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하고 토지가 비옥하여 굶어 죽는 백성이 없고 산세가 험하여 외적의 침입이 어렵도다. 유난히 붉은 꽃이 많이 피는 이 나라를 화란(華丹)이라 부른다. 주변국보다 월등히 높은 국력을 자랑하며 화란의 밑으로만 있는 속국이 여섯 개나 되며 그런 화란을 다스리는 천자를 위해 일하는 궁녀만 오천 명이라. 천자가 기거하는 화란의 황궁을 금란성이라 일컫는다.
화란실록(華丹實錄) 중
“존호가 길수록 마마의 성총이…….”
“존호가 길수록 성총이 밝아지고 짧으면 어두워진답니까?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은 존호가 없겠지요.”
그녀의 말에 다들 무엇일지 기대한다는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기가 찬 듯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곧 화란이니 내 존호는 화란(華丹)으로 하시지요.”
“어찌 나라의 이름을…….”
“내가 곧 화란이라 하였소.”
사랑밖에 몰랐고 사랑 때문에 살았던 여인 월(月)
“무어라 말을 좀 해보시어요! 이 귀비가 여기 있사옵니다. 여느 때처럼 내 달아, 울지 마라! 라고 해보시란 말입니다!”
충심밖에 몰랐고 사랑 때문에 뒤틀린 사내 무휘(武輝)
“내 너를 은애하구나. 그 지환에 걸고 맹세하노니 내 죽는 날까지 너만을 보리라.”
사랑밖에 몰랐고 사랑 때문에 죽었던 사내 범현(凡顯)
“……월아. 나는 네게 중독되었나 보다. 이제 네가 없는 금란성은 생각조차 되질 않으니……. 그저 내 곁에만 있어주어라.”
“많이 복잡하시지요.”
“아니, 나는 좋구나. 너와 걸으니 더욱 좋다.”
무휘의 말에 계월의 뺨이 다시 붉게 물들었다. 비단점이나 방물점 모두 고운 색의 물건을 펼쳐두었다. 여인네들이 여기저기 몰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무휘가 입을 열었다.
“갖고 싶은 게 있느냐?”
발걸음을 멈춘 채 물어오자 계월이 흘깃 방물점을 보았다. 홍옥, 청옥 곱기만 한 보옥으로 세공된 지환이나 이환 등이 즐비했다. 눈을 잡아끄는 것들을 많았지만 선뜻 사 달라 말하지 못했다. 그런 모습이 곱기만 한지 무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이것도 곱군.”
여인네의 상을 장식하는 장신구를 하나 들어 보였다. 나비매듭이 아름다웠다. 차랑하니 백옥이 소리를 내었다. 그것을 들며 계월의 상에 대어보고는 고개를 갸울이는 그였다.
“너보단 곱지 않구나.”
그 말에 계월은 기분이 좋았는지 붉기만 한 입술이 환하게 올라갔다. 해사한 그 웃음에는 꽃향기가 담뿍 물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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