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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3위 경쟁 두 팀, 순위는 2승으로 갈린다]
[……주인공은 물론 인천 드래곤즈와 대전 팔콘스. 승차가 고작 반 경기로 줄어든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정규시즌 마지막 상대로 만난다. 꾸준한 경기 소화와 WBC에 따른 리그 일정 변경이 맞물리며 이른 완주를 앞둔 두 팀이 최후의 접전을 벌이는 것.
……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팀이 3위를 확정하는, 사실상 포스트시즌에 준하는 매치업이다. 무승부가 나온다면 승차에서 앞서는 드래곤즈가 크게 유리해지지만, 올 시즌 두 팀의 무승부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13번의 만남에서 9승을 거둔 팔콘스가 시즌 상대전적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후반기 성적과 기세 모두 드래곤즈가 앞선다. 최근 맞대결에서도 더블헤더를 쓸어담으며 위닝시리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시리즈를 기점으로 3위로 올라선 후로는 단 한 번도 순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드래곤즈다. 전반기 막판 리빙 레전드 김광열이 짧게 이탈했던 것을 제외하면 주전 선수단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러왔던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투수진의 전력은 팔콘스가 웃는다는 평가. 특히 중간 휴식일 없이 펼쳐진 6연전에서 김의준, 조동엽 등 대체선발 자원과 몇몇 불펜투수만으로 2경기를 치러낸 김용문 감독의 승부수가 2승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에 따라 지난주 추가 등판이 예상됐던 구강혁이 최소 6일, 최대 8일의 휴식을 확보했다. 올 시즌 4승으로 드래곤즈에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던 구강혁이다. 시리즈 3경기 가운데 1경기는 팔콘스가 이미 확보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복귀 등판에서 2이닝 퍼펙트로 건재를 과시한 류영준 또한 최소 한 경기에는 선발로 등판하리라는 예상. 올 시즌 드래곤즈를 상대로 2경기에서 1승을 기록한 류영준으로, 노 디시전이 된 경기에도 무자책 호투를 보였다. 드래곤즈는 팔콘스의 까다로운 원투펀치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것.
……물론 드래곤즈의 선발진 또한 강팀답게 만만치 않다. 전반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후반기 복귀 후 베테랑의 품격을 보이는 김광열의 반등과 교체 외인 커티스의 에이스급 활약이 제대로 어우러진다는 평가. 지난 6경기 정상적 로테이션을 소화한 드래곤즈는 이번 3연전에서 커티스, 박지후, 김광열 순의 선발 등판이 예상된다.
……타선 짜임새는 드래곤즈가 앞서는 편이다. 특히 후반기 맹타는 리그에서 따라올 팀이 없었다. 시즌 팀 타율도 2할 9푼 3리까지 끌어올리며 2위에 올라섰고, 비록 홈런왕 경쟁은 강대호와 김도현의 두 타자로 압축된 실정이지만 이충재, 고영현이 25홈런을 모두 넘어서는 등 언제든지 한 방을 때려낼 수 있는 팀 컬러를 다시 재현해 냈다.
……타자의 팀 드래곤즈와 투수의 팀 팔콘스가 맞붙는 그림. 승자는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특권을 얻는다. 이번 시리즈에 양 팀의 팬들은 물론, 각각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 직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가디언스와 재규어스의 팬들 또한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한편 류영준과 김광열이 모두 등판이 가능한 시리즈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양 팀 팬들은 물론 수많은 KBO 팬들의 염원이었던 두 사람의 선발 매치업 성사 여부도 주목된다. 물론 시리즈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로망을 위한 선발 운용은 어불성설이지만, 3경기에 류영준이 등판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천 등의 추가적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양 팀은 서로의 시리즈로 10월의 첫날 정규시즌을 마무리한다.]
→ 드) 소신발언 하나 한다
→→ 드) ㅇㅇ?
→→ 드) 구강혁 나오는 날 경기 버리자
→→ 드) 아니 뭘 어케 버려
→→ 팔) ??
→→ 드) 못 치는 거 팩트잖아
→→ 드) 뭘 못 쳐 동민 충재 영현 요즘 흐름 제대로 탔구만 새갸 너 드래곤즈 팬 맞아?
→→ 드) 맞어 인마 ㅡㅡ
→→ 팔) 흐름 탔는데 왜 2연속 루징임?
→→ 드) 시발아 야구가 그럴 수도 있지
→ 팔) 어 형이야 형은 1승 먹고 들어가
9월 28일, 정규시즌 마지막 휴식일.
구강혁이 충분히 쉬면서 기사를 살폈다.
