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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장
52장
53장
54장
55장
51장


카라타는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주에서 가장 볼만 한 도시다. 자원을 수출하는 항구로 규모가 커지는 댐피어 항구의 배후 도시로 개발되기 시작한 이래 서북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갑작스럽게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새로운 광맥이 대거 발견된 탓이었다.
기존에 개발 허가를 받지 않은 구역이라 호주 정부와 협상을 통해 광범위한 구역의 개발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
자연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호주 정부의 광산 개발 허가는 갈수록 받기가 어려워졌다.
먼저 현장을 확인하고 그다음 협상에 나설 예정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기다리던 인물이 대기하고 있었다.
리오틴토와 BHP의 서부 담당 책임자인 로버트와 에디였다.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두 회사 모두 이번의 탐사에 성공한 새로운 광산에 크게 환호하는 중이었다.
엄청난 매장량을 자랑하는 광산의 발견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비싸게 잘 팔아먹고 있는 광석의 가격에 충격을 주면 곤란했다.
자원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원 가격은 새로운 광산 소식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자원 수요를 생각하면 내게 호주는 아주 중요한 자원 수출국이었다.
준비한 헬기를 타고 새롭게 발견된 광산 지역을 향해 달려갔다.
한참 동안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라디오 힐이었다. 가파르게 솟은 구역까지는 차에서 내려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여기는 엄청나게 황량하네요. 바람도 많이 불고.”

자칫하면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을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이 거셌다.
북반부와 정반대의 계절을 보이는 지역이라 이곳은 지금 한여름이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전혀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거친 바람을 뚫고 언덕 위로 올랐다.
라디오 힐로 알려진 이 지역은 예전에 니켈을 캐다가 광맥이 말라 폐광한 구역이었다. 그 시절 다른 기업들은 주변에서 광맥을 발견하지 못하고 철수했지만, WD 자원 탐사 회사의 탐사 결과 막대한 양의 니켈 광산이 묻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니켈과 카드뮴은 갈수록 수요가 높아지는 광석이었다.

“지대가 다른 곳보다 많이 높은 곳이라 그렇습니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모자를 눌러쓰며 동행한 에디가 라디오 힐이란 이름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
기존에 있던 니켈광이 폐광되면서 거의 버려졌다가 라디오 중계소가 세워지면서 주변에서 이정표가 되었다고 한다.
워낙 아무것도 없는 지역이라 높은 곳에 세워진 라디오 중계소가 잘 보이기 때문이다.

“풀이 아주 작네요.”
“강우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불모지나 마찬가지입니다. 한 해에 300mm 안팎이라서 나무가 자라기 어렵습니다.”

자원 개발의 최대 난제는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선광할 물 부족이었다.
자원이 있는 걸 알면서도 섣불리 덤벼들기 힘들고, 개발하기가 까다로웠다.
점진적으로 주변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물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였다.
붉은 표토가 그대로 드러난 정도로 황량했다.

“이래서 개발이 되겠어요? 철도가 깔린 것도 아니고 차량으로 운반해야 하는데 길이 만만치가 않네요.”
“이 정도 가지고 그러십니까?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간 광맥개발은 정말 어렵습니다. 이 정도는 양반입니다.”

로이힐의 광산 책임자인 에디는 이 지역의 자원 개발도 함께 담당할 예정이었다. 함께 걷고 있는 BHP의 담당자 로버트 플랜트와 다르게 말이 많았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지 않나요?”
“이미 개발된 광산이야 제가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작업장의 안정만 확인하면 되니까요.”

호주의 광산들은 모두가 지하로 캐들어가는 게 아니라 불도저로 밀어서 채광하는 광산이다 보니 자리만 잡으면 책임자들이 크게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생산량을 확인하는 지루한 일의 연속이었다.
에디의 말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다 보니 허튼짓하지 않으려면 일에 몰두하는 게 최상이란 것이었다.

“가족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멜버른에서 삽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다 보니 이쪽으로 오기도 힘들어요.”
“로버트는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여기는 환경이 좋지 못해서 애들을 데려올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들이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교육 때문에라도 대도시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광산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겪을 일이란 것이다.

“둘 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게 외롭지 않습니까?”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나도 예전에는 우주를 누비던 광부 출신이었다.

“그만큼 높은 보수를 받지 않습니까.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게 외롭기는 하지만 그게 최선의 보상이죠.”

도시로 나가도 물가가 비싸다. 때문에 좀처럼 광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돈을 버는 길이라는 뜻. 에디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변 물가가 비싸서 함부로 돌아다니기가 무섭습니다.”

