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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생체계 마법
2장 던전 서바이벌
3장 사령 교단
4장 광휘계 마법
5장 교류전의 뒤편
6장 전자계 마법
7장 레인저스 재시동 (1)
1장 생체계 마법


“생체계 마법을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회복 위주의 서포트 마법이라고 말이다.”
신입생들이 처음으로 듣는 ‘강화 생체학’ 강의.
교단 위에 올라온 생체과의 머셀트 교수는 두툼한 근육을 과시하며 팔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건 크나큰 오해다. 생체계 마법만큼 실전적인 마법도 드물다.”
그렇게 말하면서 머셀트가 손에 들고 있던 공을 집어 던졌다.
콰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공이 강의실 뒤편에 서 있던 조교의 손에 안착했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공을 받아 내는 모습에 많은 학생들이 탄성을 질렀다.
“현대 생체계 마법의 꽃은 ‘강화’다. 육체 능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범한 인간은 할 수 없는 일을 이뤄 낼 수 있지.”
콰앙!
이번에는 조교가 던져 준 공을 머셀트 교수가 잡아냈다.
아무래도 근력뿐만 아니라 동체 시력 등도 강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으음, 엄청나군.”
근처에 앉아 있던 카리스가 신음 소리를 냈다.
카리스도 육체 능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저런 공을 던지는 것도, 저런 공을 받아 내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역시 나도 야구 동아리에 들어가야겠어.”
“…….”
뭔가 나하고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양한 공격 마법을 날리면서 적을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게 마법사다운 모습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현대 마법사에게는 다른 스타일도 있다.”
그렇게 말하며 머셀트 교수가 칠판에 큼직큼직하게 글자를 썼다.
“적에게 접근하여 근접전으로 해치우는 스타일…… 이것을 근접형 마법사라 부른다.”
근접형 마법사.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접형 마법사라고 해서 주먹질을 하는 마법사라고 생각하지 마라. 물리적 타격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근거리에서 빠르게 마법을 날려 확실하게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
“어쨌든 이렇게 접근전을 할 때는 마법사에게 근력, 체력, 민첩성 등이 요구된다. 이걸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도 하지. 예를 들어 원소계 질풍 마법만 써도 스피드를 끌어올릴 수 있다. 너희들 중 상당수가 이미 바람의 원소를 활용해 이동 속도를 끌어올리는 마법을 터득한 상태일 거다.”
케인과 세니아 등 여러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지해야 할 것은 너희들의 육체다. 아무리 바람의 원소를 잘 다뤄 봤자 팔다리를 직접 움직이는 게 더 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말하며 머셀트가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알통이 커지면서…… 소매가 찢어졌다.
“생체계 마법으로 너희들의 온몸을 강화해라! 그러면 너희들은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몇몇 학생들은 감탄하면서 박수를 보냈지만, 다른 학생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침묵했다.
역시 마법사 지망생들은 육체파보다는 두뇌파가 많기 때문에, 저렇게 육체의 힘을 강조하는 스타일은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 * *

“근육 덩어리의 강의를 듣고 오해한 사람도 있겠지만, 생체계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치유 마법이다.”
이어진 ‘치유 생체학’ 강의에서 실비아 교수는 다른 의견을 입에 담았다.
“물론 생체계 강화 마법이 무의미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법사의 주된 역할은 적과의 육탄전이 아니다.”
“…….”
“마법사의 최대 장점은 적들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원거리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법으로 육체를 강화하면서 접근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자체를 성립시키지 않는 편이 낫다.”
그녀는 은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체계 강화 마법을 익히지 말라는 건 아니다. 행군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되니까. 하지만 그 근육 덩어리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서 근접형 마법사를 꿈꾸지는 마라. 그건 정말로 적성이 맞는 일부 마법사들만 나아가야 하는 길이니까.”
같은 생체과 소속인데도 불구하고 머셀트 교수와 실비아 교수는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런고로, 지금 너희들이 중점적으로 배워야 할 생체계 마법은 치유 마법이다. 온갖 부상, 질병, 중독 등을 치료해 주지. 마법사가 겪게 되는 온갖 상황에서의 생존율을 극대화시켜 주는, 궁극의 서바이벌 마법이라 할 수 있다.”
서바이벌.
그 단어가 나오자 여러 학생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이제 곧 던전 서바이벌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너희들이 던전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봐라. 거기에는 너희들을 잡아먹으려는 몬스터들만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모기한테 물린 줄 알았는데 곧바로 엄청난 고열에 시달릴 수도 있고, 무심코 들이마신 연기가 독가스일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건 생체계 치유 마법밖에 없다.”
“아…….”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던전 서바이벌 같은 형식으로 실기평가를 하는지 다들 이해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점의 너희들한테는 상관없는 얘기겠지만…… 생체계 마법을 수련한 마법사들 중에는 타인의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마법을 전문으로 사용하는 놈들이 있다.”
“……!”
“다른 마법사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그 마법사가 생체계 마법으로 너희에게 두통이나 현기증을 발생시켰다고 하자. 그런 상태에서 너희가 제대로 마법을 써서 대항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현대 마법은 머릿속에서 술식을 구성하여 발동한다.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운 상태라면 제대로 술식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너희들은 생체계 마법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너희들이 앞으로 무슨 마법을 주력으로 삼든 생체계 마법은 항상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심각한 표정에 만족했는지, 실비아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겠다. 다들 교재를 펼치도록.”

