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그 해 여름. 눈이 부시도록 작열하는 황금빛 태양과 맞닿은 푸른 바다에서 난 한 소년을 구해주었다. 심한 폭풍으로 인해 근처에 정박해있던 크루저 한대가 전복했다. 제방에 나와 있던 나는 새하얀 크루저에서 튕겨 나와 시커먼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한 인영을 보고 정신없이 성난 바다에 뛰어들었다. 앞뒤 분간할 수 없는 어두컴컴한 바닷속 저 아래로 희멀건 그림자가 떠내려가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그를 건져 올렸지만 사나운 파도 속을 건장한 소년 하나를 둘러메고 가기엔 나의 체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잠시 소년을 꼭 붙들고 심호흡을 한 다음, 젖 먹던 힘까지 내어 그를 끌고 헤엄쳤다. 하지만 파도는 이리저리 우리를 끌고 다니며 조롱할 뿐이었다. 겨우겨우 떠밀려 도착한 곳은 내가 있는 마을에서 1Km정도 떨어진 해변이었다. 다행히 파도는 잦아들고 비도 멈추기 시작했다.''얼마 후, 잿빛 구름 사이로 한 줄기 태양빛이 스며들어왔다. 그것을 신호로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졌고 푸른 수면 위는 햇빛을 받아 보석 같은 반짝임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비로소 깊은 안도의 숨을 몰아 쉴 수 있었다. 소년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채 모래 위에 누워있었다. 난 옆에 앉아 물끄러미 그 소년을 내려다보았다.''젖어버린 검은 머리와 짙은 눈썹, 초승달같이 우아하게 휘어진 기다란 속눈썹, 그리고 일자로 꽉 다물어진, 다소 창백해진 잘생긴 입술. 나도 모르게 소년의 입술을 쓰다듬었다. 그의 입술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상관없었다. 태양빛이 소년을 비췄다. 황금색에 물든 소년은 너무나 황홀했다. 소년의 넓고 탄탄한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옅게 뱉어져 나오는 소년의 숨결엔 단내가 배어 있었다. 홀린 듯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소년의 꽉 다물어진 입술에 내 입술을 내려놓았다. 차가웠지만 너무나 달콤했다.''그 때, 저 멀리 어디선가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란 난 그에게서 입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저 만치 모래사장 위로 두 명의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당황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어가려다 멈칫 그 자리에 서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아려왔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몰랐다. ''점점 사람들의 소리가 가까워오는 것 같아 난 얼른 근처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절뚝거리는 왼쪽 다리는 쉽사리 따라와 주지 않았다. 바위 뒤에 몸을 숨긴지 얼마 후, 멀리서 보이던 두 사람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뭔가를 속닥이며 해변의 풍경을 황홀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소년을 발견한 건 몇 분이 흐른 뒤였다.''소년을 향해 뛰어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확연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소년만큼 아름다웠으며 선량하고 귀티가 나 보였다. 특히, 두 사람 중 하얀 민소매의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시골의 바닷가에서 자라난 윤정의 눈으로 보아도 정말 공주님처럼 예쁘고 우아했다. 그녀의 흑단 같은 검은 머리와 말간 피부는 태양 아래 눈이 부실만큼 화사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2) 바다를 품은 소녀''(3) 미풍을 닮은 남자''(4) 밤바다의 향기''(5) 푸른 바다의 기억''(6) 현기증''(7) 혼돈''(8) 키메라''(9) 벗겨진 가면''(10) 너에게 취하다''(11) 거리의 소년들''(12) 달과 태양''(13) 자각''(14) 인어공주''(15) 친구가 생기다''(16) 깨져버린 모래성''(17) 고백''(18) 한밤의 데이트''(19) 끝이 보이지 않는 길''(20) 별을 가지다''(21) 축제''(22) Trust''(23) 예감했던 이별''(24) 회복될 수 없는 상처''(25) 엇갈리는 마음''(26) 제부도에서의 하루''(27) 때늦은 후회''(28) 멍든 가슴 끝이 아닌 절망''(29) 행복이란 이름의 동화''(30)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