로버트의 말처럼 광산에 가까운 도시들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물가가 높긴 했다.
인건비가 다른 직업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싸기는 하지만 주변 도시에서 즐길 거리를 찾다 보면 순식간에 주머니가 텅 비기 십상이었다.
거기에 광부들 대부분이 거친 사람들이라 주변 환경이 아이를 키우기는 좋지 않았다.
이모저모를 따져보면 확실히 가족과 따로 사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도 휴가가 길어서 버티는 겁니다.”
“휴가가 얼만 됩니까?”
“모두 합치면 석 달 넘게 정도 쓸 수 있습니다.”

나쁘지 않았다. 광산처럼 고립된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가라도 주지 않으면 사고가 터진다.
한참 동안 걸었더니 땀이 흘렀다. 잠시 정상 부근의 풀밭에 앉아서 땀을 식혔다.

“발견한 리튬 매장량이 이 정도라는 건 비밀을 지켜야겠지요?”
“작년 전 세계 리튬 소비량이 2만 5천 톤 정도였으니까 이곳에만 3만 톤 생산이 가능하다는 건 숨겨야겠죠.”

발견한 매장량은 500만 톤이 넘었다.
기존에 호주에서 발견한 리튬 매장량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였다.
호주 광산을 개발하면서 얻은 가장 큰 이득은 빠른 채광과 정련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리오틴토도 철광과 구리에 집중되어 있던 광산을 이번 기회에 다양화할 수 있어서 대만족이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가지 않을까요?”

리튬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였다. 천천히 개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점점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었다.

“지금 톤당 1만 달러가 국제 가격인데 이것도 엄청나게 싼 겁니다. 빠르게 생산을 늘리지 않으면 중국에 밀려 버립니다.”

광산만 아는 에디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개발되고 있는 새로운 전자 제품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양의 배터리가 필요로 했다.
배터리 업계에서 리튬 배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대세가 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기술로 다른 배터리를 만들 수도 있지만 굳이 손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지금 수준의 기술력으로는 리튬 배터리가 가장 싸고 만들기도 쉬웠다.
내 눈에 보이는 광대한 영역의 밑에는 엄청난 양의 리튬이 잠들어 있었다. 내가 가진 회사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지원을 소모하는 괴물 기업들이었다.
차근차근 광산을 개발해 나가면 자체적인 물량 수급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잠시 정상에서 풍경을 감상하다가 새롭게 개발을 시작한 BHP의 구리 광산을 방문했다.
다른 광산들과는 다르게 건식 분광법을 개발한 덕에 막대한 양의 물이 소모되는 일은 없었다.

“호주 정부와 서부 오스트레일리아주 정부에서 빠르게 개발허가를 내줬네요?”

여기저기 광산을 보여주던 로버트가 이마를 긁었다.

“호주 정부도 BHP에는 개발 허가를 내주면서 크게 까다롭게 굴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시간이 단축되어서 좋습니다.”
“그건 리오틴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광산 개발 업체는 개발 허가를 받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아무래도 환경 문제 때문이겠죠?”

내 말에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 정부가 리오틴토나 BHP의 자원 개발에 관대한 이유이기도 했다. 광산을 개발하면서 나오는 분진이나 광석 찌꺼기 같은 오염물질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곳과는 달리, 최소한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일은 없었으니까.
나중에 오염수를 처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광산이 들어선 곳마다 사용한 오염수가 쌓여서 가둔 연못이 무너지는 경우가 흔했다.
그럴 때 엄청난 규모의 환경 오염이 일어난다.
리오틴토나 BHP도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오염수를 처리하는 기술을 제공하면서 처리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중소 광산 기업들은 엄청난 환경 처리 비용을 나 몰라라 하고 내팽개치고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되면 오염된 환경을 정화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에게 돌아간다.
환경 문제가 점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자원 개발은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허가 보증금도 늘어났다.
구리 광산을 돌아보고 나오는 도중에 문득 생각이 나 물었다.

“이야기를 듣기로는 북해 유전에 문제가 많다면서요?”

젊었을 적 유전 개발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는 에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변했다.

“저도 잘 모르겠지만 자원이 마른 유정의 폐쇄 비용을 두고 정부와 기업 간에 다툼이 많은 모양입니다. 유정 하나 닫는데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더군요. 총 예상 비용이 1,000억 달러랍니다. 그래서 지금 비용 분담 가지고 엄청 난리랍니다.”
“거긴 정부가 세금으로 엄청나게 뜯어가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