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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양치기 바보는 IQ 199 3권
지은이 : 신조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신조, 2025
※ ISBN : 979-11-7408-320-3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7월 25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3권
“검을 뽑으시오.”
“이 검을 뽑으면… 저나 도사님, 둘 중 하나는 죽습니다.”
고작 본인의 제자 정도 되는 나이다.
새파란 후기지수란 뜻이다.
심지어 본인은 무림의 절대자 여덟 명 중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태극검선이다.
하지만 나의 당돌한 말에 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의아해하지도 않았다.
이미 내 경지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봐 왔던 중원의 무림인들은 하나같이 개차반이었다.
천박하고, 얄팍하고, 탐욕만 가득한 놈들이었다.
한데 지금 내 눈앞의 이 사람.
태극검선 봉열 진인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이 인간.
우리 아버지와 나이가 같다.
무림팔존 중 나이가 가장 어리다.
고작 46세다.
태극검선 역시 아버지나 나와 같은 천재라는 뜻이리라.
어떻게 하지?
싸워?
죽여?
아니면… 약속을 지켜야겠다.
일단은 그래 보자.
“다만, 저는 도사님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처음이다.
태극검선 봉열 진인이 얼굴에 표정을 짓는 게.
의아하단 얼굴이다.
심지어 고개까지 갸우뚱한다.
내가 자기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그런 얼굴은 아닌데?
“왜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오?”
“약속 때문입니다.”
“누구와 한 어떤 약속인지 물어도 되겠소?”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답했다.
“이 검의 주인께 한 약속입니다. 세 번의 살생을 피하겠다는 약속. 저는 당시 약속을 하며, 그중 한 번의 살생은 무당파의 제자로 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하여, 도사님과… 으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표정이 원래 없는 인간인가 싶었는데, 갑작스레 얼굴 전체에 극한의 감정이 고스란히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원래 표정이 풍부한 사람인가 보다.
아무튼 태극검선은 지금 무지막지하게 경악한 얼굴을 하고 있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떨리며 내게 물었다.
“사조님을… 사조님을 만났다는 것인가?”
근데, 이 사람이 갑자기 반말이네?
뭐, 지금 표정을 보아하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차분히 답했다.
“검의 원래 주인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아닙니다. 뵌 적이 없습니다.”
“그럼! 그럼 누가 그 검을 네게 주었다는 말이냐?”
아!
씨부럴.
그냥 한판 떠?
왜 반말이냐고?
나도 살짝 표정을 지었다.
짜증이 나고,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그가 당황하여 말했다.
“미안하오, 소협. 나도 모르게 너무 놀라서. 답해 줄 수 있소? 누가 그 검을 소협에게 준 것이오?”
“이 검의 원래 주인이셨던 분의 제자 분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아! 사조님께서… 무당을 떠나신 후 제자를 거두셨구나.”
이건 나에게 한 말이 아니다.
혼잣말이다.
잠시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한 태극검선.
하지만 그의 상념은 길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겠소? 사조님… 아니, 사조님의 제자분에 관하여 말이오.”
“무얼 말입니까?”
“어디에 사시는 누구시오?”
“만나 뵈시려고요?”
“그렇소!”
고개까지 크게 끄덕이며 저리 말한다.
태극검선이란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꽤나 흥분한 얼굴이다.
나이로 보아, 그 역시 묵연자를 만났을 리는 없는데 말이다.
“변방에서 홀로 조용히 은거하며 사시는 분입니다. 종종 아이들에게 검법을 가르쳐 주시고 텃밭을 가꾸며 노년을 보내고 계십니다. 그 외에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왜 그렇소?”
“그분이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아…!!! 그럼 혹시 나의 사조님에 관해서는 알고 있소? 아는 것만이라도 알려 주시오. 본 무당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오.”
중요한 일?
하긴, 무당제일검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으니 궁금하기도 하겠지.
“같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원에서 먼 곳에 정착하신 후 줄곧 그곳에서 은거하셨고, 종종 그곳의 아이들에게 검법 등 좋은 가르침을 사사하셨습니다. 그러다…”
나를 바라보는 태극검선의 눈에서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무언가 엄청 흥분하고, 설레고, 기대가 만발한 얼굴이다.
그래서, 그냥 늙어 죽었다고 말하기가 좀 뭐 했다.
“그러다… 우화등선하셨습니다.”
대충 좋게 포장을 해 줬다.
어차피 죽은 사람이고, 나한테는 검까지 공짜로 준 사람 아니겠는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기왕이면 좋게 말하는 게 좋지 않겠나?
그런데.
그 반응이 실로 놀라웠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사조님께서 드디어 무(武)의 극의 달하고, 도(道)의 진리를 깨우쳐 우화등선하셨구나! 무량수불! 무량수불!”
흥분을 넘어 한껏 고무한 얼굴이다.
그 반응이 실로 폭발적이라 할 만했다.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얼굴로 저런 말까지 했다.
나는 좋게 포장한 것뿐인데, 아마 진짜로 우화등선했다고 믿는 모양이다.
뭐, 어쩌겠나?
이미 뱉은 말인데.
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소협!”
“네, 도사님.”
“그게… 이게 좀 확실히 해 두어야 해서 말이오.”
“음… 말씀하세요.”
“그 검의 원래 주인. 그분의 도명을 알고 있소?”
기왕 좋은 일 하는 거, 끝까지 하자.
스르릉.
척!
묵연을 검집에서 삼 분의 일 정도 뽑았다가 다시 넣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태극검선은 검에 묻은 작은 먼지까지 눈에 새겨 넣었을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하였다.
“검의 이름은 묵연. 묵연자란 도사님께서 묵연의 원주인이셨습니다.”
“무량수불. 무량수불. 무량수…”
이 인간.
이젠 감동해 울려고 한다.
또다시 하늘을 향해 끝도 없이 도경을 읊으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기까지 한다.
그의 이런 행동은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그가 다시 시선을 내게 돌렸다.
처음과 달리, 이제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무언가 애정이 듬뿍 담긴…?
어?
이 표정.
어디에서 많이 봤는데?
그렇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나를 끌어안으려고 할 때 짓는 표정이다.
당신이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데?
확 그냥!
막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