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사인 심바 8 (완결)
§ 차례 §
지금 마트에서는?
오발 사고
이해인의 죽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대면
버터플라이 3팀
이해인의 장례
레이저 광선
맥그리거 대령
범인을 속히 찾아라
정찰 및 탐색
누가?
롱퍼드 필드
조태흥 국정원장
북경에서 온 손님
한강 공원
방학기의 죽음
설렁탕집 밀회
암살단의 내습
찾아온 죽음
뉴 타입의 등장
롱퍼드 필드의 보복
자월도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것들이 사람 열받게 하네
지금 마트에서는?
냉장고를 무엇으로 가득 채울까?
늘 찬장을 가득 채우는 라면과 햇반을 살까?
간만에 고기를 사서 구워 먹어 볼까?
등등.
이해인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트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간만에 온 마트라 그런 걸까? 전에 못 보던 것들이 많다.
각종 식재료, 과일, 과자, 음료 등 생소한 것들이 눈에 자주 띈다.
그런 한편으로 은근 마음이 들뜬다.
기분이 꽤 좋다.
간간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들과 엄마.
조잘거리는 참새처럼 들리는 아이들과 엄마의 대화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돌아보는 이해인이었다.
생긋.
그녀도 모르게 지어지는 입가의 미소.
눈에 보이는 광경에 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보기에 참 좋은 모습이고 광경이다.
자신도 결혼을 했더라면 저런 모습들 중 하나였을까?
문득.
마음 한구석에서 후회라는 감정이 이는 것을 느낀 이해인이었다.
“흥.”
가볍게 코웃음 치며 즉각 마음을 다잡는 그녀다.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리며 자신도 모르게 센티멘털해지고 말았다.
지금은 관리관이라는 사무직에 있지만 젊었을 때는 필드 요원이었다.
자신이 죽인 사람만 해도 두 자릿수 이상이다.
입은 옷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몸에 남아 있는 총상의 흔적이 하나둘이 아니다.
생사를 건 대수술을 받은 것만 해도 서너 번이다. 그런 자신이 결혼하고 슬하에 자식을 둔다?
분에 넘치고 과분한 사치다.
살인자의 길을 걸었던 자신에게 결코 허락되지 않는 망상과도 같다.
마음을 잡은 이해인은 다시 장을 보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트 내에 있는 이런저런 코너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아이쇼핑을 겸해 화장품 코너로 움직였을 때다.
화장품 코너에 비치되어 있는 몇몇 거울에 아주 우연히 두 남녀가 비쳤다.
자신을 바라보는.
신혼부부?
연인?
커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을 미행 중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감찰실이 최근 자신을 감시한다는 낌새를 챘다. 그런 이유로 감찰실 요원이 아닐까 싶지만.
이렇게 빡빡하게 자신을 감시하는 것에 은근 화가 난다.
이해인은 태연히 화장품 코너에 진열된 화장품들을 눈으로 구경하며 천천히 맴돌았다.
그러며 자신을 미행하는 남녀를 힐금거렸다.
남녀는 이해인이 미행을 알아챘다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훗.’
속으로 실소하는 이해인이었다.
자신이 보기에 미행이 좀 어설픈 남녀다.
이해인은 천천히 카트를 밀며 화장품 코너를 벗어나 곧장 정육 코너로 향했다.
다양한 부위의 소, 돼지, 닭고기 등이 진열되어 있는 정육 코너 중앙.
[직원 외 출입 금지]
그렇게 쓰여 있는 큼직한 문이 있다. 문 너머는 정육 공간이었다.
덩이로 들어온 고기의 지방을 제거하고 각 부위별로 세분하는 등 일련의 고기를 다듬는 곳이다.
이해인은 정육 코너 한편에 카트를 두고 예의 문으로 걸어갔다.
또각또각.
그런 이해인을 바라보는 남녀.
어안이 벙벙하다.
남녀는 서로 돌아보았다.
“왜 들어가는 거지?”
“뭔가 좀 이상해요. 어서 가 봐요.”
“알았어.”
남녀는 바삐 이해인이 걸어 들어가려는 정육 공간으로 걸어갔다.
* * *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는 이해인이었다.
벽으로 가 붙으며 서둘러 신은 하이힐을 벗었다.
평소 치마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고 업무를 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새삼 드는 그녀였다.
발차기.
치마보다는 바지다.
이해인이 뒤따라올 남녀를 기다리며 벽에 착 몸을 붙일 동안.
* * *
남녀가 문에 이르러 서더니 서로 돌아보았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남녀.
그들 중 남자가 먼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이어 여자가 안으로 들어갔다.
* * *
백열전구가 환하게 주변을 밝히는 원탁.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양은 냄비의 라면을 건져 먹고 있었다.
후루룩.
앞접시에 가득 담은 라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건져 입에 밀어 넣었다.
면치기.
맞은편에 앉은 박귀홍이 날 보더니.
“야아. 며칠 굶었어? 좀 천천히 먹어.”
입안 가득히 밀어 넣은 면발을 급히 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그러며 박귀홍에게 말했다.
“사형도 나처럼 스승님에게 한번 당해 보십시오. 허기가 지나, 안 지나.”
박귀홍이 실소하더니.
“크큭.”
말했다.
“마아아. 복 받은 줄 알아. 너처럼 스승님에게 두 번씩이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 또 있는 줄 알아.”
“복은 무슨 복이요. 그런 복은 제가 사양입니다. 무조건 사양이라고요.”
대꾸하며 입안에서 씹던 면발을 꿀꺽 삼켰다.
그런 다음.
오른손에 쥔 젓가락으로 다시 앞접시에 있는 면발을 건져 올렸다.
그동안.
박귀홍이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씨이익.
면발을 입에 넣다가 박귀홍의 미소를 보았다.
순간.
뭔가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어 멈칫하고 말았다.
입에 면발을 집어넣다가 마비된 것처럼 정지 자세를 취하며 박귀홍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박귀홍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방금 전의 미소 말입니다.”
내 말에 박귀홍이 흠칫했다.
“뭔가 아주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팍팍 드는데 말입니다. 사형.”
박귀홍이 급히 얼버무렸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사형. 내 촉이 말입니다. 뭔가 아주 불길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을…….”
박귀홍이 서둘러 고개를 숙이더니 앞에 있는 접시의 라면 면발을 건졌다.
“별소리를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