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천재가 타격의 신이 됨 03권
수비 천재가 타격의 신이 됨 03권
수비 천재가 타격의 신이 됨
03
리비에르
수비 천재가 타격의 신이 됨 03권
차례
Chapter 01. 나는 6무원이다
Chapter 02. 전국을 떠도는 레인저들
Chapter 03. 기묘한 분위기
Chapter 04. 징크스는 깨라고 있는 것
Chapter 05. 다음 단계
Chapter 06. 여름 같은 봄
Chapter 07. 롤러코스터
Chapter 08. 팬들의 선택
수비 천재가 타격의 신이 됨 03권
Chapter 01. 나는 6무원이다
전날 타이탄즈의 손진성에게 완벽하게 막혀버린 레인저스 선수들은 다음날에도 말려버리고 말았다.
지난 경기에서의 활약 덕분에 1번 더 기회를 받은 최성욱이 6이닝 4실점을 기록한 가운데 타이탄즈의 외국인 투수가 6이닝 1실점으로 레인저스의 공세를 버텨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레인저스는 타이탄즈와의 첫 경기에서 밀린 여파로 2번째 경기마저 내주며 2연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에이스인 케빈이 연패를 끊어주자마자 다시 연패를 거두고 말았기에 이제는 팀의 분위기에서도 조금은 심각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타이탄즈와의 3번째 경기를 앞둔 가운데 박영호 감독도 코칭스태프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오늘 선발은 일단 예정대로 이진우.”
“타선이 생각보다 확 식어버렸네요.”
“점수를 못 내는 건 아니지만 다들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어.”
“유신이마저 4할에서 내려왔으니까요.”
그러면서 코치 중 하나가 들고 있던 태블릿에 뉴스 하나를 띄우고 책상 위에 올렸다.
[신인의 한계가 찾아온 것인가? 4할 행진이 마무리된 김유신.]
“신인의 한계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헛소리죠. 지금 유신이의 타격폼이나 타격 매커니즘은 개막 시점이나 지금이나 별다른 변화가 없어요.”
“그러면 잠깐 페이스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죠. 적당히 체력 관리나 시켜주다보면 알아서 올라올 겁니다.”
“하긴 중견수라서 은근히 체력 부담이 있기는 할 테지.”
유신에 대한 내용을 들은 박영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김창호 수석코치가 자신의 태블릿에 유신에 대한 걸 적었다.
그것을 본 박영호 감독은 주제를 바꿔 오늘 타이탄즈와의 마지막 경기에 나설 투수에 대해 거론했다.
“아무튼 오늘 진우가 나오니까 6이닝을 소화하는 거 자체는 문제 없을 거야.”
“관건은 실점이네요.”
“맞아. 찰리는 상대가 상대였으니 운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 최성욱도 올해 처음 1군이니 감안할 만해.”
“하지만 진우는 1군 연차를 고려하면 아쉽다는 거군요.”
그 말에 박영호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6이닝 0, 1실점보다 3, 4실점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투수.
그게 이진우였으니까.
“그렇다고 대체 선발을 올릴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애초에 지금 2군 보고서대로면 1군에 올라온 최성욱을 제외하고는 이진우에 비견될만한 투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우리는 진우 믿으면서 진우가 잘 던질 수 있게 해줘야겠네요.”
“그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거밖에 없지. 결국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거니까.”
* * *
시즌 첫 3연패인가 아닌가가 걸린 경기.
그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이진우는 고민에 빠졌다.
앞선 경기들과 달리 레인저스 타자들은 오늘 1회부터 힘을 내며 2점을 뽑아내며 이진우를 도와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진우가 하는 고민은 명확했다.
과연 이 점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두 외국인 투수나 대체 선발로 1군에 올라온 최성욱에 비하면 이진우의 구속은 그리 특출나지 않았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여러 변화구를 익혔으나 비슷한 유형의 투수인 찰리에 비하면 모자란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이진우는 몇 년간 1군에서 살아남은 선수였다.
그 말은 예나 지금이나 구속이 빠른 게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때 이진우의 시선에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이동호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는 것이 잡혔다.
이동호는 좋은 포수였다.
어지간히 빠지는 공도 모두 잡아내는 좋은 캐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주심이 이닝의 시작을 선언했다.
“플레이!”
타이탄즈는 레인저스와 유사한 타선을 가진 팀이었다.
타이탄즈 1번 타자만 봐도 그러했다.
뛰어난 배트 컨트롤, 빠른 발, 좋은 작전 수행력.
여러 부분에서 레인저스 1번을 담당하는 박진우와 유사했다.
“스트라이크!”
그래서인지 공을 지켜보는 스타일도 비슷했다.
