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빌라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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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박 2일



“언니, 저 차 뭐야?”
“우와, 진짜 크네.”

어제저녁 이준이 성호에게 가서 받아온 캠핑카였다. 카페 앞에 세우면 카페가 보이지 않을 만큼 큰 크기였다. 공방에 세우려고 했는데 오늘 오전에 나가야 하는 가구가 있어 그 차가 나가기 전까지 세워 놓기로 했는데 다들 캠핑카가 처음이라 신기한 듯했다.

“구경할 수 있어?”
“그래. 나도 안은 못 봤는데, 같이 보자.”

이준이 어제 늦게 도착해 차만 두고 간 상태라 우주도 안은 보지 못했다. 이준이 열쇠를 주고 갔기에 같이 구경하기로 했다.

“완전 원룸인데?”
“캠핑카 타고 다니면서 일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가능하겠다.”
“물도, 나오네.”

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는 좁지만 공간도 나눠져 있고 살면서 필요한 건 다 있어 신기했다. 다섯 명이 들어갔는데도 그렇게 좁지 않다고 느끼며 차에서 내렸다.

“그래서 어디로 가려고?”
“어딘지는 모르는데,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래.”
“음…. 이거, 보내도 되는 거야?”

일요일이라 카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다 모인 일요일이라 할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제일은 우주의 외박이었다.

“그러니까. 남자친구랑 둘만 가는데, 괜찮은 건가?”
“안 괜찮으면? 내일 쉬는 사람도 없잖아.”
“나는 늦게 출근하잖아. 눈치 없이 따라가?”

주영의 말에 우주는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공식적(?)으로 남자와 단둘이 외박을 하는 건 우주가 처음이었다. 행복빌라를 거쳐 간 언니 중에는 옥련의 허락을 받고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지금 있는 다섯 명 중에서는 없었다. 그러니 다들 신기하기도 하고 걱정하는 듯했다.

“따라와. 나는 상관없어.”
“…언니는 괜찮아도, 오빠는 엄청 눈치 줄걸?”
“그 눈치 이겨낼 수 있으면 따라와.”
“오지 말라는 소리네.”

주영은 우주의 눈치는 받아낼 수 있지만 이준의 눈치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는 것도 그렇지만 돌아와서도 계속 이야기할 게 분명했다. 그 기간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기에 포기하는 게 맞았다.

“근데 1박 2일 치고는 너무 짧다, 그냥 오늘 카페 닫고 가지. 비도 오는데….”
“몇 번 예정에 없이 닫았잖아. 오늘은 그래도 열어둬야지.”

최근에 미나가 쓰러져 병원에 갔을 때도, 옥련의 제사 때도, 설아가 쓰러진 날에도 종일 닫았던 건 아니지만 몇 시간 닫아 놓았기에 마음에 걸렸다. 우주의 입장에서는 ‘사정상’ 닫은 거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그 사정을 모르니 그냥 닫혀 있는 거였다. 헛걸음하게 한 것이니 좋지 않을 수 있었다.

“내일은 언제 오려고?”
“계획은 없는데, 점심 먹고 오지 않을까?”
“오랜만에 놀러 가는 거니까, 맛있는 거 사 먹어.”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뭘.”
“많이 못 넣었어.”

우주는 주영이 내민 봉투를 지긋이 바라봤다. 많이 못 넣었다고 하지만 주영에게는 부담될 게 분명했다. 학원에서 일하며 돈을 벌지만 작업실에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있느니 넉넉하지 못할 테다. 그럼에도 열심히 적금까지 넣고 있다는 걸 아는데 이렇게 봉투까지 준비해 주니 우주는 고맙고 미안했다.

“뭐야, 언니 혼자 준비했어?”
“얼마 안 된다니까. 그리고 너희는 돈 안 버니까, 괜찮아.”
“그래도….”

지현은 우주와 주영에게 미안했다. 돈을 써야 할 때마다 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생들과 같이 빠지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다들 서로의 상황을 잘 아니 넉넉하지 못한 걸 아는 거다. 지금처럼 적은 돈이라도 모아주면 좋을 텐데 언니들은 항상 ‘아직’이라고 한다.

“돈 벌면 꼬박꼬박 받을 거야.”
“알았어.”
“언니들, 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 구했어.”
“무슨 아르바이트?”

나리는 이때다 싶어 이야기를 꺼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다. 마침 학교에서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어 지원했는데 다행히 합격해 말하는 거였다.

