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10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10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10
나니자까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10권
차례
Chapter 01. 최종장 - 2
Chapter 02. 처음과 같이
Chapter 03. counter
Chapter 04. 마지막 한 방
Chapter 05. 에필로그
그래서 영웅이 되기로 했습니다 10권
Chapter 01. 최종장 - 2
이번에는 분명 제대로 반응해냈다.
타격을 버티려 다리에 힘을 주었고, 공격의 궤도를 예측하고 그 방향으로 미리 몸과 고개를 돌렸으며, 생체 장갑의 발현에도 혼신을 기울였다.
우드득.
의지가 동함과 동시에 몸이 반응했다.
근육은 배로 부풀어 당장이라도 터질 듯 부들거렸고, 부서졌던 생체 장갑도 빠르게 수복을 마쳤다. 아니, 그냥 새로이 만들어 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쾅…!
콰드드드득…!
푸확…!
충격과 함께 그 모든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바닥에 처박힘과 동시에 다리의 힘은 풀렸고 부풀었던 근육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었다.
온전하게 발현되었던 생체 장갑 역시 산산조각이 나 부서져 사라졌으며, 의지와 상관없이 신음과 핏물이 솟구쳐 올랐다.
…무슨?
분명 직접적인 공격의 궤도에서는 벗어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충격의 범위에서 완전하게 벗어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더욱 황망한 건, 놈이 내게 한 건 이전에 보여준 말도 안 될 위력의 대단한 공격도 아니고 겨우 주먹질 한 번에 불과할 뿐이라는 거였다.
놈은 위험하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순간적으로 숨은 멎었다.
…하지만 어떻게?
고통보다 우선한 것은 당혹감과 의문 비슷한 것이었다.
‘아무리 전대의 힘을 온전히 개화했다고 해도,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던 놈이 어찌…?’
‘하지만 놈은 분명 죽어가고 있었다. 설마 죽음마저 초월하기라도 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크기와 기세가 크고 강하다고는 하나, 놈의 생명력은 지금도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것도 꽤 빠르게.
‘그럼 뭐지? 목숨을 땔감 삼아 마지막으로 제 몸을 불사르기라도 할 참인 건가?’
그래.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그거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당혹감 못지않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분노였다.
‘내가 왜… 저런 하등한 것에게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거지?’
‘왕인 내가 왜 저 열등한 사냥감 따위에게 사냥을 당해야 하는 거냐. 도대체 왜…!’
그러나 더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놈에게서 다시 움직임이랄 것이 느껴졌으므로.
‘빌어먹…!’
무너진 자세를 바로 하고 급히 고개를 들었다.
흠칫.
어느새 놈이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원래도 나보다 키가 컸던 놈이었기에 올려다보는 게 조금도 이상하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놈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뭔가 전과는 많이 달랐다.
죽는다.
놈의 눈을 본 순간, 머릿속에 그 세 글자만이 떠올랐다.
섬��했다. 소름이 돋았다. 피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으득.
느껴지는 그 모든 감각과 본능의 외침을 거부하려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왕으로 태어나, 왕으로 군림할 내가 한낱 벌레에게 두려움을 느낀다고…? 그럴 리 없다.
급히 몸을 일으켜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쾅…!
무엇을 어찌해 보기도 전에,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복부에 놈의 발이 도끼처럼 처박혔다.
그리고 그런 놈의 움직임을 나는 인식하지조차 못했고.
그저 발을 들어서 배를 강하게 밀어낸 것에 불과한 수준의 공격이었으나,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콰드드드드득…! 콰각…! 콰가가각…!
충격과 함께 탄환처럼 쏘아져 형편없이 바닥을 몇 번이고 굴러댔다.
그 과정에서 부서진 생체 장갑의 파편이 살갗을 찔러 고통을 자아냈고 노출된 살이 지면에 닿아 갈리고 찢기며, 익기까지 했다. 덕분에 고통은 배가 되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빌어먹을…!
이렇게 허망하게 당해줄 수는 없다.
자존심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대로면 결국 놈에게 죽게 될 거다.
