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목차
1. 마계 진출
2. 시궁창의 여왕
3. 해방
4. 용의 산맥
5. 칼리아드
6. 로한
7. 슈테르인
8. 결전
에필로그
1. 마계 진출


후두둑!
마기를 얻어맞은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악! 이게 무슨!”

충격과 공포.
석궁병의 감정이 그러하리라.
저런…. 그러니까 좋게 좋게 말할 때 문을 열었으면 얼마나 좋아.

「파트너, 아주 속이 뻥 뚫린다.」

마족을 경멸하는 칼리번도 지금 사태에 동조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참에 녀석들을 묵사발로 만들자.」
「어허! 왕이 되기로 하였으니 백성을 그럴 수야 있나?」

나는 성벽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잔뜩 몸을 웅크린 궁병을 불렀다.

“궁병아, 이제 좀 정신이 드느냐?”

녀석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당신 뭐야! 누군데 갑자기 이런 짓을!”
“얼른 문 열어라. 내가 약속이 있어 이 정도로만 끝낸 것이니.”

메이릴과의 약속.
괜히 마인들을 해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연히 그 약속은 지킬 생각이다.

“성문을 열고, 더 높으신 분을 불러와라!”
“성문을 열면 나는 죽은 목숨이다! 이 자식아!”
“어허…! 왕이 어전에 찾아 왔거늘. 반기는 이가 없다니.”

에잉, 쯧쯧.
이리도 어리석어서야….
그때 탑의 보초병들이 달려와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느껴지는 마기로 보아 하급에서 중급 정도의 마인들이다.

“네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허어? 진작에 정체는 밝히지 않았더냐!”
“……?”
“가서 카넬로페를 데려와라. 새로운 마왕을 맞이하라 일러라.”

놈들도 성벽을 일격에 박살 내는 힘을 보았을 것이다.
덤벼봐야 상대도 되지 않음을 알고 있을 터.
그러나 제법 용맹한지 물러서지는 않았다.

“침입자다! 죽여!”

누군가 외쳤지만, 덤벼드는 병사는 없었다.

“이거, 이거…, 왕의 용안도 못 알아보다니.”

저벅저벅.
차라리 내 쪽에서 다가가기로 했다.
내가 걸어가자 모여 있던 군세가 홍해처럼 갈라졌다.
이것이 바로 모세의 기적이구나.

“자, 이제 문을 열거라.”
“…….”
“여기 대장이 누구지?”

내가 좌중을 훑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저, 저입니다만….”
“그래, 얼굴은 똑똑히 기억했다.”
“네?”
“끝까지 맞서다니 용기가 갸륵하구나.”
“……?”

나는 인상 좋은 웃음을 남기고 검을 들었다.

“그러나 만용과 용기는 구분해야 하는 법이다.”

티르빙을 휘두르자, 검은 마기가 성문을 향해 뻗어나갔다.

콰아아앙!
그 충돌로 성문이 박살 났다.
병사들이 입을 벌린 채 넋을 놓았다.

“자, 다들 나를 따르라.”
“네?”
“왕의 신하들이 왕을 따르는 게 무슨 문제더냐?”

나는 먼저 성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누구도 나를 막지 않았다.
뒤이어 눈치를 보던 이들이 내 뒤로 다가섰다.
그러나 살기가 전해지지는 않았다.
비겁하게 뒤에서 찌를 생각조차 할 수 없었겠지.

“저기…, 죄송하지만, 뉘신지…?”
“내 너희들의 새로운 마왕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긴 갑작스럽게 등장해서 내가 막 나가긴 했지.
이쯤에서 설명할까 싶었지만….
난 지금 이 컨셉플이 재밌어서 말이야.

“마왕은 약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농담을 건넨 뒤, 나는 성안으로 진입했다.

“괴물!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

데앵! 데앵! 뎅!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등장으로 여기저기서 종이 울렸다.

“저 새끼, 뭐야? 당장 공격해!”

지휘관으로 보이는 마인이 외치자, 몇몇 병사가 뛰어와 나를 포위했다.
그러나 그뿐. 누구 하나 먼저 창으로 찌르지 못했다.

“목숨이 아깝거든 비키거라.”
“으으…!”
“왕이 되기로 했으니 백성을 아껴야 하는 법.”
“아까부터 그게 무슨 개소리야?!”

감히 왕한테 개소리?
넌 내가 얼굴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