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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원이 넌 그만 들어가. 운공도 해야지.”
“알겠습니다.”
내 말에 녀석이 지금껏 하고 있던 마보자세를 푼다.
녀석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기로 했지만 따로 사제의 연을 맺거나 하진 않았다.
애당초 녀석의 가전무공이기도 했거니와 대외적인 인식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위험에 노출된 내 입장에서 나로 인해 누군가 남매를 노릴 수도 있다 판단했다.
나를 꾀어내기 위한 인질로서.
“오늘은 뚫어야지. 저녁에 확인할 거야.”
“…네.”
며칠 전부터 구환마천기를 익히기 시작한 이원.
한데 생각보다 무공을 익히는 속도가 더뎠다.
아니면 내 기대치가 높았거나.
처음 녀석을 발견하고 가진 바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르치기 시작하니 그게 아니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무공과 함께 글도 가르치고 있는 상황.
‘분명 몸에 기를 주입했을 땐 구환마천기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었어. 마치 그것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그래서일까? 나도 모르게 녀석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있었다.
제대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설레는 마음과, 나완 달리 이원에게는 타고난 신체가 있었으니까.
최소한 내가 익힌 것보다는 빠르겠거니 생각했다.
근데 아직 구환마천기에 제대로 입문조차 못 하고 있었다.
‘이유가 뭐지?’
사전 지식이 있었다곤 하지만 나는 혼자서 비급만 보고 익히지 않았던가.
게다가 마령신단의 역할도 보조제일 뿐이었다.
권왕 이재학의 직계후손인 이원이라면 그마저도 필요 없이 단 한 번의 운공으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녀석은 나처럼 구환마천기를 익히려다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그에 대해 녀석에게 물으니 내가 너무 뛰어난 거란다.
고작 한다는 말이 내 핑계라니.
물론 기분이야 좋았지만 속이 빤히 보이는 칭찬에 넘어가선 녀석을 강하게 키울 수 없다.
항상 무공을 수련함에 있어 치열했던 나였기에 다른 방법은 모른다.
될 때까지 부딪치는 것 외에는.
그렇게 이원을 들여보내고 이을영, 철대양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기다리고 있다는 모용세가의 대공자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이대로 만나도 괜찮은 겁니까?”
혹시나 있을 외압을 경계해 굳이 함께해 주겠다는 철대양.
그는 여전히 우려를 거두지 않았다.
“조금 전 말씀드렸다시피 제게 위해를 가하려고 온 것은 아닐 겁니다. 당장은 그럴 명분도 없고요.”
“하지만….”
여전히 굳어 있는 그의 얼굴.
철대양 역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들의 실체를 파악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 설명 없이 저들 앞에 나선다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겠지.
“지부장님.”
“네, 용 공자.”
“이번 일, 제게 고마우시죠?”
“그렇습니다.”
“또 미안하기도 하시고요?”
“…예.”
역시나.
계속되는 염려에는 미안한 마음이 깔려 있었다.
자신이 짊어졌어야 할 역할을 내가 대신한 셈이었으니.
해서 그가 가진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고자 말했다.
“그럼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부탁이라니요?”
생각지도 못한 단어에 철대양이 놀라 반문했다.
“만약 제가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저 대신 이 녀석과 이원 남매를 좀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어딘가 가시는 겁니까?”
“찾아야 할 게 있어서요.”
이을영에겐 사전에 미리 일러둔 내용.
당장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로 심양을 벗어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제가 없는 동안 대천상단이 클 수 있도록 뒤를 좀 봐 주세요. 이미 다음 상단주로 예정된 상황이니 이 녀석만 신경 써 주시면 됩니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요.”
“대천상단을 키워 모용세가를 견제하십시오.”
“…!”
놀라 두 눈을 부릅뜬 그에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부장님은 무력과 명성을 갖추고 있지만, 재력은 부족합니다. 그걸 대천상단으로 보충하세요. 어차피 드러내지 않은 적대관계이지 않습니까, 모용세가와 지부장님은.”
“…….”
“이번에야 몰라서 당하고 계셨던 거지 원래라면 그리 쉽게 속을 내주시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심양지부장으로 계시면서 모용세가가 이곳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 주십시오.”
“혹 모용세가와 은원이 있습니까?”
예리하시네.
아니, 내가 너무 노골적으로 말한 건가?
마음의 빚을 빌미로 은근히 유도하려 했으나 그 안에 담긴 숨은 면을 꿰뚫어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공자가 구태여 그들을 의식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용 공자는 개인이지만 저들은 집단이오. 그것도 한 성을 대표할 정도로 거대한. 당초 싸움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대인데, 공자의 부탁에서 그들과 맞서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저들과 척을 지고 있는 사이다.
그에게 내 뜻을 조금 내비친다고 해서 불리할 것은 없었다.
“악연…이 조금 있습니다.”
“작은 악연에 목숨을 거는 건 손해이지 싶은데.”
“저한텐 컸나 봅니다.”
당장은 설명할 수 없는 은원이다.
이번 생에선 오직 나만이 갖고 있는 적의.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저들과 공존하진 않을 것이다.
“차후에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일단은 그리 알고 대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어차피 나를 백면유랑단과 엮어 몰아내려던 이들이오. 한 배를 탈 게 아니라면 상대보다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드는 것이 맞겠지.”
됐다.
이제 그를 믿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최대한 저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도했던 그러지 않았던 이미 얽히기 시작한 모용세가와 공금상회.
철대양의 말처럼 지금의 난 혼자다.
아무리 막강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 하더라도 한 손으로 열 손을 막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저들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내 쪽에 그 절반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때가 되면 떠날 것이다.
부족한 손을 메우기 위해서.
‘이재학이 비급에서 언급했던 것도 조사해야지.’
그가 남긴 글 중 흥미를 끄는 내용이 있었다.
바로 구환마천기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면서 언급한 이야기.
바로 구환마천기가 천마신공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진 무공이라 했다.
그리고 나는 파생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해석했다.
‘구환마천기 이외에 다른 무공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허황된 망상이라 치부할 만한 생각이었지만 가능성은 있다.
천마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이, 고작 단 하나의 유형으로밖에 남겨지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게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천마의 후예들이 그걸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것이다.
구환마천기만 해도 절대신권과 결합하여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데, 그 근간인 천마신공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든 그의 유지를 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천마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흑룡강이지.’
거기서 그의 흔적을 찾아볼 요량이다.
만약 내 가설이 맞고 성공적으로 또 다른 그의 힘을 얻게 된다면…!
부르르.
상상만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때 나를 지켜보고 있던 철대양이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시오, 용 공자? 어디가 불편합니까?”
“아닙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가시죠.”
그렇게 도착한 장소는 모용세가의 대공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접객실이었다.
하인에게 전해 듣기로 그에 대한 언급만 있었기에 수행인 정도가 함께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척.
“안녕하셨습니까, 철 지부장님.”
“오랜만이오, 모용 공자. 모용희 소저도 함께였구려.”
“오랜만에 뵈어요.”
이미 철대양의 등장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당황하지 않고 일어서서 예를 표하는 두 사람.
나와는 초면이었기에 이을영이 옆에서 상대에 대해 알려 주었다.
‘대공자 모용단과 장녀 모용희입니다. 가주인 모용단천과 첫 번째 부인 홍성희 사이에서 난 자식들이지요.’
‘그 뒤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