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호에 이사 오셨습니까?'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 사이로 친절함이 엿보이는 경비 아저씨가 짐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수에게 물었다.'1704호예요.'아, 1704호요. 1704호? 이상하네. 무슨 이사를 아침저녁으로 옵니까?'네? 무슨 말씀이세요?'하고 이수가 되묻는데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경비 아저씨가 굳이 설명을 하려는 것 같지 않아 이수는 경비 아저씨에게 살짝 목례를 한 후 닫힘 버튼을 눌렀다.'한 층 한 층 십칠 층을 향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전자 액정을 쳐다보던 이수는 초조함과 기쁨이 뒤섞인 미소를 흘렸다.'초조함은, 해가 떨어질랑 말랑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테라스 창문을 열어주어야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삿짐센터 아저씨들이 일을 시작할 수 있었고 되도록 해가 지기 전에 짐을 다 올려 이웃집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