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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의식이 내면에 들어와 있다는 자각 때문인지 별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쉬이 믿기지 않는 마혼의 말.
‘그럼 네가 가진 힘을 전부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되지?’
-세상을 발아래 두겠지. 그놈처럼.
또다.
마혼과의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인물.
그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다.
밖의 상황도 이미 끝났을 테고, 이렇게 녀석과 마주한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기에.
‘네가 말하는 그 녀석이란 누구를 말하는 거야?’
-이름을 알고 싶은 건가?
‘뭐든. 그 사람에 대해 얘기해 줘.’
-어째서 그런 걸 묻는 거지? 이미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 자를.
‘호기심이라고 해 두지.’
그래, 호기심.
어쩌면 앞으로 내가 넘어야 할 벽일지도 모르니까.
-흐음.
무언가 고민하는 마혼.
선뜻 말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걸까.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입을 연 마혼의 첫마디는 단순했다.
-놈은 천재였다.
‘그렇겠지.’
세상 모든 절대자들은 천재를 기반으로 시작하니까.
너무도 당연한 소리에 별로 감흥이 없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놀라고 말았다.
-놈은 사고의 천재였다.
‘사고의 천재?’
생각을 잘 했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세상에 생각 못 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좀 모자라거나 특별히 어딘가 아픈 사람이 아닌 이상은 다들 생각이란 걸 한다.
그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
-일반적인 시각으로 봐선 녀석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점점 커져만 가는 호기심.
-녀석과 만난 것은 내가 처음 이 세계를 자각하고 눈을 뜬 곳이었다. 어떤 동굴이었지.
‘일전의 목걸이에서처럼 어딘가에 갇혀 있었던 건가?’
-인간들은 그곳을 무한봉마동(無限封魔洞)이라 불렀다더군. 녀석의 가문은 대대로 그곳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너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야?’
-글쎄, 그걸 확인할 여력은 없었다. 당시 난 수많은 실패와 기나긴 고독으로 인해 화가 쌓인 상태였으니까.
‘…….’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침묵으로 넘겼다.
-그때 난 눈앞에 있는 인간을 잡아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잡아먹는다고?’
표현이 과격할 만큼 극한의 상태였다는 뜻이겠지.
좋게 생각하자.
분명 내게 나쁜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걸 증명하듯 나를 안심시키는 마혼의 말.
-걱정하지 마라. 난 네게 그럴 생각이 없다.
이봐, 그건 마음만 먹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잖아.
좀 무서운데?
-그리고 녀석과 같은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넌 내게 먹힐 일도 없다.
같은 기운이라…….
또다시 듣게 된 말에 상대를 유추할 수 있게 됐다.
선대를 가리키는 말이군.
내 추측대로라면 구환마천기는 대대로 마교의 교주가 익혀 온 무공일 테니.
어쩌면 마혼을 목걸이에 담은 것도 이재학이 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그 연결고리까지 끊어 놓은 그였다.
무공조차 잇지 않게 했으니 마혼의 힘 또한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
‘그것 참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
그것을 본 마혼이 설명을 이어 간다.
-녀석이 나타나기 전까지 수많은 이들이 내 힘을 탐냈다. 하지만 전부 감당할 수 없었지.
확실히 보통의 힘은 아니니까.
내가 느끼기에도 마혼의 힘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 있었다.
-그중 한 녀석이 편법을 사용해 내 힘을 조금 훔쳐가는 데 성공했지만 전부는 무리였다. 놈은 나를 감당할 그릇이 아니었다.
‘편법이라 하지만 네 무지막지한 힘을 훔쳐가다니, 그 사람도 보통은 아니었나 보네.’
-고대의 주술이라 하더군. 녀석 또한 천재였지.
‘네네, 그러시겠지. 천재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네 힘을 사용하겠어?’
맞는 말이란 걸 알지만 계속해서 천재를 들먹이는 게 자기자랑 같다.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널 감당 못 한다고 했냐?
무리라고? 약하다고?
앞서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라 조금 툴툴거렸다.
그러나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렇게 대부분 내 힘을 사용하는데 실패하고 대가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 사고의 천재?’
-그렇다. 녀석은 다른 이들과 달랐지. 애초에 내 힘을 욕심내지 않았다. 그저 받아들였을 뿐.
‘어떻게? 남들은 다 실패했다며?’
-녀석은 그릇이 됐으니까.
염병.
뭐가 사고의 천재란 말인가?
그냥 마혼의 힘을 받아들일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인 거겠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내 힘을 받아들인 녀석은, 그대로 가문을 떠나 세상에 나섰다.
‘왜지?’
-가문에서는 녀석을 이용해 내 힘을 사용하려 했다.
그렇군.
가문에서 무림정복이라도 꿈꾸었던 건가?
-내 힘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자 했다.
‘미친놈들이었네.’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찌 사람은 힘을 가지면 그것을 이용해 타인을 억압하려고 할까?
누군가의 위에 올라선들 뭐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사는 거라고 말이다.
-가문 놈들은 몰랐던 거지. 나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게 무슨 소리야?’
-보통의 인간은 내 힘은 물론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녀석의 가문처럼 특수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말이지.
그래서였구나.
처음 마혼의 존재를 인식할 때 나를 제외하곤 누구도 알지 못했었다.
-또, 녀석이나 너처럼 몸 안에 나를 품을 수도 없다.
‘그가 특별했나?’
-그렇지. 오직 녀석만이 나를 온전히 받아들였으니까. 네가 살아 있는 것도 녀석의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구환마천기를 말하는 거겠지?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정황상 그게 맞는 것 같다.
그에 대한 질문을 해 볼까 하는데 마혼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맨몸으로 세상에 나선 녀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가문에서 배운 무공이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내 힘은 그런 것들과 다르다.
‘어떻게 다르지?’
-너는, 아니 인간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이해했잖아?’
-녀석은 이해하고 사용한 것이 아니다. 가진 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생각했을 뿐. 그 생각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하나의 틀이 만들어진 거다.
그래서 사고의 천재라는 건가.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생각들을 그는 해냈기 때문에?
-그 틀을 바탕으로 녀석은 내 힘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건 궁금하다.
과연 어떤 것들일까?
마혼이 가진 힘을 사용하는 법이라니.
-기운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 보기도 하고, 그렇게 이끈 힘을 사용해 걷거나 뛰기도 했다. 때로는 세상 온갖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때, 또 언젠가는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데에 힘을 사용했다.
잠깐만, 이거 어째 내가 예상하던 대상이 아닌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선대의 누군가일 거라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었다.
마혼의 힘이 대대로 이어져 온 거라면 그걸 만든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