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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장


그렇게 칠검이 반월회 요새의 성문을 두드리려는 찰나에 나는 불러세웠다.
“칠검아, 이거.”
칠검의 반응을 떠나서 혹시 모르니 미리 건네는 게 좋을 거란 판단이었다.
내가 건넨 건 그동안 한시도 품에서 떼어 놓지 않았던 무장이었다.
‘비슷하네.’
나는 칠검과 맞붙었을 시점, 천구의 눈으로 그의 무장을 면밀히 살폈었다.
‘적응하기 쉽겠어.’
그러니까 질감과 길이 무게 따위를 최대한 유사한 검을 선별한 것이다.
그러나 칠검은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
“예?”
게다가 그 목소리가 굉장히 컸다. 아마 반월회 요새에 있는 누군가를 깨울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선물이야.”
나는 누군가에게 검을 한 번도 줘 본 적이 없어서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한 바퀴 휙 돌려서 손잡이를 칠검에게 건넸다.
그런데 문제는 칠검도 검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거 같았다.
“……단장.”
이를 백사자 길드장이 봤으면 아마 두 눈을 질끈 감았을 터.
그런데 칠검이 검을 받아 본 적이 없어보여서 더 놀라웠다.
‘새끼들 던졌나?’
그렇다면 내 성질이 뻗치는 일이다. 어쨌든 칠검이 조심스럽게 검 손잡이를 쥐는 순간, 내가 단박에 검집을 잡아당겼다.
스르릉-!
마치 검 안에 그동안 갇혔던 검명이 일제히 쏟아지듯 날카로운 소리가 일대에 울려펴졌다.
그러나 찬란한 은색 검신이 세상에 드러나진 않았다.
오히려 시커먼 묵색의 검신이 빛을 모조리 흡수해 마치 그 공간에 여백이 생긴 것처럼 보였다.
‘설마 했었는데.’
그런데 칠검의 반응을 보자, 가슴이 약간 먹먹했다.
이 반응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칠검을 삼십대 외견만을 보지 않고, 그를 아이라 본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처음이구나…….”
그게 힘들 뿐이지.
그러니까 칠검은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물을 받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반응이었다.
그 감정을 칠검은 소리를 내는 법을 모르는지 눈물을 흘리며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칠검에게 말했다.
“이건…… 지키는 검이야. 알겠지?”

* * *

이런 광경은 야간 근무에 잔뼈가 굵은 반월회의 야간 근무자들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어떤 미친 놈들이냐.’
게다가 반월회는 야간 근무에 말단이 아닌, 크게 공을 들이는 편이다.
늘 명분이란 건 영웅에게 있으니까.
‘왜 이런 미친 놈들은 또 강한 거야.’
그러니까 놀란 눈으로 외부인을 바라보는 자들은 일정 경지에 도달한 자들이다.
‘아닌가, 귀신인가?’
왜 이렇게 느껴지는지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말 그대로 정문을 뚫고 들어올 기세로 달려왔다. 솔직히 막을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면 범상치 않은 마력과 실력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하다.
“너도 안 보이지?”
“당연하죠?”
그런 두 사람의 기도가 전혀 읽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저 삼십대로 보이는 남성은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기라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의 옆에 있는 젊은 놈이 문제다.
정말 무로 느꺼질 정도였다.
물론 이원우는 틈만 나면 기도를 숨기는 연습과 마음가짐을 통해 실제로 기도를 숨길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야간 근무자들의 반응이 정상인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사수와 부사수의 눈이 동시에 맞아 떨어졌다.
‘숨어라.’
‘숨어요.’
이럴 땐 숨는 게 상책이다.
차라리 이들을 안으로 들여서 상대하는 게 나을 테니까.
쌔애액-!
일순간 기묘한 검명이 부르짖는 순간 사수가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부사수의 머리를 밑으로 짓눌렸다.
‘걸렸다!’
검명이란 걸 알면서도 어쩐지 초소로 검기가 이어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러나 검명이기에 초소는 당연히 멀쩡했고, 어떤 소란도 일어나지 않아서 고개를 다시 빼꼼 내밀었다.
‘뭐야, 그냥 검을 뽑은 거야?’
이제보니 젊은 사람의 손에 검집이 들려있는 걸 보아, 검을 강제로 뽑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검신을 바라보던 사수의 표정이 삭막하게 변했다.
‘딱 봐도 예사롭지 않구나.’
검신이 시커먼 묵색이었으니까. 이는 흑마석의 함유량이 높다는 걸 의미했다.
저 정도의 색이라면 아예 흑마석을 통째로 가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러운데…… 대단하네.’
그렇다고 흑마석으로 이루어진 검이 막연히 좋은 건 아니었다.
흑마석의 상대적인 질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 검이 저렇게 보여도 사실상 쇠로 만들어진 기다란 창이란 거다.
그런데 저 삼십대 외견의 남자가 가볍게 한 손으로 쥐고 있으니 충분히 들 법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미친놈들이 맞다.”
한 참을 검을 들고 있던 자가 이네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나 서렵냐면 멀리서 지켜보는 데에도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였다.
“슬프게 미쳤구나.”
차라리 소리라도 내면서 울었으면 모르겠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방법도 모르는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다.
한참을 침묵을 유지하던 부사수가 말했다.
“그래도 보기 좋죠.”
“그건 맞다.”
사수도 이젠 미소를 지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감격의 눈물이었다.
그러다가 부사수가 뛰어내릴 기세로 벌떡 일어섰다.
“제…… 가 아는 사람인데요?”
사수는 밑에서 위로 부사수를 쳐다보다가 팔을 뻗어서 꿀밤을 먹였다.
“네가 저 사람들을 어떻게 알아, 이놈아!”
이게 묘하게 내적 친밀감이 생겼달까. 어느샌가 사수와 부사수는 몸도 목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아니, 사수님도 알잖아요. 진짜 모르겠어요?”
부사수가 손날로 햇빛을 가리면서 말했다. 물론 가려진 건 달빛이었다.
웃긴 건 사수도 따라서 바라봤다. 그러다가 사수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암운이구나!!”
그제야 저 삼십대 중반의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너무 달라져서 못 알아봤네.”
그 정도로 칠검이 달라졌음을 의미했다. 그도 그럴게 그들이 처음 칠검을 봤을 때는 이제 막 속죄의 길을 걸을 때였으니까.
“아니 잠깐만…….”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뜨겁게 부딪혔다.
저러한 칠검에게 직접 검을 하달하고, 극진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라면.
부사수가 하늘로 순식간에 신호탄을 쏘아냈다.
그 후로는 마력을 한껏 담아 부르짖었다.
“암운! 암운의 단장님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는 적의 습격을 알리는 듯한 어조가 아니었다.
“암운의 단장님이!! 반월회로 직접 오셨습니다!!!!”
암운의 단장을 귀빈으로서 맞이하는 분위기였다. 이는 오직 악을 멸하는 이들을 반월회가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 * *

나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등이 떠밀려서 반월회의 안으로 들어가는 형세였으니까.
부카신가에서 나는 막말로 멸시를 받았던 거나 다름 없다.
그러나 반월회는 아니었다.
“이야…… 이렇게 젊은 분이셨구나.”
그렇다고 나를 얕잡아보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만큼 어린 내가 고생을 했다는 걸 알아주는 거 같았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러니까 칠검이 쉬지 않고 경공을 펼치고도 그냥 들어가겠다고 한 것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작전이 먹혔다고 생각한 칠검은 허리춤에 내가 건넨 손잡이에 손을 올리곤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런 칠검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