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격하고 낮은 헐떡임이 사방으로 질식할 듯한 울타리 담이 우뚝 솟아오른 미로 정원의 좁은 통로를 가득 메웠다. 크게 쿵쾅거리는 맥박소리가 그들 귀에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그녀는 가슴을 들썩이며 풍성하게 자란 젖은 풀밭 위로 살금살금 맨발을 움직여 나아갔다. 끊임없이 어깨 뒤를 돌아보았다. 온몸이 부들거렸으며 손에서는 피가 났다. 아마도 아까 필립의 그 잘난 척 조롱하는 얼굴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뭉개준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덕분에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미로로 달아날 수 있었다. 이곳만이 그들을 피할 수 있는 장소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