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 장''''''은정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위아래로 들썩이던 침대가 곧 움직임을 멈췄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대로 누워 자고 싶었다. 벌써 11시가 넘어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운현이 떠나간 빈자리를 메우느라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은정아?”''은정은 일어나 앉았다. 어머니 홍 여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얼굴이 많이 상했다. 괜찮으니?”''“네.”''홍 여사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은정은 어머니의 옆 얼굴을 바라보았다. 많이 초췌해진 얼굴이다. ''그럴만도 하지. 은정은 씁쓰레한 미소를 지었다. 운현이 회사와 집을 나간 후 집안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고 사장은 내내 짜증만 내고 있고, 은정은 은정대로 회사 일이 바빠 집에 일찍 들어오지 못했다. ''“그 나유화라고 했던가?”''“네?”''“네 오라비가 좋아한다는…….”''“네.”''“네 말을 들어보니 좋은 애인 것 같던데,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겠니?”''은정은 망설였다. 그녀의 망설임에 홍 여사는 다시 채근을 했다. ''“지금 다쳐 병원에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까지 병원에 있어야 하니?”''낌새를 보니 찾아가 볼 생각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은정은 잠시 고민했다. 가지 말라 말할까? ''“네 오라비도 말해주지 않고.”''어머니가 가슴이 답답하신지 손바닥으로 가슴을 탁탁 쳤다. 은정은 어머니를 안았다.''“은정아?”''“미안해, 엄마. 엄마만 소외시킨 것 같아서 미안해.”''은정은 어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렸다. 아버지에게 시집와 한번도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펴보지 못한 분이셨다. 조용하며 내성적인 성격 역시 한몫 했다. 이 정도의 위치에 있는 다른 여자들은 이런저런 모임에 나가 사교생활을 누리고 있었지만, 은정의 어머니는 가정을 지켰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해야한다는 아버지의 주장에 동창회에 나가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셨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로 인해 은정 역시 많은 설움을 당해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살림을 배우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무척 반대를 했었다. ''‘어디서 여자가! 시집가서 남편과 시댁에 사랑받는 게 여자의 도리다.’ ''오빠 운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회사에 들어가지도 못 했을 것이다. 아버지와 오빠가 그녀의 문제로 싸웠을 때에도, 어머니는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하셨다. 어머니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섣불리 끼어들었다 오히려 아버지의 역정만 사 일이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참고만 계셨다. 그 일이 해결된 후에 며칠을 앓아 누우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