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너 또 밤새웠지?”'물귀신처럼 잡고 늘어지는 잠을 겨우 떼어내고 일어나 세수를 하던 차란은 미영의 외침에 고개를 들었다. 세면대 위 벽에 부착된 거울을 본 차란은 정신이 번쩍 났다. 세상에! 눈은 붕어처럼 불뚝 튀어나오고 얼굴은 그야말로 찐빵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어제 밤에 손을 댄 책이 하필이면 아프고도 슬픈 내용이었던 것이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밤을 꼬박 새워 책을 끝까지 읽었다. 겨우 30분 정도 눈을 붙였을까. 그녀가 취한 수면은 그게 다였다. 차라리 아니 잔만 못했다. 피곤이 누적되어 몸이 자꾸 까부라지는데다 병아리 눈물만큼 잔 것도 수면을 취한 거랍시고 얼굴만 엉망이 되었다.'한숨을 푹 내쉬며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고 나오는데 송미영 여사가 문 앞에 서서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쯧쯧. 너, 지금 몇인 줄 알아? 스물 하고도 여섯이야, 이놈의 지지배야!”'또 시작이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꼴을 보면 어김없이 나이 타령부터 시작하는 미영이다. 못마땅해서 노려보는 꼴이 아무래도 잔소리가 한 소쿠리는 넘을 것 같아 차란은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가 아침마다 안 가르쳐줘도 내가 몇 살인지 정도는 알아!”'“네 나이를 알면서도 그 짓을 하고 싶니? 엉?”'또 무시당했다. 언제나 엄마의 잔소리를 막기 위해 선제공격을 하지만 항상 실패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사실 지위 자체가 너무 현격한 차이가 났다. 엄마와 딸! 과연 두 사람이 싸우면 누가 승자가 될까? 물론 처한 상황과 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집안에서는 언제나 미영이 승자다. 오호 통재라! '‘휴. 이차란, 참 꿈도 야무지다. 바랄 걸 바래라. 네가 송미영 여사를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천만에. 엄마가 나한테 졌다고 하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거다. 암. 그렇고 말고. 잔소리 안 하는 송미영 여사는 엄마가 아니라 옆집 아줌마지. 하이고 불쌍타. 가여운 이내 신세, 오호 애재라!’'차란은 속으로나마 신세한탄을 했다. 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미영을 보니 잔소리가 시작될 모양이다. 반복되는 후렴구처럼 뻔한, 매일 듣다시피 하는 잔소리를 또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해진다.'‘밤새워 공부했으면 지방대가 아니라 서울대를 나왔을 거다. 공부하랄 때는 펑펑 잠만 퍼 자더니만, 회사에 출근할 년이 전기세 아깝게 소설책 나부랭이나 끼고 밤씩이나 꼴딱꼴딱 새웠냐? 불 켜놓고 민수가 잘 자길 바래? 양심도 없는 년 같으니라고. 애한테 미안한 줄을 알아야지. 어이구, 내 팔자야. 내가 너 때문에 내 명에 못 산다 못살아. 도대체 언제 철들래? 이놈의 지지배야, 네가 네 동생 반만 따라가도 내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다. 도대체가 뭐가 중요하고 뭐가 버릴 건지도 모르고, 언제쯤에나 정신 차려서 딱 부러지게 네 앞가림하고 살 거야? 엉?''''''1. 그녀, 우연히 그를 만나다.'2. 그녀, 도둑맞았던 명예를 되찾다.'3. 그녀와 그, 우연히 재회하다.'4. 그녀, 상황을 오해하다.'5. 그녀, 그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다.'6. 그, 태클거는 그녀에게 옐로우카드를 내밀다. '7. 그녀, 맨손으로 그가 아닌 소매치기를 잡다.'8. 그, 가까스로 운명을 피하다.'9. 그녀와 그, 서로 엇갈리다.'10.그, 그녀의 운명론에 대항할 방법을 찾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