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기다릴게 미미르 아카데미에서 2권
발행일  2025년 06월 24일
지은이  구름파이
표지 그림  파이라이트
타이틀 디자인  말랑콩떡
펴낸곳  피크
투고/문의   peak1@peaknovel.co.kr
블로그   peaknovel.co.kr
트위터   twitter.com/novel_peak
ⓒ구름파이, 2025
ISBN 979-11-7450-002-1        979-11-7450-000-7 (세트)
* 이 전자책의 전부 또는 일부 내용을 재사용하려면 사전에 저작권자와 피크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어느덧 루나가 아카데미에 입학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루나는 수학 쪽지 시험을 세 번이나 더 쳤고, 실용 마법 시간에는 색 변환 마법을 배웠다. 그리고 전공 시간에는 움직이는 목표물을 향해 속성 마법을 거는 법을 배우고 연습했다.
친구들보다 늦게 입학한 만큼, 배워야 할 것도 알아둬야 할 것도 잔뜩 있었다. 그래도 루나는 아카데미 생활이 즐거웠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문제 될 게 전혀 없었고, 기초를 익혔더니 마법 연습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마침내 11월 첫째 주 월요일이 되었을 때였다. 속성 마법사 학생들 앞에 선 올리버가 모두에게 특별한 일정을 알렸다.
“여러분, 새로운 진로 수업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전공별로 봉사활동을 가는데, 우리 속성 마법사는 ‘용사의 집’을 방문할 거예요.”
그러자 학생들이 저마다 웅성거렸다. 용사의 집이란, 약 50년 전 이웃 나라인 리그리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파병 용사였던 전투사들이 노후를 보내는 곳이었다.
“그리고 봉사활동이 끝난 뒤에는, 참전 용사들의 연설을 들을 겁니다. 우리 속성 마법사 학생 중에도 마법 전투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있을 텐데, 좋은 이야기를 잔뜩 들을 수 있겠죠.”
올리버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난 진로 수업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할 때는 공간결합문을 이용한다고 했다.
조례가 끝나고, 오전 수업도 모두 끝난 뒤, 루나는 서둘러 교실을 나섰다. 리사와 크리스는 어디에서 봉사활동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우리는 보육원에 있는 어린이 치료원에 간대.”
복도에서 기다리던 리사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기 힘든 어린이들을 위해서.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고, 또 치료사의 일을 돕기도 하겠지. 속성 마법사는 어디로 간대?”
“우리는 용사의 집. 아마 하는 일은 비슷할 것 같아. 요양사의 일을 돕고, 또 용사님들께 여러 가지 도움을 드리면서.”
“그렇구나. 봉사활동이라서 그런지, 다들 비슷한 것 같네.”
리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두 뺨을 붉히며 몸을 살짝 기울였다.
“그럼 제작 마법사는 어디로 갈까? 크리스는….”
“…재활 도구 제작소.”
리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크리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리사의 안색이 확 밝아지더니, 크리스를 반갑게 맞았다.
“크리스! 어서 와!”
“재활 도구 제작소? 거기에서 뭘 하는데?”
“마도구 만드는 걸 견학하고, 잔심부름도 하겠지. 아, 그리고 근처에 있는 신전으로 배달하는 일도 도울 거라고 했어. 신전에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지내잖아.”
“배달까지? 와, 힘들겠다.”
리사가 입을 살짝 벌린 채 말했다. 그러자 크리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쩔 수 없지, 봉사활동이니까. 너희는 어디로 가는데?”
“우리는 용사의 집에 가. 알지? 은퇴한 마법 전투사가 머무는 곳. 그리고 리사는 보육원에 있는 어린이 치료원에 간대.”
루나가 설명했더니, 옆에서 리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난번 진로 수업도 치료학과를 견학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치료사와 관련된 곳이야. 약초학자 관련 직업 탐방은 도대체 언제쯤 갈까?”
리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과 다르게, 목소리는 어쩐지 즐거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크리스는 그런 리사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듯, 리사의 손끝을 툭툭 두드리며 위로했다.
“최대한 많은 직업을 조사하고 공부하는 게 진로 수업의 목표니까, 약초학자와 관련된 곳으로 갈 기회도 곧 생기겠지.”
“그럴까…?”
리사가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루나와 크리스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기다려봐야지. 어쨌든 얼른 금요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 맞아. 루나, 크리스, 내가 전에 말했던 거 기억해? 치료학과에는 유급 제도가 있다는 거.”
“응, 기억나. 진급 시험에 떨어지면, 1년 더 수강해야 한다는 거 말이지?”
루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묻자, 리사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거. 그래서, 나, 사실은 학비가 엄청 비쌀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장학금 제도가 잘 되어 있었어. 그러니까 일단 전문 교육원에 입학하기만 하면….”
