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세가 7(완결)
지은이 사류라
발행인 김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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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제1장 장보도
제2장 동서남북
제3장 혈풍의 시작
제4장 허허역구궁팔사진
제5장 천마비동
제6장 무너진 천마비동
제7장 세외의 침공
제8장 마교
제9장 대학사의 고민
제10장 대단원
제11장 그 후
제1장 장보도
사자문의 문주 진혁은 집무실에 앉아 한 장의 장보도를 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오십 년 전 천하제일인이자,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천마의 무공이 잠들어 있는 장소가 그려진 장보도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이었다.
“이게 나의 손에 들어오다니…….”
천마비동로 들어가 천마의 무공을 익힌다면 더 이상 흑무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아니, 천하를 자신의 손아귀에 쥘 수 있다.
“흐흐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때!
“크아아악!”
비명이 사자문 안을 가득 채웠다.
그 소리에 진혁은 천마비동의 장보도를 노리고 적들이 쳐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체에엥!
“크아악!”
밖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울려왔고, 사람들이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진혁은 인상을 쓰며 황급히 천마비동의 장보도를 품에 갈무리했다.
다다다!
“문주님!”
“무엇이냐?”
“천산삼흉이 나타났습니다.”
천산삼흉이라는 이름을 듣자,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천산삼흉은 오십 년 전의 인물로 마교와 싸움을 할 때, 마교의 편에 붙어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자들이었다.
그들의 무공은 절정을 넘었다고 알려져 있었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유희라 생각하는 자들이었다.
방금까지 희망과 기대에 부풀었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무사들을 동원해 최대한 막아라.”
“문주님께서는?”
“옷이라도 입어야 할 것이 아니더냐!”
그가 소리를 치자, 밖에서 빠르게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노마들이 아직까지 살아 있으리라고는…….”
진혁은 장보도를 품에 넣고 곁에 놓아 둔 검을 잡고 일어났다.
그런 후에 책상 밑의 바닥을 잡고 당기자, 작은 통로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훗날 내가 복수를 해 줄 테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지 마라.”
진혁은 천산삼흉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고, 천마비동의 장보도 있는 이상 곧 자신이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데 위험을 감수할 생각도 없었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천하가 손에 들어오니 싸우기보다는 혼자 빠져나가는 것을 택했다.
그는 작은 통로를 통해서 사자문을 빠져나갔다.
“크아아악!”
문주인 진혁이 빠져나갔는지도 모른 채 사자문의 무사들은 천산삼흉을 막기 위해서 싸웠는데, 역부족이었다.
* * *
“뭐야!”
“사자문이 멸문했습니다. 사자문의 문주 진혁이 천마비동의 장보도를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그는 많은 무인들의 손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능악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진소가 아침 일찍 급하게 찾아와 사자문의 멸문과 함께 천마비동의 장보도가 나타났다는 말로 인해서였다.
‘그의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인가?’
담령의 뜻대로 흘러간다 생각하니 새삼 담령이 두렵게 느껴졌다.
“무림맹이나 사도천에서도 이 일을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지금 전대, 전전대 고수들이 나타나 천마비도를 쫓고 있으니 그들 역시 움직였을 것입니다.”
“음…….”
“련주님! 천마비동의 장보도입니다. 정파나 사파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하진소는 모르지만 이미 각 단체장들과 이야기가 된 상태이니 급할 것이 없었다.
“우리 측에서 움직이는 문파나 사람들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의 문파가 움직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천마비동의 장보도라면 무림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능악비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담령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는 곧 하진소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각파에게 나의 명을 전달하라. 이번 천마비동의 장보도는 본련이 직접 움직일 것이라고 말이다.”
“네에?”
하진소가 놀라 물었다.
“모든 문파는 이번 일에서 손을 떼고 문파의 정예들을 데리고 속히 본련으로 들어오라 전하라.”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정파와 사파에서…….”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이로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장보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나의 명을 각 문파에게 전해라.”