* * *

“실비아 교수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우리들 중에는 생체계 강화 마법이 중요한 사람이 더 많단 말이지.”
“그건 그래요.”
방과 후.
나는 케인, 세니아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오늘 들었던 생체학 강의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나하고 세니아는 근접전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생체계 강화 마법이 중요하지.”
“한편 원거리 공격 마법을 특기로 하는 에리올한테는 중요도가 떨어지겠네요.”
“아니, 그렇다고 해서 강화 마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말했다.
“아까 실비아 교수님도 행군 같은 거 할 때 필요하다고 했잖아. 결국 강화 마법을 익혀 둬서 손해 볼 건 없어.”
“음…… 그것도 그러네.”
“특히 난 너희들에 비하면 체력 같은 게 약하니 말이야.”
나도 나름대로 건강 유지 목적의 운동을 해 왔지만,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훈련을 받은 케인이나 세니아에게는 한참 못 미친다.
“던전 서바이벌에는 강화 마법도 치유 마법도 전부 다 필요할 거야.”
“그래, 2박 3일 동안 던전에서 버텨야 하니까.”
던전 서바이벌은 이름대로 던전 안에서 살아남는 실기평가다.
물론 진짜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일을 겪게 만들지는 않는다.
생체과의 조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위기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구출해 주니까.
하지만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조교들의 도움 없이 마지막까지 자력으로 버티는 게 중요하다.
“아마 던전 서바이벌에는 생체계 마법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발생할 거야.”
“생체과에서 주관하는 실기평가니까, 아무래도 생체계 마법을 활용할 상황을 만들어 놨겠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준비를 많이 해 둬야겠네.”
케인은 상대적으로 느긋했다.
예전에 들은 바로는 트리거 가문에서 생존 훈련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셋이서 조를 만드는 거지?”
“그래, 너희만 괜찮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부탁할게요.”
던전 서바이벌은 3인 1조로 팀을 만들어 참가하게 된다.
트리거 가문 출신으로 생존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케인, 최상급반에서도 손꼽히는 우등생인 세니아와 팀을 만든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이왕 하는 거면 1등을 하자고.”
“당연히 그럴 생각이야.”
“하하. 너 은근히 자신감 넘친다니까.”
케인이 웃으면서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그 카타콤이라는 던전은 어느 정도 넓이인 걸까요? 1학년이 다 들어갈 수 있는 걸까요?”
입학식 시점에서 신입생은 1021명이었다.
하지만 벌써 자퇴한 학생이 꽤 많기 때문에 현재는 900명 정도라고 한다.
“한꺼번에 다 들어가는 게 아니라 며칠씩 나눠서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아마 우리 최상급반이랑 상급반이 같은 시기에 들어가게 될 거야.”
“상급반이랑 같이…….”
상급반에는 헬리오스와 샤를로트가 있다.
헬리오스는 던전에서 베테랑이나 다름없고, 샤를로트도 실력이 대단하다.
아마 그 녀석들이 소속되어 있는 팀이 최대 경쟁자가 될 것이다.
“지난번 던전 공략 대회와 마찬가지로 몬스터를 쓰러뜨린 점수도 순위 산정에 반영된다고 들었어. 아이템 박스는 없다고 하지만 말이야.”
“몬스터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겠지. 그걸 최상급반과 상급반의 학생들이 나눠 가져야 해.”
“시간이 지날수록 몬스터의 숫자가 줄어들 테니, 경쟁이 치열해지겠네요.”
세 사람 사이에서 서서히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럼 우리가 취해야 할 작전은 정해졌네.”
케인이 웃으면서 말했고, 나와 세니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몬스터를 남들보다 빨리 사냥해야 해.”
“고득점을 받으려면 그게 정답이겠죠.”
다른 학생들은 생존을 위해 식량이나 물, 잠잘 곳을 확보하는 걸 우선하겠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간다.
“그러기 위한 준비도 이미 착착 진행되고 있으니까 말이야.”

* * *

“에리올한테 묘한 부탁을 받은 것 같더군, 헤파이스.”
“뭐야, 어떻게 눈치챈 거지?”
마도 사륜차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카이셀의 말에, 헤파이스는 피식 웃었다.
“말해 두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건 아니야. 오히려 내가 과제를 내 주는 역할이지.”
“과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