리사가 쉬지 않고 치료사에 관한 정보를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크리스가 심각한 얼굴로 리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루나는 쿡쿡 웃으며 리사와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리사는 약초학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하면서도, 다른 진로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조사한 것 같았다.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틀어박힌 채 마도구 제작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듯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만을 간절히 바랐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나도 진로 수업을 꾸준히 듣다 보면, 리사나 크리스처럼 꿈을 찾을 수 있을까?’
루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식당으로 향하며, 어른이 되어 직업을 가진 제 모습을 상상했다.
* * *
며칠이 지나고, 기다리던 금요일 아침이 되었다. 첫 진로 수업 때처럼 속성 마법사 학생들은 행정관 지하에 있는 공간결합문 앞에 모였다.
“오늘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2인 1조로 짝을 지어서 함께 다닐 예정입니다. 그럼 명단을 불러드릴게요. 1조, 에일리 양과 카렌 양. 2조, 휴이 군과 다니엘 군. 그리고….”
명단이 이어졌다. 루나는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맨 앞줄에 서 있던 아놀드를 바라보았다.
‘이번에야말로 아놀드 군과 같은 조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정말 좋을 텐데.’
어쩌면 말 한 번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학생과 같은 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일인 것 같았다. 누군가를 새롭게 알아가고, 친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 아니면….’
학생들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은색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올리버가 명단을 부르는 것을 듣고 있었다.
‘맞아, 레이 군도 아직 남아 있었지. 저 애랑 같은 조가 되어도 괜찮을 거야.’
눈이 마주친 레이에게 조심스럽게 눈인사를 건네며, 루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레이와 같은 조가 되길 바라다니. 두 달 전의 루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레이와 함께 했던 지난 진로 수업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이제는 레이가 괜찮은 친구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레이와 더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반에서 겉도는 레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으로, 9조는…. 10조는….”
루나는 머릿속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상상하며 올리버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올리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루나의 기대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12조, 아놀드 군과 레이 군. 마지막으로 13조는 루나 양, 레베카 양, 앤디 군. 이상입니다.”
아놀드는커녕, 레이와도 다른 조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레베카와 레베카의 친구 앤디와 같은 조가 되어버렸다.
‘나는 정말 조원 운이 없구나….’
루나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입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자, 여러분, 곧 공간결합문이 열립니다. 조별로 다시 줄을 서 주세요.”
루나의 그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올리버가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는 무거운 발걸음 이끌고 맨 뒷줄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
그러자 앤디와 이야기를 나누던 레베카가 입을 다물더니,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루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루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쩐지 이번 봉사활동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 *
용사의 집은 회색 벽돌 건물로, 신선한 공기가 가득한 산자락 바로 아래에 있었다.
호수를 빙 둘러싼 산책로에는 거동이 자유로운 노인들이 느긋한 얼굴로 걸어 다녔고, 그 옆에는 요양사가 한 명씩 붙어 있었다. 그 사이로 빨래 더미를 품에 가득 안은 채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미미르 아카데미에서 오신 학생들이시죠?”
중앙 현관문이 열리더니,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묶은 요양사가 앞치마를 펄럭이며 달려 나왔다. 인자한 미소와 녹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중년 요양사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치유 마법사이자 이곳 용사의 집에서 총책임을 맡은 일등 요양사 ‘페티슨’이라고 해요.”
페티슨이 인사말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더니, 올리버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올리버가 페티슨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더니, 들고 있던 학생 명단을 페티슨에게 건넸다.
“이건 저희 학생들 명단입니다. 말씀하셨던 대로, 2인 1조로 조를 짜뒀습니다.”
“감사합니다.”
페티슨이 두 손으로 명단을 받더니, 학생들에게 오늘 일정을 설명했다.
“미리 안내받으셨겠지만, 여러분은 오늘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랍니다. 오전에는 저희 일손을 도와주시고, 오후에는 은퇴하신 참전 용사님들의 연설을 들으실 거예요.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맨 앞에 있던 한 남학생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페티슨이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빙그레 웃었다.
“어머, 감사합니다. 자, 그럼 제일 먼저 용사의 집 구조부터 안내해 드릴게요. 이쪽으로 따라와 주세요.”
페티슨이 그렇게 말하며 속성 마법사 학생들을 이끌었다. 루나는 맨 뒷줄에서 레베카와 앤디와 함께 페티슨의 뒤를 따라갔다.
용사의 집 1층에는 식당이나 치료실, 도서관 등 온갖 편의시설이 있었다. 그리고 2층에는 용사들과 그들을 보살피는 요양사들의 개인실이 있다고 했다.
“이곳에는 모두 52분의 용사님이 계시는데, 그중 30분은 전직 마법 전투사였고, 22분은 일반 전투사였죠. 담당 요양사와 직원 중에도 비 마법사가 많으므로, 마법을 쓰기보다는 마도구 이용을 권장하고 있어요. 봉사활동을 하실 때,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용사의 집 안내가 모두 끝났을 때, 페티슨이 학생 명단을 펼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여러분께 맡길 업무를 알려드릴게요. 먼저, 1조 학생분들.”
그러자 에일리와 카렌이 손을 들었다.
