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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후우!”
단목헌우가 참았던 숨을 토해 낸다.
“끄, 끝난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결과를 묻는 표비.
그런 그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일세. 최소 열흘은 계속 침을 놓으며 호전시켜야 해.”
“그런….”
“그래도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걸세.”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표비가 허리를 굽혀가며 감사를 표하자,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그간 지속적으로 몸이 약해졌을 텐데 잘 버텨 왔어. 다 자네가 열심히 보살핀 덕분이야.”
“그, 그렇습니까?”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군 그래. 어쩌다 만나게 된 건가?”
은근한 질문에 표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워했다.
“그게… 저흰 부부가 아닙니다. 누님이 저리 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맡아 돌본 것이죠.”
“듣는 사람 서운하겠네. 누가 애정도 없이 그런 정성을 쏟는단 말인가?”
“치, 친해서요. 많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너무 놀린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발 물러선 단목헌우가 드디어 사정을 물었다.
“그럼 모용세가와는 어쩌다 엮이게 된 건가?”
“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것인가?”
“그건 아닙니다. 눈치 볼 모용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모용세가가 있지 않다?”
“멸문했으니까요.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뭐, 뭐라고!”
진심으로 놀란 얼굴이었다.
굵은 눈썹 아래로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일 정도로.
“다, 다시 한번 말해 보게. 그들이 정말, 정말 멸문했다고?”
“네. 이제 강호에 모용세가는 없습니다.”
“이럴 수가….”
단목헌우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스쳐 간다.
개탄? 희열? 분노?
표비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단목헌우가 어떤 식으로든 모용세가와 연관이 있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에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든 그.
“혹시 모용세가와 친분이….”
“친분은 무슨 친분!”
“헙!”
분노 가득한 외침.
친분이 있는 건 아닌 듯하고, 그럼 피해자인가?
표비의 생각이 맞다는 듯 치를 떠는 모습.
“놈들에게 살아온 터전도 빼앗기고 이 먼 변방까지 와 몸을 의탁하는 신세가 됐거늘!”
표비는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사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구양세가도 그런 상황이었지?’
의선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진 않아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반응은 구양천기와 매우 흡사하다.
‘의선도 요녕에서 쫓겨난 칠악 중 하나인가?’
그렇다면 설명이 된다.
지금의 반응도, 이곳에 있는 이유도.
자신이 어릴 때의 일이라 확실하진 않았다.
그때, 탁자를 내려치는 단목헌우.
쾅!
“잘 되었다! 그 천벌을 받아도 시원찮을 종자들. 으득!”
‘맞나 보네.’
표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은 없다.
자신들은 모용세가를 쓰러뜨리는 데 일조했으니 은인이라면 은인이라 할 수 있으니까.
“힘든 시간을 보내셨군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이제라도 모용세가가 벌을 받아서.”
“맞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내가 동백에 몸을 의탁한 이후 바깥 사정은 무지한 상태야.”
“별거 아닙니다. 예의 그렇듯 벌여 오던 악행이 세간에 알려진 것이지요. 물론 ‘저희’가 힘을 쓴 것도 없잖아 있지만.”
“그, 그럼 자네들이…?”
“아주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표비의 말에 단목헌우와 섭계주가 부르르 몸을 떤다.
이윽고 감사를 표하는 두 사람.
덥썩
“고맙네. 정말 고마워!”
“정말 큰일을 하신 겁니다. 무림을 구하셨어요!”
“하하, 그 정도까지야.”
“계주의 말이 맞네. 정말 큰일을 한 게야. 내가 모용세가의 음모를 파헤치다가 그 모진 일을 당했으니 아주 잘 알고 있음이야. 놈들을 몰아낸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 일인지 말일세. 장하네, 장해!”
칭찬이 거듭될수록 표비는 머쓱해졌다.
그저 의선이 유화란을 좀 더 신경 써 주길 바랐는데 과도한 칭찬을 받고 있다.
‘사실 주역은 용 공자님인데.’
그가 자리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성격상 별 일 아니라며 고개 몇 번 끄덕이고 넘어가려나?
충분히 그럴지도 모른다.
말뿐인 감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으니까.
“누님도 크게 애를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리 된 것이니 잘 살펴 주십시오.”
“아무렴! 이를 말인가?”
당연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
표비는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목헌우의 감사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참! 이렇게 그냥 끝낼 것이 아니지. 가서 각성단(覺醒丹)을 가져오너라.”
“가, 각성단을요?”
놀라는 섭계주.
그 행동으로 보아 매우 귀한 물건 같았다.
“은인께 뭐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어서!”
“알겠습니다.”
급히 안쪽으로 사라지는 그.
곧 되돌아온 섭계주의 손에는 작은 목함이 들려 있다.
단목헌우가 설명해 주었다.
“각성단이라는 것으로, 이름처럼 잠재된 능력을 깨워 주는 효능을 가졌다네. 무인이 복용하면 약간의 내력 상승과 함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목함을 건네받은 표비가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본다.
‘내가 먹을까? 모른 척하면 되겠지?’
고민이 되었다.
이것을 자신이 먹을지, 아니면 용신우에게 헌납할지.
‘십야환맥서도 받았는데….’
어차피 그것을 받기로 약속하고 자신 역시 도왔다.
‘반야 앞에서 내 기도 은근히 살려 주고.’
이걸 먹으면 무시당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전부 그 사람 공이지만…….’
자신은 그런 거 원래 안 따진다.
그리고 그 사람이면 이런 거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좋아, 결정!’
먹자.
먹고 나서 말만 안 하면 된다.
그럼 용신우가 어떻게 알고 뭐라 할 거야?
뚜껑을 열기 위해 목함 위로 얹어진 손.
그 모습을 보며 단목헌우가 말했다.
“여기서 복용하려고?”
그와 눈이 마주친다.
“아….”
보는 눈이 많다.
비밀이 지켜지기엔.
표비는 천천히 목함에서 손을 뗐다.

* * *

나는 이내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다.
천마비고.
말 그대로 천마의 비밀 창고다.
당연히 귀한 것들을 보관하고 있겠지.
대백의 태도에서 비고에 대한 접근 권한이 내게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