‘균형이 맞는 좋은 승부다, 대강 그런 말이네.’
타선과 전반적인 전력 균형 면에서는 드래곤즈가, 투수력에서는 팔콘스가 앞선다는 평가와 함께 마지막 시리즈를 앞둔 두 팀.
올 시즌 팔콘스가 트레이드를 통한 영입, 특히 구강혁과 한유민의 대활약, 즉 외부 수혈로 역대급 재미를 봤다면?
‘드래곤즈는 집토끼를 제대로 눌러앉혔지.’
드래곤즈는 FA 시장에서 박지후와 이충재와의 내부 계약을 무난히 성사시키며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고, 그를 바탕으로 현재 3위의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쉬고만 있어도 은근히 긴장이 되네.’
구강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리그는 정규시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즌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야.’
정규시즌의 우승팀에는 그 나름의 영광이 따르겠고, 서울 가디언스도 우승을 확정지으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결국 진짜 승자인 한국시리즈 우승팀.
그를 가리는 가을야구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전까지는 은근히 일정이 남았어. 어느 팀이 4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든 준비할 시간은 충분한 셈이지. 그런데도 3위 싸움이 중요한 건 이후의 일정을 위해서다.’
정규시즌 3위를 기록하고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사례는, KBO가 단일리그로 개편된 후 작년까지 단 2차례.
모두 서울 가디언스의 성과였다.
‘정규시즌 4위를 기록한 팀이 우승까지 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어. 한국시리즈 진출, 즉 준우승을 한 경우도 네 번에 불과하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144번의 모든 경기가 중요한 리그지만…….
이번 시리즈는 더욱 중요하다.
말 그대로 포스트시즌에 준하는 시리즈였다.

* * *

인천 원정길, 팔콘스 선수단 버스.
지난 울브스전 도중 짧은 불펜 피칭으로 몸 상태를 점검한 구강혁은 휴식을 취했지만, 휴식일이자 이동일인 오늘 오후에도 구장에 출근해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이 적잖았다.
비장한 얼굴로 모여들어 자리에 앉아서는…….
꽤 많은 선수가 곧바로 잠에 빠져들기도 했다.
‘진지한 분위기, 나쁘지 않아.’
지금은 서로 어떤 말이 필요한 시점은 아니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 맞이한 다음날.
시리즈 첫 경기, 김용문이 선택한 카드는 브라운.
5일 휴식을 취한 뒤의 등판이었다.
“히야.”
경기의 중요성 탓인지…….
드래곤즈 필드는 평일 경기임에도 당연한 듯 만원을 달성했고, 일찌감치 구장을 찾은 팬들의 수도 엄청났다.
류영준이 말했다.
“많이도 오셨네.”
구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팔콘스 원정팬들의 유니폼이 그 절반가량.
어쩌면 그보다 많을는지도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드래곤즈 필드에서 펼쳐지는, 어떤 면에서는 이번 정규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매치업. 드래곤즈가 팔콘스를 맞이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팔콘스가 선택한 오늘 경기 선발은 브라운입니다. 지지난주 스타즈전에서의 등판은 아쉬운 결과로 이어졌지만, 최근 3경기를 통틀어 2승 1패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직전 등판, 파이터스전에서 좋았죠. 다만 경기의 성격, 순위 결정전임을 감안하면 소화하는 이닝이 많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해요. 스타즈전처럼 난조가 이어지면 경기 초반에도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겠죠.]
[그 점은 커티스를 선발로 내세운 드래곤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외인으로 투입된 두 선수의 시즌 맞대결은 처음입니다. 특히 브라운은 외인의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히는 KBO 데뷔전에서 드래곤즈 타선에 만루 위기를 내준 적이 있습니다.]
[그랬죠. 하지만 단 1실점으로 막아 내면서 위기관리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이후로는 지금까지 기존의 외인이었던 로건의 공백을 훌륭하게, 그 이상으로 메워주는 모습이에요.]
[전반적으로 대체외인의 성공률이 높다고는 볼 수 없는 KBO, 그럼에도 오늘 선발로 나서는 두 선수는 모두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럼요. 자, 두 팀이 모두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지은 지금, 물론 포스트시즌에도 중책을 맡아줘야 할 두 선수입니다만. 3위 싸움인 이번 시리즈 첫 경기에서 선봉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는 어깨가 또 무겁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선발 예고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이미 충분한 휴식을 취한 구강혁이 아닌 브라운을 선발로 내세웠다는 건, 김용문 감독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걸었다. 그렇게 볼 수 있을까요?]
