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창고를 얻었다 03권
EX급 창고를 얻었다 03권
EX급 창고를 얻었다
03
한손검
EX급 창고를 얻었다 03권
차례
Chapter 01. 성공의 맛 - 2
Chapter 02. 정복자, 고블린 로드
Chapter 03. 보상
Chapter 04. 메인스트림2
Chapter 05. 투쟁의 성지
Chapter 06. 오해
Chapter 07. 네임드 오크
Chapter 08. 위대한 존재
Chapter 09. 소환사, 구원자
Chapter 10. 연회 - 1
EX급 창고를 얻었다 03권
Chapter 01. 성공의 맛 - 2
평소와 같은 친구들의 유쾌한 반응.
대답이 궁금해서 재차 톡을 보냈다.
[ 김성훈 : 너희가 백지수표를 받으면 어떻게 할 건지 좀 알려줘. ]
[ 인준영 : 백지수표? 당연히 귀화해야지. ]
[ 안석훈 : 바로 아이돌 기획사 차릴 거다. ]
[ 인준영 : 면접 보러 온 연습생들이 네 얼굴 보고 싹 다 도망칠 듯 ㅋㅋ 장담할 수 있다. ]
[ 안석훈 : 닥치셈ㅡㅡ ]
[ 인준영 : 나한테 백지수표 생기면 야구장이나 하나 짓고 싶네. MLB 구단 가져보는 게 내 오랜 소원이어서. ]
[ 안석훈 : 난 야구 말고 축구 쪽. EPL 구단 하나 운영해 보고 싶다. ]
주로 스포츠 쪽에 관심 있는 녀석들.
[ 정창우 : 에휴, 이 배신자들. 난 백지수표 안 받고 한국에 남을 거임 ]
[ 안석훈 : 저런 말 하는 사람이 제일 빨리 넘어가더라 ㅋㅋ ]
[ 인준영 : 맞지.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이 제일 돈에 미쳤다는 소리도 있잖아. ]
[ 정창우 : 가족이 여기 있고, 너희도 여기 있는데 귀화를 왜 함? 나 그렇게 의리 없는 놈 아님 ]
[ 인준영 : 창우 어제 뭐 잘못 먹었나? 오늘따라 기특한 소리를 하네. ]
[ 안석훈 : 근데 다 같이 LA 가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거기 코리아타운도 있잖아. ]
제럴드 요원도 코리아타운을 언급했었지.
[ 정창우 : 거기 가면 미국 서버로 이전해야 하잖아. 난 란티스 대륙이 좋음 ]
[ 인준영 : 그건 인정. ]
[ 안석훈 : 한국 서버에는 오직노가다도 있으니까. 외국인들이 페트라랑 엔토스 보고 엄청나게 부러워하더라. ]
[ 정창우 : 돈 많으면 한국도 살기 좋음. 그리고 부모님 때문에라도 거절할 듯? ]
다른 두 친구와 달리, 한 친구가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 정창우 : 부모님 친구분들이 다 한국에 있는데, 그분들도 단체로 이주시키는 건 불가능하잖음? ]
[ 인준영 : 그건 어쩔 수 없지. 비행기표 끊어서 모셔 오든지 해야지. ]
[ 정창우 : 매번 그럴 수는 없잖아 ]
[ 안석훈 : 아니면 이민은 나만 가면 되지. 필요할 때마다 한국 와서 친구들이랑 부모님 만나면 되고. ]
[ 인준영 : 맞네. 굳이 다 같이 이민 갈 필요는 없겠다. ]
[ 정창우 : 그래도 난 한국에서 살 거임 ㅇㅇ ]
[ 인준영 : 말은 저렇게 해도 10억만 줘도 바로 갈 듯 ]
[ 안석훈 : 10억이 뭐냐? 난 1억으로 본다. ]
[ 정창우 : 퇴근하고 결투장으로 와라ㅡㅡ ]
[ 안석훈 : 오늘 창우 제삿날이다 ]
[ 인준영 : 갈 때 편육 싸갈게. ]
[ 정창우 : 다들 뚝배기 털릴 각오하셈 ]
전의를 불태우는 세 사람.
준영과 석훈의 말대로, 제럴드가 내건 조건은 미국에 안 넘어가면 이상할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김성훈, 성공했구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그 미국에게 백지수표를 제안받다니.
