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를 체포하겠습니다 04권
천마를 체포하겠습니다 04권
천마를 체포하겠습니다
04
백아
천마를 체포하겠습니다 04권
차례
Chapter 01. 한울창생교
Chapter 02. 천마
Chapter 03. 노욕
Chapter 04. 도련님
Chapter 05. 초대
Chapter 06. 추격
천마를 체포하겠습니다 04권
Chapter 01. 한울창생교
서윤은 최근 사무실보다 설중익의 서재에 더 오래 있었다.
정천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원건우가 수행을 하면서 정천을 맡아 주고 있었다.
원건우의 실력이라면 마교의 호법 정도가 온다 해도 당하지 않을 것이고, 그 이상의 실력자가 오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달아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렇게 정천을 맡기고 서윤이 현재 집중하는 일은.
[원명(元明) 시기 중원 무림사]
[사공팔파(私功八派)]
바로 고서적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벽추장은 중국 무림맹에서 고려 무림맹 창설을 축하하며 선물로 준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중국 무림 고서적에 뭔가 기록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고려 무림맹이 생긴 고려 말. 중국의 원나라 말기 이전 고서적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중이다.
설중익은 지금까지 수많은 고서적을 수집했기에 그의 서고에서 웬만한 고서적은 다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흘을 살폈음에도 어째 나오는 게 마땅히 없었다.
현재 알게 된 것은 딱 하나.
벽추장을 먼 옛날 정파의 고수가 만들었다는 것. 이가 오랜 세월 해당 문파의 장문인에게 전해지다가, 그 문파가 사라지며 무림맹에서 보관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관하던 물건을 고려 무림맹이 만들어지자 선물로 전달한 거다.
이런 대략적인 내력은 알게 됐지만, 정확히 그것에 무슨 힘이 있는지. 누가 만들었고, 그 문파가 어디인지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영 나오는 게 없구나.”
서윤을 돕고 있는 설중익도 피곤한 듯 눈을 주물렀다.
사흘 내내 서윤을 돕고 있었으니,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윤은 서고에 가득 늘어선 책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 많은 책을 다 뒤질 수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얼마 전에 순 회장으로부터 또 다른 연락이 왔으니.
“사파에 관련된 기록만 살펴보죠. 특히 파조문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모두 제게 주십시오.”
“그래. 파조문이라…….”
얼마 전 도착한 순 회장의 메일에는 ‘팽석’의 세부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예전에 존재했던 사파 문파 파조문.
그곳은 기이한 무공을 많이 익혔는데, 흡성대법이나 삼와진공 같은 무공이 그것이었다.
파조문은 명나라 대에 사라졌는데 한 사람을 통해 몇몇 무공이 일인 전승됐고, 팽석이 그 마지막 전수자였다.
팽석의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고, 파조문이 있던 곳도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흡성대법을 사용할 줄 아는 자만 얻을 수 있는 힘이라.’
서윤은 그 내용을 알수록 의문이었다.
벽추장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서죽헌은 흡성대법까지 익혔다.
흡성대법이 벽추장의 힘을 사용하기 위한 열쇠라는 것은 확정적이고. 문제는 왜 그렇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벽추장을 만든 것은 정파의 고수다.
그는 왜 사파 무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물을 만들었을까.
그렇게 파조문에 관해 조사하던 중. 해가 저물 무렵에야 유의미한 기록 하나를 발견했다.
[파조문 문주와 숭산파 장문인이 서로 친밀하여 왕래가 잦았다. 이에 정파의 여러 문파가 항의하였으나, 숭산파 장문인 남헌은 개의치 않았다. 남헌은 당대 최고 고수로 여러 기물을 만드는 재주도 뛰어났다.]
사파 파조문 문주와 정파 숭산파 장문인이 친했다.
그리고 숭산파 장문인은 기물을 만드는 데 능했다.
‘숭산파가 사라진 시기를 생각하면.’
숭산파가 사라진 것은 원나라 이전.
뭔가 아귀가 딱딱 맞았다.
벽추장을 만든 것이 숭산파 장문인 남헌이라면, 이를 통해 또 다른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서윤은 숭산파와 관련된 문서들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게 나오지 않았다.
숭산파가 워낙 옛날에 사라진 터라 기록이 부실한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한참 더 살피던 중 설중익이 입을 열었다.
“숭산파 내부에서 기록한 자기들 문파의 기록이 있을 거다. 아마 무당산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고 보니 소림 서고가 무당으로 옮겼었죠.”
본래 소림의 비고에는 무림의 온갖 진귀한 보물이 있고, 서고에는 온갖 무림의 비밀이 있다고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소림은 사파나 마교와 전쟁이 있을 때마다 표적이 됐다.
