다시는 나락에 입장할 수 없게 되며, 이종족 대군이 풀려나는 것을 막을 존재도 없어진다.
문제는 인간이 나락에서 생존하는 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점.
엄청난 무재(武材)를 가졌으며 특별한 스킬을 보유했다고 해도.
당장 5층에서 마주칠 고블린 로드는 고블린 역사상 최강의 소환사이며, 다른 몬스터 로드도 마찬가지다.
전대 로드를 압도하는, 역사상 최강의 오크 로드.
나가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한 독을 가진 나가 로드.
전대미문의 회복력을 가진 트롤 로드 등.
그 외에도 각 이종족을 다스리는 강자들이 즐비하다.
성장 잠재력이야 인간이 높다고는 하지만, 인간이 로드 정도의 강함을 따라잡으려면 한세월이 걸린다.
따라잡는 유일한 방법은 악마 측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뿐.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천사도, 악마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
이 시스템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연속해서 얻어낸다고 해도, 나락에서 한 번도 죽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문제는 그 어려운 일을 성훈이 해냈다.
* * *
위기는 있어도, 사망은 없었다.
좋은 동료들을 얻은 이후에는 그 위기마저 거의 겪지 않게 됐다.
심지어 억까에 가까운, 어떻게든 성훈을 죽이려고 강림했던 대악마도 이겨냈다.
천사 측도, 악마 측도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락에서 생존한 것도 기적인데.
인간이 강대한 로드들을 처치하는 걸로 모자라, 위대한 존재인 대악마까지 죽이다니.
예상하지 못한 레비아탄의 죽음.
다만, 대악마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인간의 강함이 레비아탄을 압도했다는 점.
물론 조력자가 없던 건 아니다.
대천사, 그리고 대악마와 같은 위대한 존재.
대지의 정령왕이 인간의 조력자였다.
하지만 정령왕은 시스템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레비아탄에게 반격하지 못하고, 계속 공격당하기만 한 것이 그 증거.
다시 말하면, 대악마를 쓰러뜨린 것은 온전히 오직노가다 개인이라는 의미다.
계약한 대리인이 승승장구하니 천사 측은 연일 축제 분위기였으나, 악마 측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단 한 번의 패배일 뿐이다.
다른 대악마들은 건재하다.
여전히 악마 측이 더 유리하고.
이런 식으로 정신 승리하려고 해도, 아랫것들이 가져오는 소식은 안 좋은 소식뿐이었다.
오직노가다가 나락을 또 돌파했습니다.
이번에도 최단 시간을 갱신했다고 합니다.
놈의 동료들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놈의 동료들만으로도 나락을 돌파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등등.
하도 안 좋은 소식만 가져오니, 참지 못하고 폭발한 일부 대악마가 소식을 가져온 하급 악마를 터뜨려 죽이는 사건도 발생했다.
평소였다면 품위 없다고 나무랐을 바알제불과 루치페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현 상황이 위기라는 것을 그들도 통감하기에.
그렇게 시작된 마계의 대회의.
논의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천사의 대리인을 죽일 방법은 무엇인가.」
마계의 귀족부터 대악마까지 고위직의 악마들이 전부 참가한 회의.
대악마를 한 명 더 파견해야 한다.
아니다, 이번에는 두 명을 파견해야 한다.
대악마를 파견하기 전에, 마계의 귀족들을 먼저 대거 파견해야 한다, 등.
회의에서 무수히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이렇다 할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다.
우선 대악마를 파견하는 것은 어렵다.
원래대로라면 대악마가 강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나, 오직노가다에게는 대악마에게 대항할 만한 힘이 있다.
대악마 중에서도 상위의 대악마.
바알제불과 루치페르 같은 대악마가 강림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나, 대응한답시고 대천사가 강림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대악마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인간과 대천사, 이 둘을 혼자서 상대하는 꼴이니까.
대악마가 둘 이상 강림해도 마찬가지.
강림한 대악마의 숫자에 맞춰 대천사가 강림하면 답이 없다.
마계의 귀족들을 대거 투입해도 글쎄.
귀족들이 단체로 덤벼도 대악마를 쓰러뜨리기 어려운데, 오직노가다는 대악마 레비아탄을 쓰러뜨렸다.
대악마보다 약한 악마가 덤빈다?
개죽음이 따로 없으리라.
악마들의 고민이 깊어지던 중.
세 명의 대악마가 의견을 냈다.
과거에는 누구보다 밝게 빛나던 대천사였으나, 타락하여 대악마가 된 루치페르.
그리고 모든 악마의 왕이라고 불리는 사탄.
마지막으로 하늘의 주인이라 불리는 바알제불까지.
세 명 모두 대악마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며, 사탄은 대악마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다.
루치페르의 의견은 ‘천사처럼 우리 악마 측도 가능성 있는 인간을 대리인으로 정한다’였고.
사탄의 의견은 ‘상위의 대악마가 직접 강림하는 것’이었고.
바알제불의 의견은 ‘운명의 날을 앞당기는 것’이었다.
루치페르의 의견은 반론을 제기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압도적이던 상황이 반전된 이유가 천사의 대리인인 오직노가다 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