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장 신인전 (2)
2장 야간의 외출
3장 제작 마법
4장 던전 탐색
5장 중간고사 준비
6장 1학기 중간고사
7장 공략 대회
8장 흡혈종
9장 칭찬과 감사
10장 사령계 마법
11장 서몬 데드
1장 신인전 (2)


헬리오스는 레인저를 생업으로 삼아 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라비린토스 말고도 세계 각지에는 크고 작은 던전들이 존재한다. 레인저들은 그런 던전을 탐색하여 몬스터와 보물을 사냥해 왔다.
헬리오스의 부모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레인저 기술을 이어받아 던전을 탐험해 왔다. 주위의 다른 레인저들을 통솔하는 리더 역할도 맡고 있었다.
헬리오스는 부모들한테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 왔으며, 부모들처럼 레인저들의 리더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헬리오스는 전통적인 레인저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느꼈다.
이미 던전 탐색의 주역은 마법사다. 마법 없이 던전을 탐색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헬리오스 주변의 어른들은 이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냥 일확천금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른들을 보면서 헬리오스는 실망감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헬리오스는 던전을 둘러보던 마법사가 버리고 간 잡지 하나를 손에 넣게 되었다.
거기에는…… 카이셀 발렌시아 교수의 라비린토스 심층부 공략 기사가 실려 있었다.

처음에는 잡지 내용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카이셀의 기고문을 읽고 있으니, 주위 어른들하고는 명백히 다른 부분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향상심,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해 내는 자신감, 그리고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진행하고야 말겠다는 오만함…… 헬리오스는 만난 적도 없는 아카데미 교수에게 푹 빠져 버렸다.
이 사람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헬리오스는 잡지를 탐독했고, 관련 서적도 구해다가 읽었다.
아카데미로 가서 카이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그리고 카이셀 교수처럼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마법사가 된다.
그런 꿈을 갖고 노력한 헬리오스는…… 결국 아카데미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니…… 질 수 없지.’
에리올을 쳐다보며 헬리오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입학시험에서 1등을 차지한, 카이셀 교수의 조카.
저 녀석을 꺾지 못한다면 카이셀 교수의 수제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서 반드시 저 녀석을 쓰러뜨리고 카이셀 교수에게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
눈앞에 서 있는 에리올은 말없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헬리오스는 에리올을 꺾을 자신이 있었다.
‘저 녀석은 반드시 속공을 하려고 할 거야.’
아까 헬리오스는 에리올에게 쏘아붙였다.
위력이 강한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발동 속도가 느리면 실전에서는 쓸모가 없을 거라고.
에리올은 그 지적을 의식해 빠르게 속공을 하려고 할 것이다.
‘방금 전, 세니아 아르티앙도 상당히 빠르게 화염을 날렸으니까.’
이 녀석들은 마법을 빠르게 사용하는 연습도 했다.
하지만 마법을 빠르게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술식을 구성할 시간도 짧아진다는 얘기.
아까 골렘한테 썼던 것처럼 거대한 화염구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충분히 피할 수 있어.’
세니아가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에리올이 빠르게 화염 공격을 한다면, 그것보다 빠르게 움직여 피한다.
헬리오스는 세니아 수준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자신이 있었다.
‘물론 세니아처럼 체술로 승부를 낼 생각은 없지.’
에리올의 마법을 피하면서, 이쪽은 뇌전 마법을 연속해서 날린다.
화염으로 반격해 봤자 충분한 거리만 유지하고 있다면 전부 다 회피할 수 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에리올을 유린하여 승부를 마무리 짓는다.
이것이 헬리오스의 작전이었다.
‘햇병아리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마법 전투를 교수들 앞에서 보여 주는 거야.’
그렇게 다짐하면서 헬리오스는 마법을 쓸 준비를 했다.
“준비가 됐으면…… 시작하라!”
호라이즌 교수의 호령과 동시에, 에리올이 빠르게 오른손을 치켜드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속공으로 나오는 건가.’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걸 확인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미 헬리오스는 오른쪽으로 움직이기 위해 무게 중심을 이동한 상태였다.
‘와라!’
파앙!
에리올의 오른손에서 주먹 크기 정도의 화염구가 발사되었다.
역시 속공으로는 아까처럼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 수 없는 모양이었다.
제법 빠르게 날아오는 것 같았지만, 어차피 직진밖에 못한다.
이미 헬리오스가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화염구는 그냥 허공에서 터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헬리오스는 제자리에 서 있는 에리올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
뇌전 마법을 날리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려던 순간.
“……?!”
술식을 구성하지 못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직진하다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터져야 했던 화염구가…… 헬리오스를 쫓아오고 있었다.