[그렇죠. 지난주 승부수는 굉장히 좋게 작용했어요. 승차를 단숨에 따라잡은 덕분에 스윕이 아닌 2승만으로도 3위를 확정할 수 있게 됐고, 브라운으로 시작하는 선발 운용도 그 덕분에 가능한 선택이라고 봐야겠죠.]
두 외인의 선발 맞대결.
3회까지는 치열한 투수전 양상이었다.
2회 팔콘스에서는 노재완이 안타를, 드래곤즈에서는 고영현이 볼넷을 통해 출루하는 등.
양 팀 4번 타자만이 1루를 밟았고, 잔루가 됐다.
그리고 4회초 1사 후 페레즈가 좌전안타로 한 번 더 출루에 성공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팔콘스가 여전히 무득점에 그친 반면.
4회말 2사 후.
[……8구째도 파울. 또 한 번의 커트에 성공하는 고영현. 브라운과 고영현의 풀카운트 승부가 계속됩니다.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고영현 타자, 집중력이 대단하네요.]
[앞선 타석에도 볼넷을 얻어 냈으니까요. 드래곤즈로서는 유일한 출루였죠? 아, 브라운. 고개를 저어요. 지금 점점 더 던질 공이 없어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승부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브라운의 9구째, 당겨쳤어요! 타구 큽니다! 왼쪽으로, 왼쪽으로!]
고영현이 긴 승부 끝에 좌측 담장을 넘기며…….
드래곤즈가 1점의 리드를 잡았다.
‘몰렸네. 하필이면 여기서. 아쉬운 승부다. 앞선 타석에서 볼넷을 허용한 점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겠지. 볼넷을 내줄 바에야 홈런을 맞으라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만큼은 맞아떨어지지 않는 말이야.’
다소 아쉬운 피홈런.
그래도 이후 브라운은 5회 허용한 단타를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좋은 피칭을 보이며 6회까지를 잘 막았다.
‘6이닝 1실점.’
제 역할은 한 셈이었다.
하지만 커티스는 6회 황현민, 7회 채연승에게 각각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여전한 짠물 피칭을 선보였고…….
1점의 리드로 승리투수 자격을 갖췄다.
[……7회초 원민준을 등판시키며 추격 의지를 보인 팔콘스, 8회에는 마무리 주민상까지 등판하는 강수를 둡니다.]
투수조의 여력이 충분한 상황.
김용문은 필승조를 가동하며 추격 의지를 보였고, 원민준과 주민상이 무실점 피칭으로 그에 응답했음에도 불구.
8회초에도 팔콘스 타선은 드래곤즈 불펜의 후반기 핵심 자원으로 꼽히는 문승태에게 묶이고 말았고, 9회초에는 드래곤즈의 젊은 마무리 조범영이 등판.
선두로 나선 한유민이 초구를 때려내며 출루에 성공, 이후 페레즈의 번트로 점수 짜내기에 나섰음에도…….
[……삼진! 경기 끝! 조범영의 연속 삼진! 1사 2루의 동점 찬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범영! 드래곤즈가 시리즈 첫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합니다!]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한 팔콘스.
스코어는 0:1.
다시 최악의 패배였다.
[인천 드래곤즈, 단 3명의 투수로 팔콘스 제압!]
[경기 MVP 커티스, “고영현의 홈런이 결정적”]
[짜임새로 신승 드래곤즈, 3위까지 단 1승!]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이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네.’
구강혁도 착잡한 심정이었다.
눈이 마주친 류영준이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물론 좋은 분위기일 수는 없었다.
지난주 기껏 따라잡은 승차가…….
‘2승을 모두 거둬야 3위. 9회 어떻게든 유민 선배를 불러들였다면 최소한 연장 승부로, 설령 패배하더라도 상대 투수를 소모하는 효과라도 봤을 텐데.’
오늘 패배로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셈이었으니까.
‘나도 이렇게 아쉬운데 나갔던 선수들은 어떻겠어. 그래도 우울해해서 좋을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고, 지금 이 버스에 선수들이 다 있는 것도 아니지만…….’
구강혁이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크흠, 흠.”
류영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거, 강혁이가 할 말 있단다.”
선수들이 제각기 고개를 돌렸다.
“어, 으음. 그, 지난주에 말입니다.”
구강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어린 투수들. 의준이나 동엽이, 지환이, 선민이……. 다들 잘해 준 덕분에 4승이나 했잖아요. 그래서 오늘 패배는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괜찮다고.
“아무리 야만없이라지만, 승차 못 좁혔으면 오늘 경기에 시즌 순위가 확정됐을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