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창고를 얻었다 0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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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급 창고를 얻었다
07
한손검
EX급 창고를 얻었다 07권
차례
Chapter 01. 생활의 신 - 2
Chapter 02. 레비아탄의 전당
Chapter 03. 유명세
Chapter 04. 계략
Chapter 05. 오판
Chapter 06. 무계(無界)
Chapter 07. 이름 없는 괴물
Chapter 08. 혼란
Chapter 09. 천사의 탈을 쓴 악마 - 1
EX급 창고를 얻었다 07권
Chapter 01. 생활의 신 - 2
공격을 한 번 허용했을 뿐인데.
대악마가 멀리 나가떨어졌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암흑세계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다.
입을 떡 벌린 파티원들.
그들을 지키는 거대한 존재, 대지의 정령왕의 표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면 때문에 확인할 수 없지만.
명백히 동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 증거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커다란 머리를 천천히 숙이고.
성훈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놀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레비아탄이 발동한 10서클 마법.
[세계의 거울]을 통해 성훈과 레비아탄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보던 천사들과 악마들이 경악했다.
성훈을 대리인으로 삼은 천사.
그녀들이,
“역시, 성훈 님을 선택한 것이 정답이었네요.”
“우리엘 님의 혜안이 적중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우리가 판을 뒤집을 만한 계기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저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셨을 줄은 몰랐습니다만…… 레비아탄과 충분히 해볼 만할 거예요.”
“제발 성훈 님이 승리하셨으면 좋겠네요. 대악마가 한 명 줄어들면, 무너진 균형의 추를 다시 세우는 데 큰 힘이 될 테니까요.”
“동감입니다.”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동자에 서린 굳은 결심.
다들 한없이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희망을 봐서 그런지, 몇몇 대천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대악마는 상당히 강한 존재.
아직은 승패를 알 수 없다.
성훈이 레비아탄에게 큰 상처를 입혀, 적이 도망치기만 해도 천사 측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한술 더 떠서.
레비아탄을 처치하게 된다면?
천사 측이 큰 동력을 얻는다.
자신감을 되찾을 것이고.
힘을 일부 되찾아서, 저 오직노가다라는 인간에게 더 큰 지원이 가능해지겠지.
나락의 돌파도 수월해질 거고.
점차 막기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악마 측.
팔짱 낀 채로 턱을 붙잡으며,
“허어…….”
“어찌 저럴 수가…….”
“……놀랍군요.”
“고작 한 번의 공격에 나가떨어지다니. 평소에 수련했으면 이럴 일이 없었을 텐데.”
“저럴까 봐 나서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건데, 최악의 상황이 됐군요.”
“하여간, 말 한번 더럽게 안 들어.”
서로를 향해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평소보다 훨씬 낮아진 목소리.
천사 진영과 반대되는 분위기였다.
짜증과 분노가 섞인 표정.
레비아탄을 탓하는 자도 있다.
그가 나선 이유는 이해한다.
싹이 크기 전에 눈엣가시를 제거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인간계에는 그런 말이 있다.
사자는 사냥을 할 때,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말이.
레비아탄도 그런 부류였다.
쓸데없이 걱정이 많은 녀석.
괜히 ‘질투와 시기의 왕’이 아니다.
자신보다 잘난 상대를 부러워한다.
지금 저 인간을 처치하면?
모르긴 몰라도, 많은 공적을 얻겠지.
천사와의 게임을 빨리 끝낸 뒤.
마(魔)로 가득한 세계를 건설해, 신으로 군림할 작정이다.
저 가증스러운 인간만 처치하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레비아탄 자신이 다른 대악마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강림한 건데.
안타깝게도, 레비아탄의 계획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
한참 성훈을 노려보는 레비아탄.
그는 이성을 아직 되찾지 못했다.
표정을 일그러뜨린 채로 굳었다.
그런 레비아탄과 성훈을 번갈아 바라보던 대지의 정령왕.
거대한 존재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조금 전의 일격은…….’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저 작디작은 인간의 공격.
그 일격에 위대한 존재만 보유할 수 있는 신성(神聖)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양.
천사가 택한 저 남자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동료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이 후계자로 낙점한 노움과 외형은 물의 정령인데 물의 정령답지 않은 힘을 보유한 님프.
오크 로드가 있는 것도 그렇고.
대악마처럼 순도 높은 암흑 속성의 마력을 품은 저 리자드맨도 평범한 개체가 아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하나 같이 놀라운 능력을 갖췄다.
물론 진정한 힘은 따로 있었다.
탐욕의 왕좌의 혜택이 발동될 때.
성훈의 아군 포지션인 대지의 정령왕, 그는 똑똑히 봤다.
창고에 있는 모든 아이템 중 하나를 착용 제한을 무시하고 사용 가능하게 해주는 내용을.
타인의 입장에서는, 글쎄.
딱히 좋은 효과 같지는 않다.
저 인간의 레벨은 높지 않다.
120레벨 미만. 정확히는 118레벨.
그리고 118레벨의 플레이어가 아무리 용을 써봐야, 획득할 수 있는 장비에 제한이 있다.
끽해야 125~130레벨 장비겠지.
운이 매우 좋으면 140~150레벨의 좋은 무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 무기를 착용해도 대악마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레벨 10, 20 차이도 아니고.
50레벨, 100레벨 차이도 아니다.
무려 300레벨 이상의 격차.
대악마의 정확한 레벨은 정령왕도 알 수 없지만, 최소 300레벨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다.
계란을 태산(太山)에 던지는 격.
계란을 수천, 수만 개 이상 던져 봐야 태산은 끄떡도 안 한다.
개수를 크게 늘려봐도 결과는 똑같다.
수천만 개를 던지든.
수억 개를 던지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겠지.
레비아탄 본인이 제일 잘 알 거다.
성립하기 어려운 전투라는 것을.
하지만 상황이 반대로 흘러갔다.
* * *
웬만한 광물보다 단단한 피부.
성훈의 일격이 그 피부를 뚫었다.
너덜너덜해진 비늘 사이로 핏물이 흘러나오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칠흑빛 마력처럼 새까만 피.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상태.
보통은 분노를 터뜨려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