초구 141km의 포심이 몸쪽 존에 들어왔음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떤 의도로 지켜본지는 이진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1스트라이크를 잡은 이 상황을 회피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바로 2구째로 들어갔다.
딱!
“파울!”
슬라이더가 그대로 1루수 방면으로 날아가며 파울이 되었다.
순조롭게 2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이진우는 생각했다.
조금 전에 생각한대로 박진우와 타석의 타이탄즈 타자는 비슷한 성향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을 가졌을 뿐 결국 다른 사람이었고 여기서 그 차이가 보였다.
팡!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3구째로 던진 건 서클 체인지업.
유인구를 예상한 듯 가만히 지켜보던 타이탄즈 타자는 그 공에 꼼짝없이 들어가야 했다.
“일단 하나.”
팬들이 자신을 부르는 별명인 6무원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17개의 아웃 카운트를 더 잡아야 한다.
그래도 첫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처리한 건 간만이었기에 이진우는 살짝 흥이 나는 기분이 들었다.
딱!
하지만 바로 다음 타자가 이진우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초구에 괜찮게 제구된 낮은 코스의 공을 그대로 외야로 날려버린 것이었다.
“아웃!”
그래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금 레인저스 외야는 지난 시즌보다 더 안정적이라는 점이었다.
어느새인가 달려온 유신이 우중간을 가를뻔한 타구를 몸을 날리며 잡아낸 것이었다.
“오….”
공을 잡은 이후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앞구르기를 하며 충격을 줄이는 유신의 모습에 이진우는 작은 감탄을 표했다.
덕분에 2번 타자를 수월하게 처리한 이진우는 타이탄즈를 넘어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자 중 하나인 한동민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 30개가 넘는 홈런을 때리며 1루 골든 글러브와 함께 MVP 4위를 차지한 요주의 타자.
슬로우스타터라 시즌 초반에는 명성에 비해 상대하기 쉽다는 평이지만 최근 몇 경기에서 나온 그의 폼을 보면 슬슬 이름에 걸맞는 폼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지금 그를 상대할려면 공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후….”
심호흡을 하며 이진우는 이동호와 사인을 교환했다.
잠깐의 의논을 거쳐서 고른 초구는 투심.
포심처럼 날아오다가 마지막 순간 작은 변화를 보이며 타자의 정타를 피하고 역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구종.
딱!
“헛!”
초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린 타이탄즈의 한동민은 이진우가 던진 투심을 무려 담장 앞까지 날려보냈다.
다만 그 타구가 떨어진 곳이 라인 안쪽이 아닌 바깥쪽이라는 것이 이진우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주었다.
“파울!”
어찌 되었든 1스트라이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이진우의 머릿속에서 방금의 큰 파울 타구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도 이진우는 손에 쥐고 있는 공의 감각을 느끼며 공을 던질 준비를 했다.
자신은 투수였으니 어찌 되었든 공을 던져야 했다.
그렇게 던진 2구째 슬라이더는 존 바깥쪽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도착했다.
당연히 주심의 판정은 볼이었지만 이 공은 어차피 볼이 되도 좋은 공이었다.
진짜는 3구째.
이진우가 던진 공은 커터였다.
딱!
“파울!”
이번에는 바깥쪽 존에 확실히 들어오는 코스였기에 한동민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슬라이더가 아닌 커터였기에 그의 타구는 또 한 번 옆으로 빠지며 파울이 되었다.
‘역시 쉽지 않네.’
방금의 커터는 땅볼을 유도한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파울이 되었다.
그래도 2스트라이크 1볼로 투수에게 매우 유리한 볼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유리한 볼카운트는 어디까지나 유리한 상황을 보여줄 뿐 타자를 잡을 수 있다고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딱!
포심을 던지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생각한 이진우는 4구째에 다시 투심을 던졌다.
하지만 타이탄즈의 한동민은 기다렸다는 듯 그 공을 쳐냈고 타구는 멀리 날아갔다.
날아가는 타구를 쫓아 고개를 돌린 이진우의 시야에는 타구를 쫓아가고 있는 선수가 보였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건 무린데.’
타구를 따라가던 유신은 이건 아무리 자신이라도 잡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계속 달렸다.
점점 펜스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신은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타구를 확인하고 몸을 날렸다.
손을 쭉 뻗은 유신은 글러브에 뭔가 들어오는 듯한 감촉을 느끼고는 글러브를 닫았다.
그런 뒤에 몸을 굴리며 충격을 대비했다.
“윽.”
펜스에 충돌한 유신은 순간적인 충격에 곧장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급히 가까운 쪽에 있던 좌익수 최만호가 달려와 유신의 상태를 확인했고 이어서 임병호도 유신에게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