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저 여자 겁에 질려있군. 하지만 걷는 모습은 죽여주는데?’''현준은 겁먹은 모습으로 사무실 안을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여자를 보고 중얼거렸다.''겁에 질린 모습 때문인지, 나긋나긋한 걸음걸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현준은 잠시도 여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여자는 헐렁한 남성용 남방에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왜 저렇게 자신을 감추려고 하지?’''앞으로 걸을 때 마다 헐렁한 옷 사이로 살짝 살짝 드러나는 늘씬해 보이는 몸매를 발견한 현준의 호기심은 더 커지고 있었다. ''‘입고 있는 저 옷 속에는 분명 매혹적인 여성의 몸이 감추어져 있어. 틀림없어.’''현준은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의자 뒤로 몸을 기댄 채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녀는 야무진 표정으로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지만 벌벌 떨고 있는 게 분명했다. ''‘어디선가 본 여자야.’''불현듯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어디서였지?’''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현준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맞아! 작년도 문학상 수상자.’''제일그룹에서 매년 주최하는 문예공모전은 20년의 역사동안 많은 작가를 배출한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 등용문이었다. 대기업답게 상금 규모가 엄청나고 또한 그 작가의 출판에 적극적으로 스폰서를 해주기 때문에 해마다 응모자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그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져서 몰라봤어. 하지만 여전히 예쁘군.’''현준은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아 양손을 머리 뒤에 깍지 낀 채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만족감이 느껴졌다.''‘대학4년생이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해서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었지.’''투명한 볼 위에 얌전히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명주실 같았다. ''“안녕하세요? 유예린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걸음걸이와 마찬가지로 꿀처럼 달콤했다.''‘너무 오랫동안 여자 구경을 못했어.’''여자의 목소리에 자신의 몸이 이처럼 굳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뭐야? 왜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지?’''예린은 자신이 이렇게 작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마치 남들 앞에 알몸을 내보인 것 같았다.''눈앞에 있는 먹이를 노리고 있는 독수리처럼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저 남자의 시선에 예린의 몸이 떨려왔다. ''‘휴우, 정신을 차리자.’''예린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회사 홍보실에서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그렇습니까?”''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보내고 있던 예린에게 1주일 전에 제일그룹 홍보실에서 전화가 왔었다. 회장님이 자서전을 내려고 하는데 해 볼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다.''우리나라 최고의 그룹 총수인 사람의 일생을 자신이 제대로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해마다 신인 작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계시고, 예린도 작년에 엄청난 상금을 받았던지라 그분의 삶을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