어딘가 묘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다.
백지수표에 내가 원하는 금액을 적으면,
평생 미국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겠지.
제안을 받은 순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각종 혜택에 더불어 지원 약속.
거기에 미국이 보증하는 백지수표까지.
이 정도면 매력적인 제안을 넘은 수준이다.
만약 제럴드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전에 그 제안을 받았다면 덥석 수락했을지도 모를 일.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따져 보면,
백지수표는 내 몸값보다 현저히 낮다.
자신감도, 자만심도, 오만함도 아니다.
이건 계산 끝에 내린 확신이다.
‘얘기 막바지에 제안받아서 다행이네.’
룬월드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이후.
미국과 중국의 제안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제안이 왜 큰 의미가 없는가?
특히 미국은 무려 백지수표를 내밀었는데?
나도 안다.
알면서도 큰 의미가 없다고 한 이유는, 내가 ‘오직노가다의 지하 창고’라는 전용 창고를 보유했기 때문.
제럴드 요원이 말한 대로,
룬월드가 현실이 된다고 가정해 보자.
미드와 영화 등. 여러 아포칼립스물에서 나왔듯, 현실의 화폐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확정은 아니다.
아닐 가능성도 적지는 않기에.
다만,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룬월드가 현실이 될 경우.
지하 창고에 있는 모든 아이템의 가치가 기본으로 몇 배는 상승할 거라는 점이다.
능력치가 좋은 일부 아이템의 가치는 최소 수십 배 이상 치솟을 거고.
어쩌면 수백, 수천 배가 될 수도 있다.
내 창고에 있는 오리할콘 생활 도구 시리즈.
그 외에 착용 제한 500레벨의 전용 장비들?
현실의 돈 따위로 그 가치를 재단할 수 없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한 가지.
‘누구도 내 지하 창고의 존재를 모른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유럽도.
심지어 내 모국인 대한민국조차.
지하 창고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EX급 스킬인 ‘오직노가다의 지하 창고’는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공개한 적 없으니까.
애초에 내게 이런 스킬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제럴드가 천사의 안배에 대해 말해줬을 리 없겠지.
자신이 쥔 칼자루를 내게 넘기는 바보 같은 행위니까.
미국을 등에 업은 제럴드.
그는 이 판을 자신이 주도하려고 했다.
내가 백지수표에 넘어올 거라고 판단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천사의 안배에 관한 정보를 술술 분 시점부터 이 판의 주도권은 내게로 넘어왔다.
칼자루를 내가 쥐게 된 거다.
딱히 그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지하 창고의 존재를 모르는 게 당연하므로.
‘내 가치는 아직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주식으로 따지면 이제 막 상승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가치는 올라갈 거다.
내게는 지하 창고의 아이템뿐만 아니라 상시 경험치 버프가 달린 고성장 던전, 나락도 있으니까.
지금의 내 가치보다 고블린 로드를 잡은 이후의 내 가치가 더 높을 것도 자명한 사실이고.
그러니 간택은 미국과 중국이 하는 게 아니다.
바로 내가 하는 것이지.
‘먼저 숙이고 들어갈 이유도 없고.’
지금 미국과 중국의 제안을 받는 건 떡상이 예정된 주식을 최저점에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 조급하게 결정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 룬월드가 현실이 되었을 때.
지하 창고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내 가치가 하늘을 뚫고 고점에 도달했을 때.
그때가 되면 지금 받은 제안보다 최소 수십, 수백 배는 더 좋은 제안서들이 우수수 쏟아질 테니까.
생각을 정리하며 톡 어플을 종료하고,
이사용 박스에 남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 * *
모든 짐을 포장하는 데 한 시간이 들었다.
사용한 파란색 이사 박스는 총 다섯 개.
나는 정리가 끝난 자취방을 둘러보았다.
‘이 투룸도 오늘로 마지막이구나.’
정은 들었지만, 그리울 것 같지는 않다.
지긋지긋한 층간소음도 오늘로 끝이니까.
구형 캡슐에 저장된 내 개인정보와 로그인 기록을 지우고 전원을 껐다.
포장한 짐은 1톤 트럭 퀵서비스를 불러 펜트하우스 신촌으로 보내고, 어플로 택시를 호출했다.
목적지는 아버지의 새 병원인 세연병원.
잠시 후에 도착한 택시에 탑승한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