“학교에서 하는 거야. 최저 시급이긴 한데, 편하고 괜찮대. 공부할 시간도 있고.”
“학교에서 하는 거라면, 그런데 왜 갑자기 아르바이트야?”
“잔고가 줄어드니까, 좀 그래서. 공부하는데 방해할 정도는 아니니까 해볼게.”
“그래.”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다 같은 생각일 거다. 아직 미나는 고등학생이니 그런 생각이 덜할 테지만 다들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주도 옥련에게 받은 게 있지만 마냥 쓸 수만은 없었다. 카페 운영을 하면서 돈도 모으고 또 해야 할 게 있었다.

“언니들….”
“너도 아르바이트한다고?”
“아니. 나 지난번에 글 쓴 거 보내서 사이트에 올라왔는데, 돈이 들어왔어.”
“어머!”
“진짜?”

많지 않은 돈이지만 미나는 입금된 걸 확인하고 뿌듯했다. 그리고 언니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언니들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일이고 그래서 언니들 덕분에 받은 돈이나 다름없었다.

“많지 않는데….”
“단돈 만 원이라도 의미가 있지. 축하해.”
“그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리고 처음인데 돈이 들어왔다는 게 중요하지.”
“기분은 좋아.”

미나는 고등학생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서 돈을 번 게 아니고 집에서 좋아하는 글을 쓰며 번 돈 아닌가. 다들 미나의 첫 사회 활동으로 돈을 번 걸 축하했다. 그리고 그에 미나는 화답했다.

“내가 방학 때 고기는 못 사고 치킨 살게, 기대해.”


*


“이렇게 일찍 닫아도 돼?”
“손님 올 시간 지났어. 일찍 가는 거 싫어?”
“싫기는, 완전 좋지.”

싫을 수가 없었다.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해 공방에 있다가 달려온 이준이었다. 내일 쉬기 위해 오늘 몇 가지 일을 처리하려고 공방에 있었다. 최대한 많은 일을 해놓고 가려고 연락을 기다리며 일하고 있는데 중요한 일이 끝나고 자잘한 일을 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시간에 전화를 받은 거다. 이준은 대충 정리하고 전속력을 다해 달려와 캠핑카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
“아빠가 보내주셨는데, 포천 쪽인 것 같아.”
“그쪽에 계곡도 많은데, 내일 갈까?”
“그래. 그런데 그쪽에 계곡이 많은 건 어떻게 알아?”
“할머니랑 대학 때 갔었는데. 과일 가게 사장님께서 아시는 분이 펜션 하신다고 하셔서 그쪽으로 다녀왔지.”
“아….”

기억났다. 그때 이준은 군대에 있었다. 휴가 나와서 그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10년이 더 지나버렸다. 그래도 같이 가고 있으니, 좋았다.

“주영이가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 줬어.”
“오…. 역시 김 주영, 의리가 있어.”
“아마 지난번 여행 갔을 때 챙겨줬다고 준 것 같아.”
“그렇겠지. 받으려고 준 건 아닌데, 받으니 좋네.”

차박을 하며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떠났을 때 이준과 우주는 용돈을 챙겨주었다. 서로 얼마를 주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이준이 훨씬 많이 넣었을 거다. 그 돈을 받았다고 챙겨준 건 아니겠지만 그때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을 거다.

“내일 오는 길에 맛있는 거 먹자.”
“응. 그런데, 배 안 고파?”
“고프지.”
“뭐 먹을 거야?”
“떡볶이 샀는데, 괜찮아?”
“좋아. 맛있겠다.”

가서 먹을 걸 고민하는데 성호가 추천해준 거였다. 끓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며 같이 먹을 튀김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즉석밥을 꼭 챙기라며 국물에 볶음밥은 꼭 먹으라고 강조했다.

“아빠 추천이야.”
“많이 찾아보시나 봐.”
“그런 것 같아. 요즘 인터넷으로 캠핑 동영상도 챙겨 보시는 것 같더라고.”
“관심이 생기면 찾아보게 되지.”

성호는 요즘 캠핑과 관련된 걸 찾아보며 이준에게 정보를 주고 있었다. 좋은 사이트가 있으면 바로 보내주고 좋은 위치 정보도 공유했다. 그리고 먹거리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는 메시지에 귀찮기도 하지만 다 좋은 정보라 열심히 답하며 저장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