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창고를 얻었다 0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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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창고를 얻었다
08
한손검
EX급 창고를 얻었다 08권
차례
Chapter 01. 천사의 탈을 쓴 악마 - 2
Chapter 02. 트롤이 남긴 것
Chapter 03. 견제
Chapter 04. 탑
Chapter 05. 갈등
Chapter 06. 검제
Chapter 07. 하늘의 제왕
Chapter 08. 타락 천사
Chapter 09. 대이변 - 1
EX급 창고를 얻었다 08권
Chapter 01. 천사의 탈을 쓴 악마 - 2
지상에 강림한 천사…… 아니, 악마.
평범한 악마가 아닌, 마계를 지배하는 군주 중 하나인 타락 천사 루치페르.
놈의 전략은 간단했다.
인간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
그리고 전략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천사의 지상 강림.
지상에서 이루어진 기적까지.
누가 봐도 신화 속의 천사다.
세상에는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종교를 믿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물론 천사가 무조건 종교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게임과 영화, 만화 등.
지구가 아닌, 이세계가 배경인 미디어에서 아군 혹은 적으로 자주 등장했으니까.
무종교인에게는 단순히 익숙할 뿐 믿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종교인에게는 다르다.
그들에게 천사는 각별한 의미를 지녔다.
천사의 존재를 믿는 여러 종교에서 천사는 신의 사자 역할을 하며, 때로는 인간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도 맡기 때문.
심지어 천사가 등장하는 종교를 믿는 종교인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많다.
거의 모든 나라에 분포해 있으며, 여기 대한민국에도 상당히 많았다.
이런 상황에 천사가 강림한다?
사람이 되살아나는 기적을 보인다?
천사라고 믿지 않는 쪽이 이상하다.
바로 이 점을 루치페르가 노렸다.
타락한 이후에도 천사의 모습을 유지한 루치페르.
놈의 외형부터가 혼란의 불씨였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놈의 사진을 보니, 어딜 어떻게 봐도 천사 그 자체였다.
네 쌍의 순백색 날개.
새하얀 드레스와 금빛 머리칼.
빼어난 미남 같기도 하고, 미녀 같기도 하다.
볼 때마다 성별이 달라지니…… 뭐랄까.
해괴한 기분이라고 할까.
‘저게 본모습이 아니라고 했던가.’
대천사, 우리엘이 그랬다.
대부분의 천사는 인간이 상상하는 것과 조금 다른 외형을 가졌다고.
대악마, 루치페르도 마찬가지.
그 존재도 지금의 모습이 본래 모습이 아니라고.
그는 새벽 여신이 가장 아낀 자식.
별처럼 밝게 빛나던 존재이면서.
마계 전체를 불사른 빛의 거신이자, 열두 쌍의 날개를 가진 최고위급의 치천사였다.
그의 고함은 천둥과도 같아서, 세상의 끝에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라고 했다.
반면에 지금 보이는 모습은 날개 네 쌍에, 평범한 인간과 비슷한 외형이다.
목소리도 듣기 좋은 미성(美聲)이었고.
우리엘의 말이 사실이라면.
TV에 나오는 저 모습은 위장용에 불과하며, 목소리도 진짜 목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속을 수밖에 없다는 점.
인간은 비현실적인 사건은 직접 겪기 전까지는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친구가 “하늘에 천사가 나타났대!”라고 하면 “뭔 헛소리야?”라는 대답이 절로 튀어 나갈 테니까.
그러나 비현실적인 사건을 한 번이라도 경험할 경우, 많은 사람이 맹목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한국에 대재앙을 일으킨 루치페르.
그의 손에서 기적이 발현되었고.
기적을 목도한 이들의 태반이 루치페르를 천사라고 믿거나, 그를 숭배했다.
‘혼란을 일으키기엔 이만한 방법도 없지.’
자신이 천사임을 입증한 루치페르.
대악마의 행동은 상당히 영리했고 결국 놈은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의문이 남는다.
놈이 혼란을 일으킨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놈이 무엇을 감수해야 했는지.
* * *
목적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역시 나를 노리는 거려나.’
한국도 종교인이 매우 많지만.
단순 인구만 비교하면,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의 인구가 많은 서구권의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다.
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미국처럼 땅덩어리도 넓고, 인구도 많고, 국력도 세고, 종교의 영향력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국가를 노렸겠지.
하지만 루치페르는 그러지 않았다.
굳이 대한민국 서울에 강림했으니까.
천사도, 악마도.
내가 룬월드에서 대한민국 서버인 란티스 대륙의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안다.
서울에 강림한 것은 명백히 이쪽에 대한 선전포고.
나를 노리겠다는 의미와 진배없다.
‘구원자를 찾느니, 어쩌느니 하는 것도…… 결국 최종 목적은 나겠지.’
어떤 식으로 구원자를 찾을 건지는 모르겠다만.
당분간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놈의 목적은 거의 확실해졌지만.
놈이 어떻게 강림했는지는 미지수다.
레비아탄은 현실이 아닌, 룬월드에 강림하는 것을 택했다.
당연히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룬월드의 시스템에 의해 모든 능력치가 대폭 너프를 받은 것은 물론, 많은 스킬을 봉인 당했다.
‘루치페르는 더 큰 대가를 치렀을 거다.’
룬월드는 어디까지나 게임판 위.
그러나 현실은 게임판 바깥이다.
애초에 천사와 악마가 다투는 이유가 이 게임판 바깥 때문.
시스템이 관리하는 룬월드가 아닌, 현실에 강림하는 쪽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대가가 셀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을 우리엘에게 물어봤고.
그녀는 「루치페르가 지불한 대가는 성훈 님의 상상, 그 이상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단순히 강림하는 것도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기적을 발현하는 등의 힘까지 써버린 탓.
물론 루치페르가 얻은 이득도 많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버렸으니까.
이 혼란의 원흉, 루치페르가 천사가 아니라는 오해를 풀려면 천계 측에서도 천사를 내려보내야 하고.
그 천사는 대천사여야 한다.
만약 하위 천사를 내려보냈는데.
둘이 붙어, 천계 측의 천사가 졌다?
루치페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루치페르가 천사를 쓰러뜨린 뒤.
이놈이 악마라서 천사인 제 빛에 못 버티고 죽었다고한다면 다들 그렇다며 수긍할 테니까.
그래서 천계 측에서는 오해를 풀기 위해 대천사를 강림시킬 준비를 했다.
루치페르의 정체를 까밝히고 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다만, 그건 내 쪽에서 거절했다.
루치페르가 아무 생각 없이 이 땅에 강림했을 리가 없다.
놈은 여론으로 나를 죽이려 했으니.
어떻게 해야 인간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지 아는 적이다.
‘뭔가 계략이 있는 건 분명해.’
내가 대악마 본인이라고 한다면.
대천사가 강림할 것도 예상하고, 나 아니면 대천사를 조질 계획을 준비했을 거다.
내가 죽으면 그대로 게임 끝.
악마의 승리로 전쟁이 끝난다.
둘이 싸워서 대천사가 죽게 될 경우에는 다시 악마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해지고.
그러니 대천사를 강림시키는 것은 최후의 수단.
일단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겠다.
그렇다고 가만있으려는 건 아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긴 해야 하니까.
방으로 가서 핸드폰을 연 다음.
최근에 추가한 연락처를 눌렀다.
몇 번의 발신음과 함께,
―오랜만에 연락을 주셨군요, 오직노가다…… 아니, 김성훈 님.
수화기 너머에서 저번에 우리 집에 찾아왔던 미준위 위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