* * *

“유도(誘導)?!”
“신입생이 유도탄을 날렸다는 건가?”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지?!”
“1학년 1학기에는 안 가르쳐 주는 거잖아!”
교수들이 호들갑을 떠는 소리를 들으며, 클라인은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네가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이거였구나!’
얼마 전에 에리올은 클라인에게서 몇 가지 마법 서적을 빌려 갔다.
신입생 신분으로는 실전용 마법을 연구하기 어려우니 클라인이 갖고 있는 장서를 빌리고 싶다는 듯했다.
클라인은 반신반의하며 책을 빌려줬는데…… 에리올은 정말 독학으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네가 유도 마법을 쓸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겠지!’
기본적으로 신입생들은 투척과 사격 두 가지 방법으로 마법을 날린다.
강의 시간에도 두 가지 방법밖에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리올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은 방법을 독학으로 터득했다.
‘투척이나 사격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방법을 추구한 거야.’
특정 방향을 향해 마법을 날릴 뿐인 투척.
하나의 표적을 조준하여 마법을 발사하는 사격.
이 두 가지 방법에는 마법을 직선으로 날릴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중력이 작용하니까 엄밀히는 직선이 아니지만, 어쨌든 한쪽 방향으로만 날아가지.’
그렇기 때문에 아까 세니아가 했던 것처럼 마법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회피’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유도’다.
‘유도는 표적이 움직이고 있어도 계속 쫓아가는 방식이야.’
마법이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중간에 방향을 바꾸어 계속 표적을 쫓아간다.
한번 발사하면 그걸로 끝인 투척이나 사격과는 달리 중간중간 계속 방향이 바뀌는 탓에 매우 복잡한 술식이 필요하다.
신입생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닌 것이다.
‘머릿속에서 술식을 달달 외운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저 녀석은 유도 마법을 완전히 이해했어!’
역시 에리올은 천재다.
흥분에 휩싸인 채 클라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윽……!”
헬리오스가 이를 악물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계속 회피 동작을 취하고 있지만, 유도 마법은 헬리오스를 놓치지 않고 계속 쫓아 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제대로 유도가 되고 있어.’
원래 내가 유도 마법을 터득하려고 한 건 모의전에 대비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골렘한테 평범한 투척이나 사격 마법을 날려 봤자 1등을 차지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거대한 화염구를 날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유도 마법을 연습해 보기로 했다. 심사 위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마법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니아를 상대로 ‘움직이는 대상을 향해 마법을 사용하는’ 훈련을 했던 것도 전부 이것 때문이었다.
‘마침 클라인 교수님을 통해 모의전 형식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더더욱 유도 마법에 매진했지.’
제대로 된 실전용 마법 서적을 빌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덕분에 유도 마법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클라인 교수님의 책으로 이론을 공부하고, 세니아 상대로 실습을 할 수 있었기에…… 터득할 수 있었어.’
고마움을 느끼면서 나는 다시 한번 주위의 원소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유도 화염구를 하나 더 날렸다.
“……!”
두 개가 되어 버린 유도 화염구.
양쪽에서 날아오는 불꽃에 헬리오스가 궁지에 몰렸다.
“윽……!”
그리고, 헬리오스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 순간.
두 개의 화염구가 거의 동시에 헬리오스에 명중했다.
“와아……!”
콰쾅!
관객들의 탄성과 함께 화염구가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