결국 이 보물들이 다 한 번에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소림의 서고는 위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후보지가 여럿 있었지만, 결정된 곳은 무당파였다.
해서 현재 소림 서고의 모든 서적은 무당파의 비고로 옮겨진 상태였다.
소림사 역시 같은 숭산에 있었으니, 문파가 사라졌을 때 소림사에서 그곳의 물건이나 기록을 보관했을 개연성은 충분했다.
그 기록이 소림의 서고에 있었다면, 지금은 무당파에 있을 것이고.
“제가 무당파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무당파에 연락해 문의하고 만약 그곳에 숭산파의 기록이 있다면, 다시 한번 중국으로 간다.
서윤은 중국 무림맹으로 메일 한 통을 전송했다.
* * *
무당파에서 답변이 오기 전.
경찰청에서 서윤에게 소식 하나가 날아왔다.
서윤은 그 소식을 받고 경찰청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경찰 수사국장뿐 아니라 특수본 본부장까지 참석해 있었다.
서윤이 도착하자 오무한이 앞으로 나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오늘 경찰청에 도착한 메시지입니다. 어디서 보냈는지는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오무한은 말을 마친 뒤. 뒤에 있는 스크린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우리 조건이 이행되지 않을 시. 일주일에 한 번 한국에서 테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건을 이야기하겠다.”
변조된 목소리가 들릴 뿐. 영상에는 말하는 사람 대신 어느 전철역의 쓰레기통만 나왔다.
“첫째. 파주 서가 가주 서죽헌을 사면할 것. 둘째. 파주 서가 가주 서죽헌에게 무림맹 맹주 자리를 이양할 것. 셋째. 벽추장을 양도할 것.”
세 가지 조건을 말하기 무섭게.
―펑!
쓰레기통이 폭발했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 흩어지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영상은 끝났다.
그리 큰 폭발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한 경고는 됐다.
이미 저들이 가지고 있는 폭탄의 위력을 알고 있으니까.
사실상 이는 전쟁 선포나 다름이 없었다.
‘테러라.’
서윤은 순간 10년 전. 세영 타워 테러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와 같은 비극이 다시 한번 반복될 수 있었다.
“이건 우리 한국 무림맹을 우습게 아는 처사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니!”
앉아 있던 무림맹 맹주 주천일이 발끈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동시에 특수본 본부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경찰을 기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범죄자를 자기들 마음대로 사면하라니.”
다들 분노했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었다.
그저 테러가 벌어지기 전에 방지하기 위해 수상한 사람을 철저히 검문하고, 마교에 대한 수사를 더 강화하는 것.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윤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저 제안을 한 목적이 뭘까.
정말 저 요구 조건을 원하는 걸까.
‘저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결국 서죽헌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데.’
서죽헌이 나타나는 순간 체포하면 마교에게는 플러스 없이 마이너스만 된다.
제안은 결국 미끼인 걸까.
그렇다면 저걸 미끼로 던져 놓고 뭘 원하는 걸까.
서윤은 다시 한번 방송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한 말을 떠올렸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일주일에 한 번 한국에서 테러를 진행하겠다.’
왜 굳이 ‘한국’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서윤은 고민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시선을 한국에 돌려놓으려는 속셈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특수본 본부장의 물음이었다.
“저희가 한국에 집중하는 사이. 다른 곳에서 일을 벌이려는 겁니다. 그곳은 아마. 중국이겠죠.”
“흐음. 그러면 우리는 크게 상관없는 것 아닌가.”
특수본 본부장의 말처럼 중국에서 일어나는 문제까지 우리가 신경 쓸 수는 없는 일.
우리는 국내 문제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었다.
실제로 테러는 거짓이 아닐 테니까.
이것은 상대도 알 텐데, 왜 이런 귀찮은 방법을 쓴 걸까.
‘내가 목적인 건가.’
누구의 시선을 돌리느냐.
그 답이 나왔다.
상대는 서윤이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상황으로 봤을 때. 마교의 본거지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서윤은 잠시 고민했다.
한국에서 일어날 테러를 막기 위해. 결국은 그들의 국내 근거지를 찾아서 격멸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테러는 계속 일어날 테니까.
‘시간 여유가 얼마나 있을까.’
서윤이 한국에 묶여 있는 것을 원하더라도, 국내의 테러를 무시한 채 중국으로 건너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사는 어느 정도 진행됐습니까.”
서윤이 오무한에게 물었다.
현재 경찰에서는 마교에서 자금을 위해 운영하는 사업장이 있을지 확인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