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사인 심바 2
§ 차례 §
쉽지 않은 협상
위험한 복학생
미스 케이트
버스킹이라, 뭐 그리 나쁘진 않네
결행
어머나! 폭탄?
누구신지?
위탁 교육생
새로운 3명의 렉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밥 한 끼 드십시오
두더지 게임
체포된 위안핑
만만하지 않은 상대
작전명 돌핀
절박한 자가 우위에 있다
작전 실패
임진강으로
소리 없이
불편한 해후
생환
북한의 보복
뉴 타입 등장
저게 뭐야?
믿을 수 없어
쉽지 않은 협상
쟈오를 국외 추방했다가 언론이 그 일을 알고 떠들어 대는 날에는 관련 정치인들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이다.
누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쟈오의 국외 추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설까?
쟈오가 뭐 그리 예쁘고 대단하다고.
유에민쥔은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 같지 않은 협상 테이블이다.
* * *
슥.
손을 들어 뿔테 안경을 밀어 올리는 중년의 아줌마.
곽민선.
이제 내 담임이다.
책상에 앉아 내가 건넨 봉투 속의 서류들을 꺼내 보던 곽민선이 힐긋 날 보았다.
다소 당혹스러운 기색을 지었다.
만약의 경우를 몰라 내 나이는 스물한 살로 되어 있다.
모종의 정신 질환으로 지난 3년 동안 정신 병동에 있었으며 이제 완치되어 복학한다.
제덕 아저씨가 뭘 어떻게 조작했는지는 몰라도 난 부유한 실업가의 외동아들로 서류에 기재되어 있었다.
“저어…….”
곽민선이 말끝을 흐리며 무척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아픈 건 다 나, 나았니?”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네. 남이 날 건드리지 않는 이상 제가 먼저 남을 건드리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속으로 고소했다.
제덕 아저씨가 장난쳤다.
학폭이나 일진을 염두에 뒀는지는 몰라도.
내가 사이코패스 증세로 정신 병동에 장기 입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서류를 위조했다.
국정원 분석 팀 멤버인데 위조에도 일가견이 있는지.
위조 주민등록증을 비롯하여 다수의 위조 작품을 내게 건네주었다.
쩝.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나 있는 것들인지…….
별 쓸모도 없는 것을 건네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 *
대중음악 1반.
반 정원이 대략 3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곽민선이 서서 반 아이들에게 나에 관해 설명했다.
3학년 복학.
다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고3이 복학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지난 2년 동안 정신 병동에 있었고, 그 때문에 다시 복학하며 억지로 나이에 맞춘 거야.”
“…….”
“일단 대학 진학보다는 졸업장이 위주야. 참고삼아, 내가 정신 병동에 입원했다고 말했지.”
장난기가 동했다.
오른손 검지를 들어 내 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머리가 좀 안 좋아. 너희도 들어 봤을 거야. 사이코패스라고 말이야.”
대번에 아이들이 정색을 하듯 얼굴빛이 달라졌다.
“혹시 너희들 중에 세상 살기가 싫어졌거나 자살 충동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날 건드려.”
“…….”
“혹시 아니? 내 머리가 잘못되어 그 애를 죽여 버릴지.”
삽시간에 교실이 싸해졌다.
…….
급격히 교실의 공기가 차가워지며 분위기가 냉랭해진다.
곽민선이 잔뜩 겁먹은 기색을 지으며 날 돌아보았다.
“혀, 혁수야.”
마주 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그러자 내 미소를 본 담임 곽민선이 몸을 움칫거리며 진한 경계의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위험해!
아주 위험한 애야!
그렇게 담임 곽민선의 두 눈동자가 무언으로 말하는 것 같다.
* * *
곽민선이 교실을 나가며 반장 안유진에게 말했다.
“유진아. 네가 혁수에게 학교를 좀 안내해 줘.”
미처 안유진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후다닥 교실을 나가 버리는 담임 곽민선.
그녀를 돌아보며 속으로 고소했다.
크큭.
김제덕의 장난에 내가 졸업할 때까지 학교생활이 꽤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슬쩍.
반 애들을 돌아보았다.
다들 엄청 겁먹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풋.
실소했다.
귀여운 것들.
* * *
타이완 타이베이 모처.
산책로 난간에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앞은 큼직한 연못이었고 연꽃들이 수면을 뒤덮었다. 몇몇 연꽃이 이른 꽃망울을 터트렸다.
가만히 서서 정면의 연꽃들을 바라보는 노인의 주변에 일단의 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짙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전신에 검은 양복을 착용한 이들.
그들의 왼쪽 겨드랑이가 다소 불룩했다.
저벅저벅.
한 장년인이 난간에 서 있는 노인에게 걸어갔다.
주변에 듬성듬성 서 있는 이들이 일제히 장년인을 주시했다.
* * *
노인의 뒤.
세 걸음의 거리를 두고 선 유에민쥔.
정중하게 노인에게 인사했다.
“방주님. 유에민쥔입니다.”
노인.
청방 방주 쟈오리징.
천천히 입을 떼더니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
기대감이 묻어나는 음성.
유에민쥔은 곤혹스러웠다.
“죄송합니다, 방주님. 한국 정부가 매우 강경합니다.”
노인이 와락 인상 썼다.
“그래서?”
언성을 높였다.
화난 눈치다.
유에민쥔이 급히 말했다.
“2공자께서 한국 경찰을 넷이나 죽인 것이 이번 협상에서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순 흠칫하는 노인이었다.
유에민쥔이 빠르게 이어 말했다.
“2공자를 빼내려면 아무래도 보다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