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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벙커 마스터 8권
지은이 : 느린생각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느린생각, 2025
※ ISBN : 979-11-7408-316-6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7월 25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8권
운영자가 미국에 있다.
‘혹시…?’
잠깐 의심하기는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국에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미국이 운영자의 편에 섰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위치가 어디지?”
“알래스카 쪽입니다.”
“알래스카?”
“네.”
예상을 벗어난 곳이었다.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유명한 주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알래스카라니.
미국에서도 저 멀리 떨어진 땅이고 천연자원이 많은 곳이라 제대로 개발이 되지 않은 곳.
회의실로 돌아온 난 가장 먼저 미국 대통령에게 연락을 했다.
레탈리아 덕분에 위성 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제너럴. 새벽부터 무슨 일이오?]
시간을 보아하니 미국은 새벽 시간대인 듯했다.
하지만 내 전화를 곧바로 받는 것을 보면 밴스 대통령도 우리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거겠지.
조금은 졸린 듯한 목소리.
무슨 일이 생기거나 긴히 할 말이 있다면 연락하라며 직통 번호를 줄 때부터 이 정도는 각오했을 테니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운영자를 찾았어.”
[…….]
갑자기 침묵하는 대통령.
[저에게 먼저 연락한 이유가 혹시 미국에 있는 거요, 운영자가?]
방금 내 말에 잠이 깬 것인지 그의 목소리가 조금 밝아졌다.
“맞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미국은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운영자를 잡기 위해 지원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내 말에 밴스 대통령이 안심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 제로를 적으로 돌리기는 아무리 미국이라도 원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데 말이지.
과연 이 조건도 받아들일까?
“제로의 의견은 분명해. 운영자를 잡는다.”
[미국도 마찬가지일세. 좀비 사태의 원인이 된 그를 놓아줄 수는 없지.]
“의견이 맞다니 좋군. 그럼 제로의 병력을 파견해도 문제없다고 봐도 되겠네?”
[…….]
밴슨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지는 듯했다.
우리는 운영자를 잡기 위해 병력을 보내야 하고 미국 입장에서는 무장한 제로의 병력이 자국에 들어오는 것이 꺼려질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내 말을 거부하고 사이가 틀어진다면 언제 머리 위에 신창이 꽂힐지 모르는 것보다는 무장한 병력을 들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했다.
[대신 미군 역시 나서겠오.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로 홀로 처리하려는 건 아닐 테니.]
“나도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걱정 마.”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할 거요?]
살아남은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아도 나쁠 것은 없지만 반대로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먼 미국까지 지원와 도움이 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이전이었다면 모를까 사회가 붕괴된 지금 정부의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다.
한국이야 내가 완전히 점령해 문제없었고 옆에 일본도 마찬가지.
미국 역시 강대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러지 못했다.
아직까지 무력 단체가 정부를 위협하는 곳이 많았다.
“일단 제외하지. 따로 정보를 넘기지도 말고.”
[제로와 미국, 두 곳이서 해결하자는 말이군….]
“맞아. 사실 더 필요도 없지 않나?”
내 말처럼 실제로 두 세력의 병력을 합치면 다른 나라를 압도할 것임이 분명했다.
괜히 끼워 줘서 문제를 만들 바에 애초부터 배제하는 것이 훨씬 편할 테니까.
“일단 미국으로 넘어가지. 지금 출발할 건데 괜찮겠어?”
[알래스카로 말이요?]
“아니. 당신들이 있는 곳.”
곧바로 알래스카로 넘어가도 괜찮지만 미군과 협조를 해야 한다니 우리도 한번 미국에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 주.”
***
“저 미국 처음 가 봅니다.”
최 하사가 솔직히 말했지만 다들 큰 관심은 없는 듯했다.
여기저기 짐을 챙기기에도 바쁜 모습.
우리가 미국에 방문한다고 하니 미국에서 직접 전용기를 보내왔다.
좀비 사태의 원인인 운영자가 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자신들의 모든 전력을 알래스카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했다.
[혹시 어떤 수단으로 오실 거요? 비행기? 배?]
제로 역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운영자를 처리할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강력한 병력이 몰려올 것이라 예상한 미국이었지만 내 대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글쎄. 전세기 한 대 정도?”
[…….]
밴스 대통령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이런 식으로 말한 것도 있지만 거짓말은 한 것은 아니었다.
나 포함하여 핵심 간부들만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이동할 테니까.
자잘한 좀비들이야 미군의 화력이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고, 변종과 융합체들을 상대할 정예들만 데리고 가는 것이 훨씬 나았다.
장비야 현장에서 내가 바로 조달하면 되니까.
전세기에 모두 탑승하자 기장의 인사가 들려왔고 곧바로 이륙했다.
점점 작아지는 지상의 모습.
비행기가 완전히 하늘로 날아올라 안정권으로 들어가자 민정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건네는 태블릿.
“요청하신 자료들입니다.”
운영자를 찾아낸 순서가 화면에 띄워져 있는 태블릿이었다.
중국에서 운영자의 환영을 파악한 뒤 각성자들의 능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추적해 왔다.
의외로 조심성이 좋은 녀석이었는지 여러 나라를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꼬리가 잡혔고 그 결과 알래스카에 있는 것이 밝혀진 것이었다.
“대장님.”
“왜?”
최 하사가 갑자기 궁금한 듯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냥 알래스카에 신창 몇 발 떨어트리면 되지 않을까요?’
“…….”
“…….”
사람들이 최 하사를 경멸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 왜…?”
“이유는 간단해. 녀석이 죽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까.”
“아!”
이번 출정의 목표는 인류의 멸망을 노리는 운영자의 처리.
신창을 떨어트린다면 편하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녀석의 죽음만큼은 직접 확인해야 하기에 이렇게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구 팀장 역시 한마디 거들었다.
“녀석의 목은 우리가 직접 따야 하지 않나?’
“그건… 그렇네요.”
최 하사뿐만 아니라 임 중사, 그리고 다른 전투팀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좀비 바이러스의 시초는 메이란일지 몰라도 그걸 이용해 전 세계를 절망으로 빠트린 자는 운영자였다.
그로 인해 가족, 친구 혹은 연인을 잃은 사람들이었기에 복수를 원하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합니다.”
기장의 말에 다들 다시 자리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어? 저거?”
하연이가 창밖으로 보며 의문을 표했다.
불타고 있는 건물.
워싱턴 주는 좀비로부터 안전한 곳이라고 했는데 위에서 본 도시는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이게 대체…?”
“미국 정부와 연락해 보겠습니다.”
기장 역시 당황한 기색이었다.
민정이가 재빨리 백악관과 연락해 보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지 고개를 젓는 그녀.
곧바로 하연이를 돌아보았다.
“어때?”
“엄청난 수예요. 이게 도대체….”
빠른 속도로 도시 위를 지나가며 내려다본 풍경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공항은 어떤 상태죠?”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제길… 착륙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거군요.”
답답하다는 듯 민정이가 한숨을 내뱉었다.
나 역시 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살펴보자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