* * *
“두 분께는 서류 정리를 부탁드릴게요. 1층 맨 오른쪽에 있는 집무실에서 담당자의 지시를 기다려주시길 바라요. 다음, 2조 학생분들은 어디 계실까요?”
마찬가지로 휴이와 ‘다니엘’이라는 남학생이 손을 들자, 페티슨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느덧 12조였던 아놀드와 레이까지 할 일을 배정받았고, 마지막으로 루나가 속한 13조의 차례가 되었다.
“자, 13조 학생분들. 루나 양, 레베카 양, 앤디 군은 저와 함께 창고 정리를 할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하신대, 반 대표님.”
레베카가 루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속삭이더니, 앤디와 함께 키득거리며 페티슨의 뒤를 따라갔다.
“….”
루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손을 흔들어주는 올리버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다음 창고로 향했다.
“여기가 창고랍니다.”
창고는 별관에 있었다. 페티슨이 그렇게 말하며 창고 문을 열자, 뿌연 먼지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확 느껴졌다. 레베카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계속해서 기침을 해대자, 페티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먼지가 좀 많죠? 제대로 환기했는데도 이렇네요. 자, 큰 짐은 다 치워뒀으니까, 바닥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먼지를 닦아내면 됩니다.”
페티슨이 세 사람에게 앞치마와 장갑, 빗자루를 하나씩 건넸다. 루나는 페티슨의 설명에 따라서 앞치마를 걸치고, 장갑을 낀 다음, 빗자루를 손에 쥔 채 열심히 바닥을 쓸었다.
먼지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팔도 저렸지만, 그래도 루나는 청소하는 일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쓱싹거리는 빗자루 소리를 들었더니, 마음이 개운해지면서 기분도 좋아졌다.
“….”
그렇게 한동안 잿빛 창고에는 빗자루 소리만 들렸다. 청소하는 내내 루나도, 레베카도, 앤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조금 의외네. 레베카 양 성격에, 이런 건 싫어할 것 같았는데. 아, 아냐, 처음에는 레이 군도 불성실하리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성실하고 좋은 애였잖아. 그러니까 저 애들한테도 좋은 점이 있을 거야.’
집중하는 얼굴로 열심히 바닥을 쓰는 레베카를 보며, 루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도 레베카와 앤디에게 편견을 가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페티슨 씨, 잠깐 괜찮으실까요?”
그때 열린 문 사이로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젊은 요양사가 얼굴을 쑥 내밀더니, 패티슨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페티슨이 조심스럽게 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저, 여러분, 죄송하지만, 마무리는 여러분께 맡겨야 할 것 같아요.”
잠시 후,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창고로 돌아온 페티슨이 곤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레베카가 생글생글 웃으며 재빨리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다녀오세요, 페티슨 요양사님.”
“고마워요, 레베카 양. 금방 다녀올게요.”
페티슨이 안도한 듯 미소를 짓더니, 젊은 요양사와 함께 창고를 나섰다.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루나는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얼른 청소를 끝내고 신선한 공기를 가득 마시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아, 진짜, 짜증 나 죽겠네.”
페티슨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쯤, 높고 날카로운 레베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는 빗질을 멈추고, 굽혔던 허리를 쭉 펴며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해야 해? 용사의 집이라고 하길래, 전쟁 영웅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이런 먼지 나는 곳에서 청소나 하고 있다니. 이게 말이 돼?”
레베카가 깨끗한 탁자를 골라서 그 위에 걸터앉더니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빗자루와 장갑은 이미 어디론가 내팽개친 듯했다.
“그러게. 우리가 하인으로 온 것도 아닌데 말이야. 이런 건 아랫것들이나 하는 일이잖아?”
앤디가 끼고 있던 장갑을 힘껏 벗어 던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베카가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두 다리를 흔들며 큰 소리로 한탄했다.
“그리고 왜 마법을 쓰면 안 된다는 거야? 난 그것도 이해 안 돼. 비 마법사가 있어서, 그게 뭐 어떻다고. 어휴, 목 아파.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파. 교복도 더러워졌어. 이렇게 먼지만 마셔대다가는 몸도 상하겠지.”
“괜찮아? 곧 1학기 시험인데, 건강 잘 챙겨야지. 아, 안 되겠다. 레베카, 청소는 나한테 맡기고, 밖에서 좀 쉬어. 응?”
“그럴까? 너, 나 없이 저 애랑 둘이 있을 수 있어?”
레베카가 루나를 곁눈질하며 키득거렸다. 수군거리며 비웃는 듯한 두 사람의 말투와 시선에, 빗자루를 쥔 루나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루나는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저기, 너희 두 사람, 그만 떠들고 청소하면 안 될까? 오후에 용사님들의 연설이 있다고 하셨잖아. 연설을 듣고 싶으면, 얼른 맡은 청소부터 끝내야지.”
“싫은데? 청소는 이미 할 만큼 했잖아. 먼지 날려서 도저히 더는 못 하겠어. 너, 먼지가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알기나 해?”
레베카가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