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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맞습니다. 호호호.”
“역시 그렇구나.”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장례를 치르기 하루 전날이었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고, 표비는 다음 날 있을 장례를 위해 천가휘의 상처를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려는 돌려받은 태음신주의 영기를 안정시켰고, 멀쩡한 호구룡이 광룡의 시신을 지킬 때였다.
누군가 광룡의 시신이 있는 곳에 잠입해 이상한 술수를 부린 것.
호구룡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터라 곧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방안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안으로 향했고 침입자를 발견한 것이다.
녀석의 말에 따르면 표비 같은 이상한 술수를 사용했다고.
“너도 주술사인가?”
“갈 호법은 두고 하는 말이라면 아닙니다. 호호호.”
호법이라고 할 만한 녀석이면, 모용세가 때의 그놈인가.
“갈 호법이 그 법사장을 말하는 건가 보군.”
“맞습니다.”
“그럼 뭐야? 주술이 아니면 무슨 영매사 같은 건가? 죽은 광룡의 영혼이라도 불러내 정보를 캐내기라도 했나.”
“호호호.”
듣기 거북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웃음.
뭐야, 진짜야?
반은 찍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확히 이 안에서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을 순 없을 테니까.
그때 마혼이 말을 걸었다.
-구면이군.
‘저놈? 년? 같은 거랑?’
-심양에서도 비슷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다.
‘그래?’
마혼의 말대로라면 심양에서도 뭔가 있었다는 뜻인데.
“너 정체가 뭐냐?”
“보시다시피 영매사랍니다. 호호홋!”
“그렇게 웃지 말라니까?”
“오랜 습관이라 어쩔 수가 없군요. 호홋!”
참을 만큼 참았다.
대화를 통해 백무회에 대한 정보라도 좀 얻으려 했으나 더는 들어 줄 수가 없다.
“그래서, 혼자 온 거야?”
“제가 외로움을 좀 타는 편이라서요. 호호.”
혼자는 아니란 거군.
근데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
나를 속일 정도의 고수인가?
아니겠지.
그만한 고수라면 유월 이상 가는 경지여야 하는데, 그런 고수가 갑자기 등장할 리도 없을뿐더러 이곳에 있을 이유는 더더욱 없을 테니까.
사람이 아니라면 남은 건 하나다.
상대는 백무회.
저들과 모용세가의 합작이라 할 수 있는 강시겠지.
“어디에 숨겨 뒀냐?”
슥
대답 대신 위를 쳐다보는 그.
어두컴컴한 천장에 무수히 많은 흰자위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벌집에 들러붙어 있는 벌들처럼 서로 얽히고설킨 모습.
“저건 모용세가에서 만들던 것과 다른 것 같은데?”
-주술로 만들어진 게 아닌 모양이군. 감이 오지 않는다.
반시 때는 마혼이 어느 정도 느끼던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그에 선생이라도 된 듯 답을 알려 주는 녹색 가면.
“폭시라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도구로 만들어진 물건이지요.”
어떤 도구를 말하는 걸까.
이름처럼 터지고 그러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근데 이런 실내에서 터지면 위험할 텐데?
“아, 혹시 폭발에 대한 우려라면 괜찮습니다. 터질 거니까. 호호홋!”
일단 저 입부터 막자.
타앗
곧장 녹색 가면에게 쇄도해 목을 틀어쥐었다.
덥썩
“내가 그렇게 웃지 말랬지?”
우득
손쉽게 꺾여 버린 목.
동시에 그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치이이이
“가짜?”
콰아아앙!
손에 잡힌 그대로 터져 버리는 녀석의 몸.
하지만 내 몸을 감싼 구환마천기의 기운 덕분에 나는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역시 하나로는 안 되는군요, 명왕.”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다시 위를 바라보니 수십 쌍의 눈동자가 보인다.
영매사라더니 저것들 모두에 빙의라도 하는 건가?
“부디 편히 가시길.”
그걸로 끝이었다.
천장에 가득 매달려 있던 폭시들이 일제히 아래로 떨어진다.
연기를 한가득 피워 내면서.
“엿 됐군.”
폭발을 지켜보는 내 눈이 푸른빛으로 가득 찼다.

콰콰콰콰콰콰과광-!
천지가 개벽한다는 말이 이러할까?
세상이 뒤집히려는 것처럼 대지가 무섭게 들끓었다.
북안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고.
사람들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폭발에 휘말렸다.
구구구구구
얼마나 거대한 폭발이었는지, 그 후폭풍도 엄청났다.
북안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먼지폭풍.
“호호호, 장관이로구나!”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을 마치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며 지켜본 녹색 가면.
이내 먼지가 가라앉아 초토화된 마을의 전경까지 확인한 후 자리를 벗어난다.
그가 사라지자 마을에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 * *

“방금 뭐라고 했느냐? 주군께서 어떻게 되셨다고?”
“그, 그것이….”
“이놈, 똑바로 말하지 못할까!”
“죄송합니다, 대백!”
홍이절이 낮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보고를 이어 갔다.
“광룡… 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신 후 장례를 치르고 그의 거처로 이동하였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광룡의 거처에 당도하신 후 홀로 안에 드셨는데, 갑자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합니다.”
“…….”
“아무래도 함정… 이 아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뒷말을 잇는 홍이절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그 역시 광룡의 정체를 알기 때문이다.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광기로 미쳐 있던 인식 때문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보고를 끝까지 들은 천무열은 오히려 평안을 되찾았다.
“주군께선 무사하실 것이다.”
“꽤 큰 폭발이었다고 합니다.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을 정도로…….”
“감히 주군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저 염려되는 마음일 뿐입니다!”
“걱정 마라. 그깟 폭발에 당하실 주군이 아니시다. 그보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다녀와야겠다.”
“대백께서 직접 말씀이십니까? 그럼 동백을 비우시겠다는…?”
“이제는 그래도 된다. 주군께서도 허락해 주셨고.”
“…!”
놀라는 홍이절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선 천무열이 문을 나서며 말했다.
“백마조장에게 당분간 자리를 비울 테니 이전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하라 전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