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아, 씨발. 또 이 새끼냐!’''그녀는 여자를 부축해 뒷좌석에 앉히는 사내를 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아무래도 저 사내와 자신은 악연임이 분명하다.''미리내 호텔이라고 장소를 말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랬다면 당장 다른 기사에게 연락해 가라고 했을 것이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성별을 짐작하지 못하게 일부러 내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귀찮은 일을 피하려 남자 목소리에 가깝게 내려 노력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뒷좌석의 두 남녀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동대문 XX은행 사거리까지. 거기 가서 말하지.”''보나마나 여자를 집에 먼저 데려다주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자 할 것이다. 그녀는 짧게 대답을 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엑셀을 천천히 밟았다. '시간은 12시가 훨씬 지나 새벽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늦은 밤이지만 서울의 밤거리는 여전히 휘황찬란했으며, 퇴근시간대의 복잡함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은 차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간혹 비틀거리는 자가용이 몇 있어 그녀는 그것들을 피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음주차량과 접촉사고를 낸다고 해도 택시기사인 그녀에게 별다른 손해는 없지만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딱 질색이다. 술 취한 운전자만큼 싸가지 만땅인 놈들이 없으니까. 아울러 다치기라도 하면 자신만 손해였다.''갑자기 앞의 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앞차 운전자가 앞에 경찰이 있다는 사인을 보내왔다. 몇 대의 차가 옆길로 빠지는 게 보였다. 우리나라 운전자들 사이의 끈끈한 정을 보는 듯 했다. ''그녀는 차가 빠지길 기다리며 운전대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다 문지르다를 반복했다. 몇 분이 흘러 그녀의 택시는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경찰의 멱살을 잡고 지랄을 떨고 있는 곳을 지나갔다. ''“아이, 운현 씨. 창 밖에 뭐 볼 게 있다고 그래요? 나 좀 봐요.”''몸에 착 달라붙은 검붉은 드레스에 진짜 동물가죽이 분명한 모피코트를 입고 있는 여자가 남자의 팔을 잡고 아양을 떨었다. 남자는 귀찮은 듯 여자의 팔을 툭 쳐서 떨어트렸다.''“그만해. 난 달라붙는 거 별로 안 좋아해.”''여자가 입을 비쭉 내밀었다. 드레스 색과 비슷한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아주 선정적으로 보였다. ''“운현 씨는 너무 차가워. 뭐, 그것이 매력이긴 하지만.”''지랄하고 자빠졌네. 그게 매력? 니 눈엔 저 바람둥이가 매력적으로 보이니? 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골빈 여자들 때문에, 저 빌어먹을 놈이 제 잘났다고 기고만장하고 있는 거잖아. 정신 좀 차려, 이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