그러니 일어나야 한다. 맞서야 한다. 죽지 않으려면 먼저 놈을 죽여야 한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버티기라도 하자. 어차피 시간은 놈이 아니라 나의 편일 테니.
지면에 다리를 박아 넣어 속도를 늦춤과 동시에 빠르게 무너진 몸의 균형을 바로 잡은 뒤, 곧바로 지면을 밀어 차내며 탄환처럼 놈에게로 쏘아져 내렸다.
쾅…!!
“…!”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예상치 못했던 움직임과 빠른 몸놀림에 놈 역시도 놀란 거겠지.
그러나 놈의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놀라움이나 당혹, 당황 등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신기하다는 듯한 반응만을 비치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 움직임이 놈의 반응보다 빨랐다는 거다.
【이 버러지 새끼가…!!】
후욱…!
쾅…!!
됐다…!
손끝에서 분명 묵직한 감각이랄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래야지.
자세가 불안정했다고는 하나, 공격 자체는 분명 제대로 들어갔다.
위력이 조금 덜 할 수는 있어도, 분명 타격은 있었을 거다
그때.
음…?
뭐지?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놈에게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힘이 가해지면 마땅히 그 가해진 힘에 반(反)하는 힘이 발생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놈에게서는 그 반하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콰드득…!
내지른 주먹으로부터 말로 형용키 어려운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급히 시선을 주먹으로 옮겼다.
시선의 끝에는 내 주먹과 그를 담담히 맞이한 놈의 얼굴이 있었다.
그것도 이렇다 할 방어도 하지 않고, 생체 장갑이랄 것조차 피우지 않은 맨얼굴이.
‘…미친.’
뚝….
뚝….
순간의 정적 속, 주먹으로부터 놈의 것인지, 나의 것인지 모를 핏물이 흘러내렸다.
소름이 돋았다. 놈의 눈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들은 적조차 없는 그 무언가가 보여서.
살기인가? 적의인가?
아… 아니다.
저건 반드시 눈앞의 적을 찢어 죽이고야 말겠다는 한 생의 선연한 의지다.
“…피할 필요도 없네.”
차갑게 식다 못해 서늘하게 얼어버린 목소리로 놈이 중얼거렸다.
【뭐…?】
그리고.
쾅――――――――――!
커헉…!?
눈앞이 번쩍였다.
주먹으로 후려친 것일 뿐인데, 태산이 날아와 박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충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휘청거리는 틈을 타 얼굴을 잡아 내리며 무릎으로 차올렸기에.
쾅―――――――――――!
그리고는 무차별적인 폭력이 이어졌다.
커헉…?!
놈의 움직임에는 이렇다 할 형도, 식도, 예도 없었다.
그저 한 번, 한 번에 살의와 의지를 담아 쳐내고 찍고, 부술 뿐이었다.
보이는 대로 잡고 찍고, 차고, 때리는 등 놈의 공격 형태는 원시적이고, 야만스러우며, 짐승이나 할 법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그런 근본도 없는 움직임에도 난 해일을 만난 조각배처럼 휩쓸려 다녀야 했다.
왜? 놈에게는 나를 집어삼키고 짓씹을 만한 힘이 있었으니까.
물론, 가만히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나 역시 세차게 부딪쳤다.
쾅――――!
쾅―――――!
심장, 간장, 목 등 약점이 될만한 급소만을 노려 후려갈겼다.
그러나 놈은 방어는 도외시한 채, 한 방, 한 방을 맞아가며 나를 옥죄려 들었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피를 토해내고, 충격에 살이 찢기다 못해 근육이 터지고, 피가 나다 못해 쏟아져 내려도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저 나를 향해 걸어왔다.
아마 자신을 미끼로 나를 묶어 반드시 죽이고야 말겠다는 거겠지.
이런 무식한 괴물 새끼.
물론, 그럴 때마다 놈의 힘이 급격하게 흐트러지거나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다.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느려졌고, 가해지는 힘 역시도 확연히 줄어든 게 보였고.
그러나 이상하게도 놈을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랄 것은 딱히 들지 않았다.
하물며, 놈이 힘을 다할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