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도 돼?”'“돼.”''환아. 이렇게 불러야지. 그녀는 홀로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이환은 그런 무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렇게 좋은 걸까?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되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순진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자신이 어떤 마음인줄은 알고 있을까? 엉망이 되어버린 내 머릿속은 이미 너로 가득 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하지만 이 빗속에서 너는 설레겠지. 너는 나를 향해 맘껏 웃어주겠지. 하지만 나는……''“키스해도 돼?”'“응?”''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아. ''한 순간이었다. 그가 뻗은 손은 어느새 그녀의 뺨을 조심히 감싸고 차가운 입술이 내려앉은 건. 희미하지만 늘 그를 스쳐지나 갈 때마다 맡았던 바람 냄새가 맡아졌다. 차갑고, 시원한 촉촉하기만 한 숨결. 무란은 그의 옷을 잡으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조심스런 입맞춤은 빗소리를 점점 멀게 만들었고 터질 듯 요동치는 심장은 숨을 멈추게 만들었다. ''‘환아. 나는 이렇게 시린, 너를 가지고 싶어. 그래서 이 심장의 소리를 듣고 싶어.’''천천히 눈을 뜨는 무란은 살며시 멀어지는 그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조용한 숨결을. 그의 시린 체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결국 무란은 자신의 욕심을 감추지 못하고 그의 목을 껴안았다. 다시 부딪치는 둘의 입술은 아까와는 다르게 격정에 사로잡혀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오롯이 서로를 삼켜버리고 미친 듯이 움직이는 심장을 괴롭혀서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만 싶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미쳐버린 심장 따윈 고쳐지지 않아도 좋으련만. '뜨거운 땅을 적시던 빗줄기가 점점 잦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