하진소는 왜, 이런 명령을 내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한 명의 손도 아쉬울 때인데…….
“구마수 장로와 악정후 장로에게 이번 흑천단합대회에서 우승을 한 허영을 비롯한 흑마회의 무인들과 패혈문의 무사들, 그리고 녹수문의 무사들을 이끌고 천마비동의 장보도를 얻어 오라 전하라.”
“련주님!”
하진소가 능악비를 불렀다.
구마수 장로와 악정후 장로는 흑무련의 행사에 매사 부정적으로 나오는 장로들이었다.
“그리 전하라! 그들이 말을 하는 것처럼 능력으로 나에게 증명하라 전하라! 만약 천마비동의 장보도를 얻지 못할 시에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 전하라.”
“련주님! 그들은…….”
“그리하라! 속히 전하고, 본련은 지금부터 비상 체제에 들어간다. 또한 본련의 정보 조직을 총동원해 흑룡강의 세외 문파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라 전하라.”
“네에? 그들은 왜? 련주님! 지금 천마비도의…….”
“그리하라. 자네에게 자세한 것을 이야기해 줄 순 없지만, 훗날 그대는 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믿고 따라오라.”
하진소는 강경하게 말하는 능악비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진소가 나가자, 능악비는 눈살을 찌푸렸다.
“천주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도천의 모든 무력 부대를 련으로 불러들인 후, 대기하고 상황을 지켜본다.”
* * *
담령은 은밀히 황궁으로 들어가 황제를 만나는 중이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거창왕야에게 전해지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가?”
“그러하옵니다. 거창왕야가 마교의 교주임을 저에게 시인을 하였사옵니다.”
황제는 담령을 보았다.
거창왕야가 담령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고, 담령이 자신의 앞에 있다면 결론은 두 가지였다.
담령이 거창왕야를 죽였거나, 아니면 도망쳤던가…….
담령 역시 황제의 마음을 읽었는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사실, 거창왕야에게 패했습니다. 그의 천마천강수에 당해 죽었다가 기연을 통해 다시 살아났습니다.”
황제는 눈을 좁혔다.
“그대가 이기지 못했다?”
믿기지가 않는 말이었다.
자신이 아는 거창왕야는 무공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왕족으로 필요한 무공을 익혔고, 전략 전술에 능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서였다.
아무리 마교의 교주라고 해도 나이가 있기에 담령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담령이 패했다고 하니 조금은 이상하게 여겨졌다.
“거창왕야는 원령신을 이루어 고금 제일의 고수입니다.”
“원령신?”
“그러하옵니다. 무공에도 단계가 있어…….”
담령은 황제에게 무공의 단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황제 역시 화경이나 현경은 들어 보았지만 원령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그럼 그를 이길 자가 없단 말이냐!”
황제가 조금은 근심이 되는지 물었는데, 담령의 입가의 미소를 보고 눈을 좁혔다.
“이길 수 있다는 말이냐?”
“신이 기연을 얻어 거창왕야와 같은 경지에 올랐습니다. 폐하께서는 상심치 마시옵소서.”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버릇도 없고, 자신의 권위도 무시하는 담령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담령을 믿고 있는 사람이 바로 황제였다.
그렇기에 그가 두 번이나 자신의 앞에서 검을 빼어 들어도 용서를 한 것이었다.
“그럼 아우를 처리하는 문제만 남았구나.”
“그러하옵니다.”
“수고했다. 짐이 어떻게 해 주기를 원하느냐?”
“신, 담령이 맹호사사혈전군의 마지막 임무를 끝내는 것을 지켜봐 주십시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맹호사사혈전군이 그리 좋으냐?”
황제의 목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모든 것이 맹호사사혈전군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으니 저의 전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이번 임무로 맹호사사혈전군을 놓아줄 생각입니다.”
“그럼 이제는 맹호사사혈전군을 대신할 그 무엇인가를 찾았단 말이냐?”
“그러하옵니다.”
“서문세가더냐?”
담령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하라. 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