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워.”' 빨래를 개며, 연일 틀에 박힌 생활에 싫증이 나 한숨처럼 내뱉은 말. 그러나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나는 아직도 이 낯선 공간, 낯선 공기, 낯선 냄새, 낯선 가구, 낯선 사진들이 신기하다. 그 중 낯선 ‘그’라도 있었으면 한마디 거들었을 텐데, 해외출장 중이다. 그렇다고 그의 부재가 아쉽다든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든지, 하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최소한 상대에게 ‘정’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니까. 그렇다. 난 그에게 ‘정’도 아니, ‘관심’이라고 부를만한 감정의 그 무엇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