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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레인저스 재시동 (2)
2장 강압적인 접근
3장 연구 시작
4장 웜 사냥
5장 마법 치료
6장 1학기 기말고사
7장 여름 방학 시작
8장 여행 출발
9장 휴양지에서의 습격 (1)
1장 레인저스 재시동 (2)


광휘계 마법은 광자의 출력을 높여야만 실전성이 있다.
하지만 실전성이 중요치 않은 상황이라면 출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적당한 밝기의 빛을 만들어 내는 것 정도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발동 자체도 빠르다.
또한 광자를 집속(集束)시켜 한 줄기 빛으로 만드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걸 신경 쓰지 않는다면 광휘계 마법은 더욱 쉬워진다.
그런 상태라면…… 고난도 술식을 구성할 여유가 생긴다.

“저, 저길 봐!”
“허공에서 빛줄기가…….”
“광선이 공중에서 꺾이면서 현란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거지?!”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는 광선 마법을 활용한 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원소 마법을 활용해 안개를 깔아 놓은 덕에 광선의 궤적이 훨씬 뚜렷하게 보였다. 안개의 입자가 빛을 산란시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여러 줄기의 광선이 하늘로 뻗어 나가, 반사 술식으로 세팅한 ‘거울’에 반사되어 궤도를 꺾었다.
빛줄기가 계속 반사되어 기하학적인 도형까지 그리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와, 죽이는데?”
“공중에서 광선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 거지?”
“아름답고 낭만적이야…….”
“이건 광선을 활용한 쇼…… 레이저 쇼다!”
스켈레톤들이 연주하는 타악기의 잔잔한 리듬에 맞춰서, 빛줄기가 끊임없이 춤췄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관중들이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폭탄을 하나 더 투하한다.
“뭐, 뭐야?!”
“광선 색깔이 바뀌었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왜 이리 현란해?!”
원리는 간단하다.
샤를로트가 미리 준비해 온 물감을 활용해 색깔 있는 얼음 렌즈를 만들어 줬다.
그걸 통과시켜 광선에 색을 부과했을 뿐이다.
‘지금 광선 출력이 약하다고 해도, 얼음 렌즈 정도는 금방 녹아 버려.’
색깔 있는 광선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중들이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다들 준비됐지?’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주위에 깔려 있던 안개가 폭발적인 기세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스켈레톤이 타악기들을 일제히 두드린 순간.
“와아……!”
출력을 늘린 광선들이 얼음 렌즈를 전부 녹여 버리면서 대회장 상공에 확산.
마치 커다란 불꽃이 터진 것 같은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그리고 불꽃이 터진 다음과 마찬가지로, 여운을 남기며 사그라들었다.
“…….”
잠시 동안의 정적.
스켈레톤들도 더 이상 타악기를 연주하지 않았다. 잉그리드가 미리 준비해 온 동작은 이걸로 끝이다.
너무 조용해서 우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때.
“와아아!”
“최고였어!”
“환상적이야!”
엄청난 환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 잘했다!”
“이건 예술 점수도 줘야 해!”
“다음에는 밤 시간에 보여 줘!”
“정기 공연해라! 데이트할 때 여자 친구 데려가게!”
야유를 날리던 선배들.
그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격렬해서 얼떨떨할 지경이었다.
“에, 에리올 씨…….”
잉그리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잘한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야하……!”
활짝 웃으면서 잉그리드가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다.
“야하, 해냈어요, 여러분! 우리가 해낸 거라고요!”
“잉그리드, 호들갑 떨지 마. 아직 점수가 안 나왔어. 기뻐하긴 일러.”
“샤를로트,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는데?”
“다들 수고했어요! 분명 좋은 점수가 나올 거예요!”
다들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반사 술식을 실시간으로 계속 조정하느라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나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해.’
공연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심사 위원들 중에 유피테르 클럽 사람들이 섞여 있다.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다.
“어, 엄청난 광선 공연, 레이저 쇼였습니다! 이거 점수가 기대되는데요? 딥 메이즈의 9.4점, 유피테르 클럽의 9.6점을 넘을 수 있을까요? 심사 위원 점수는…….”
사회자의 들뜬 목소리가 잠시 끊겼다.
우리는 다 함께 숨을 죽이면서 결과를 기다렸고…….
“9.7점! 9.7점입니다! 9.6점의 유피테르 클럽을 꺾고 신입생들만으로 구성된 레인저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결과가 발표된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얼싸안았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말이다.

* * *

결국 레인저스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동아리는 하나도 없었다.
레인저스는 평균 9.7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9.6점의 유피테르 클럽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할 줄 알았던 유피테르 클럽의 선배들은 다들 뭐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놈들이야.’
헬리오스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단상에서는 에리올이 상금을 수여받고 있는 중이었다.
“크으, 저 녀석 물건이네. 어떻게 저런 마법을 준비해 온 거지?”
“그냥 겉보기만 좋은 마법 아닌가요?”
옆에서 선배가 감탄하자, 괜히 반발심이 생겨 비딱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랬더니 선배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저거 출력만 끌어올리면 상당히 위협적인 마법이 될 거야.”
“네?”
“저거 아무래도 광선을 반사하는 술식 같은데,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면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어. 강력한 광선을 날리면서 중간에 궤도를 바꿀 수 있으니까.”
“……!”
현재 광휘과 실습생인 선배는 에리올이 사용한 마법을 꽤 자세히 이해한 것 같았다.
“상상해 보라고. 빗나간 줄 알았던 광선이 중간에 궤도를 바꿔서 네 배후로 날아올 수도 있어.”
“…….”
“확산 광선을 활용하면 적을 전방위에서 둘러싸고 광선을 퍼부을 수 있을지도 몰라. 물론,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이지만 말이야.”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
이건…… 에리올한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저 녀석…….’
겉모습만 화려한 마법을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에리올의 마법은 충분히 실용적이었다. 실전에 활용할 수 있는 마법을 준비해 온 것이다.
‘에리올 너는 정말…… 대단한 놈이야.’
헬리오스는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었다.

* * *

“경연대회 우승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우리는 음료수 컵을 치켜들며 건배를 했다.
좋은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결국 동아리방에서 하기로 했다.
동아리 탁자에는 매점에서 사 온 과자와 음료수가 잔뜩 차려진 상태였다.
“하하. 정말로 우승을 할 줄은 몰랐단 말이지!”
케인이 웃으면서 컵을 치켜들었다.
“심사 위원 중에는 유피테르 클럽을 우승시켜 주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 텐데, 결국 우리가 1등이었잖아!”
“그걸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우리들 퍼포먼스가 훌륭했던 거겠죠.”
세니아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수고 많았어요. 특히 에리올…… 이번에 거의 모든 걸 계획했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너희들이 도와줘서 할 수 있었던 거야.”
내 구상을 실현하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금 내 마법 능력으로 모든 술식을 혼자서 구성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잉그리드가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